왜 정신과 약을 먹으면 비만이 될까?...“항정신병 약물이 식욕 증가시켜” 원인 규명
왜 정신과 약을 먹으면 비만이 될까?...“항정신병 약물이 식욕 증가시켜” 원인 규명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5.23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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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억제제 세트멜라노티드 처치하면 비만 예방 확인
KAIST 연구팀 “비만 막는 신경정신질환 약물 치료에 도움될 것”

왜 정신과 약을 먹으면 살이 찌는 걸까? 이 비만에 대한 원인이 한국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손종우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이 비만을 일으키는 기제를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수용체·세로토닌 수용체에 결합해 뇌 신경 전달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로 조현병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약리 작용이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인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물이다.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같은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조현병, 양극성 장애(조울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다양하게 처방되고 있다.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정형 항정신병 약물과 비교해 운동계 부작용이 적지만 과도한 식욕과 비만을 유발하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또 기존 동물 모델에서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비만이 재현되지 않아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을 알아내는 게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리스페리돈을 먹이에 포함해 생쥐에게 먹여 이들 약물에 의한 식욕 증가와 비만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이용해 리스페리돈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시상하부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멜라노코르틴에 대한 반응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조현병 모델 생쥐에서 리스페리돈과 함께 멜라노코르틴 반응성 신경 세포 활성도를 높여 작용하는 식욕 억제제인 세트멜라노티드를 처치하면 리스페리돈의 항정신병 효과를 보존하면서도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트멜라노티드(상품명 임시브리)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비만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면서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를 높이고 질병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교수는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에 의한 식욕 증가와 비만 원인을 신경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처음 규명한 것으로 향후 이들 약물을 이용한 신경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페리돈이 시상학부 멜라노코르틴 반응성을 저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그러나 이 현상이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에도 적용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이 부분에 관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유은선 석박사통합 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자로 참여했고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첸 리우 교수가 공동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지난 12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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