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시설 로드맵 어디로 가나?…전장연 “예산 증액 없는 로드맵은 기만”
정부, 탈시설 로드맵 어디로 가나?…전장연 “예산 증액 없는 로드맵은 기만”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8.0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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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소규모화를 통한 탈시설은 본질상 탈시설 될 수 없어
정부, 2041년까지 탈시설 마무리…장애계 “고령화로 모두 사망할 것”
노르웨이의 시설해체법처럼 법에 근거한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필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소관위 계류 중…시급히 법안 통과시켜야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국가 로드맵에 대해 예산 증액이 없는 선언은 기만에 불과하며 시설 소규모화를 통한 탈시설 정책은 본질상 탈시설이 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탈시설 정책을 막아달라는 발달장애인 모친의 글이 올라오면서 탈시설을 둘러싼 국가와 가족, 국가와 장애인단체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개념이 없는 탈시설 로드맵은 그 자체로 발달·중증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제시한 ▲신규 시설 설치 금지 ▲인권 침해 시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시설 장애인에 대한 매년 의무적 자립지원 조사 ▲주택과 주거 유지 서비스 지원 등을 의미있는 정책으로 봤다.

전장연은 “장애인 거주 시설 신규 입소 금지부터 시작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자원을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1985년 ‘시설해체법’을 제정해 시설 기반 서비스에서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변화를 국가가 책임지고 시행했다.

전장연은 자식을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낸 부모와 가족들이 ‘탈시설은 사형이다’라고 외치는 이유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주택과 24시간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한 국가 책임의 부재가 그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로드맵 실현에 필요한 예산 증액 없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 수준의 기존 장애인 예산만으로 장애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활동지원서비스 확충, 자립정착금 확보, 주택 지원 등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2017년 기준 장애인 거주시설은 1317개소,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 중인 장애인은 3만693명이다. 정신장애와 관련된 정신요양시설은 전국 59개소, 8만여 명이 입소해 있다.

정부는 로드맵을 2041년까지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 현황에 따르면 거주인들이 평균 거주 기간은 18.9년, 평균 연령은 39.4세다. 탈시설이 마무리되는 2041년이면 이들은 20년 이상을 시설에 머물러야 하며 고령화로 인해 시설을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게 전장연 지적이다.

전장연은 “OECD 경제 규모, 코로나19 재난 시대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발생한 격리와 감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장애인 권리의 방정식으로 10년 내 탈시설 정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또 정부가 탈시설을 마무리한 뒤에도 존속시키겠다는 전문서비스기관과 공동형 주거지원(그룹홈)에 대해 “이름만 장애인거주시설을 주거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라며 “정부가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 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공동거주시설에 해당하는 소규모 그룹홈은 탈시설이 아님을 명확하게 했다”며 “타시설은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1인 1실을 보장하고 장애 당사자가 개별 분양·임차 계약을 통해 당사자의 선택과 주거결정권이 보장되는 것이 기본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시설 기반의 서비스를 지역사회 기반의 개인별 서비스로 대전환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함께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에 발의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현재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최 의원은 법안에서 탈시설 개념을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돼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은 탈시설 지원을 신청할 수 있고 국가와 지자체는 탈시설 장애인의 초기정착 지원, 공공임대주택의 우선 제공, 주거 유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더불어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모두 폐쇄하고 입소 정원을 축소하는 시설에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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