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전면 폐지…정신장애인 권리 실현 법률 제정돼야”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폐지…정신장애인 권리 실현 법률 제정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8.05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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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카미 사무총장,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서에 논문 게재
의료모델 탈피하고 사회적 모델에 기초한 정신보건 디자인 필요
정신장애인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공무원 배정 시급...선진 제도도 배워야

 

정신장애인의 시설 탈원화를 위해 시급히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정신의료기관과 시설에 비자의 수용과 치료를 허용하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적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 지역사회 자립생활과 치료를 지원하는 권리 실현을 위한 법률 제정과 정책의 실행 또한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최근 발행한 2021년 상반기 코디슈(KoDDISSUE) 논문에서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권 총장에 따르면 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표방하는 장애인의 사회통합(Inclusion) 개념은 완전·포괄적 통합이다. 이는 기존의 통합 개념인 사회통합(Integration)이 장애인을 치료를 받야야 할 문제의 대상,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시혜나 복지의 대상, 자립 능력을 갖춘 비장애인과 유사해야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관점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조는 의료 모델의 기존 장애 개념을 탈피해 인권적·사회적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모델에 기초한 정신장애 개념은 심리사회적장애(Psychosocial disability)로서 긴장과 스트레스, 고통의 연장에서 생리적·의학적 의료모델을 탈피해 심리학적·사회문화적 장애 요소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회참여를 저해받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게 권 총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 정신장애 관련 단체들이 정신장애인의 통합을 위해 주장하는 핵심은 여덟 가지의 분류된다.

이는 ▲서비스는 의료모델에서 탈피해 사회적 모델에 기초한 디자인 ▲위기 상황의 정신장애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위기쉼터를 제공해 강제적 정신건강 개입을 대체하기 ▲활동 보조 ▲정신의료의 대체적인 서비스 ▲정신장애인 욕구에 대한 실제적 지원 ▲질병 모델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자발적인 동의 하의 약물의 효과에 기반한 제공 ▲정신장애인 직업 획득에 차별적인 제도 철폐 ▲정신장애인의 동등한 직업 획득의 보장 등이다.

특히 권 총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정신건강서비스 질이 향상되도록 지도하기 위해 개발한 퀄리티 라이츠 툴킷(Quality Rights Toolkit)을 주목했다.

퀄리티 라이츠는 정신장애인의 정신건강 서비스에서 강제와 폭력, 학대를 근절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권 총장은 “퀄리티 라이츠에서 리걸 커퍼시티(Legal Capacity·법적 능력)는 의료적 모델에서 정신장애인의 의사결정의 자율을 박탈하는 개념인 멘탈 커퍼시티(Mental Capacity)에 대응하는 개념”이라며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법 앞에서의 평등 조항에 기술된 권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의 법적 능력은 정신 능력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의사결정, 또는 정신건강시설에 비자의입원을 허용했던 제도와 관행을 폐지하는 근거가 되는 권리”라고 전했다.

권 총장은 “정신장애인의 법적 능력의 평등과 함께 인권 증진을 위한 중요한 개념은 탈원화 또는 탈시설화”라며 “정신장애인이 의사결정에 차별을 받고 장기간 입원, 구금하는 각국의 관행과 제도는 정신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 시설에 수용된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에 퇴원시키고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과 사회 참여를 위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도 차별을 강화하고 비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을 폐지하고 인권 중심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페루의 경우 국가가 정신장애인의 민법상 성년후견제도을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강박을 줄이기 위해 획기적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는 국가가 정신병원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구조 예산을 마련한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급성기 입원환자에 대해 48시간 이내에 치료를 제공하고 퇴원시키는 등 장기입원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정신장애인의 지원의사결정이 서비스인 오픈 다이얼로그(Open Dialogue)를 시도해 그 치료적 효과를 검증받고 있다.

권 총장은 “세계 각국의 선진적인 활동의 근저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옹호단체들에 대한 세계적·국가적 지원과 함께 선진적인 제도와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당사자 단체들이 개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와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행정체계에서 장애인권익지원과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며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먼저 정신장애인을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배정되고 선진적 제도를 배우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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