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주희 기자의 직격] 코로나19로 인한 이혼 급증 사태... '펄스널 스페이스'와 '남극형 증후군' 심리
[배주희 기자의 직격] 코로나19로 인한 이혼 급증 사태... '펄스널 스페이스'와 '남극형 증후군' 심리
  • 배주희 기자
  • 승인 2021.08.13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녁 먹고 들어갈게"라는 말로 갈리는 희비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남편이 약속 안 잡고 일찍 와서 좋다"는 글들이 꽤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댓글들을 살펴보면 "좋은 건가요? '저녁 먹고 들어갈게' 하던 문자가 그립습니다"라는 반론의 반응도 적지 않다. 이것을 살펴보면, 같은 상황이지만 저마다 느낌과 생각은 달랐을 듯하다.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인과의 접촉이 줄어든 것에 비례해 가족 구성원 간 접촉은 현저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너무나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상대의 단점이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다.

(c)timesofindia.indiatimes.com

또한 고립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감정조절이 안 돼서 불안, 분노, 적대감이 커지고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남극에 파견되었던 사람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해서 심리학에선 ‘남극형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이는 고립효과(isolated effect)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때 심리와 행동이 격해지고 불안정해져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 현상을 이른다. 특히 이러한 현상들이 남극에 파견된 연구원들과 군인들에게 부각되어 연구되었기 때문에 ‘남극형 증후군'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c)jackiegonzlaw.com

남극형 증후군(winter-over syndrome)의 유래

2009년 7월 21일 남극에 있는 세종과학기지에서는 무서운 난투극이 벌어졌다. 계약직 조리사로 있는 A씨가 행정총무직을 맡고 있던 박모 씨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피해자 A씨는 기지 밖으로 도망가면 영하 70도의 눈보라 속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식품창고에 숨어 있었다.

이 사건은 결국 박모 씨가 직위해제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은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남극기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극기지처럼 몇 명의 사람들이 주위로부터 고립되어 상당한 기간을 함께 지내야 하는 특수한 상황들이 또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방경계초소(일명 GP)나 핵잠수함에서부터 우주정거장까지 점점 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환경에서 장시간 버텨야 하는 일이 늘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극한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밀집해 지내다보면 서로 스트레스가 극대화되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일이 흔해진다. 

고립효과의 정의. 사진=전주심리상담센터

이러한 환경에서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물리적 환경의 어려움보다는 '대인관계상의 어려움'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지금이야 위성통신 등으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악천후로 통신장비가 먹통이 되면 이들은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된 채 몇 개월을 지내야 한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어지면 세상과 단절된 비현실감에 시달여야 했다.

또한 고립된 공간에서는 팀워크가 생사를 갈라놓기도 하는데, 강요된 팀워크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아무리 다른 멤버들과 잘 지내려고 해도 가끔은 보기 싫은 사람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인데, 강요된 팀 내에서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가 없다.

사생활도 없이 모든 것이 노출되면, 자신의 심리적 내면조차 발가벗기는 듯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c)natllawnwes.com
코로나와 급증하는 이혼률 (c)natllawnwes.com

이것은 '부부' 역시 마찬가지여서 가정 내 관계 밀착의 변화는 피로감을 넘어 불만으로, 때로는 불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

반복되는 가사와 육아에 답답해 남편에게 바람 쐬러 가자고 했다가 시비가 붙어 아내가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불미스런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폭력까지 가진 않더라도 "집안일과 육아를 남의 일 보듯 하는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된다", "아내의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등 각자의 하소연이 온라인에 줄을 잇고 있다.

특히나 재택근무가 늘어나 코로나19 이전에는 맞벌이 생활에 익숙했던 부부들이 급격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는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음은 재택근무와 코로나 이혼에 관한 영상이다.

해외외신에도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는 이혼급증실태

우리보다 먼저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의 경우, 최근 이혼 상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에 위치한 젠틀&트러스트 로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 이후 이혼 의뢰가 25%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 보도에 의하면, "중국 광저우의 한 로펌이 이혼 상담비를 시간당 3000위안(약 52만원), 곧 종전의 두 배로 올렸는데도 상담 건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집에서 마작만 한다" "쇼핑하는 동안 남편이 마스크를 벗었다" 등 사유는 다양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002년~2003년 사스를 겪었던 홍콩의 사례에 주목했다. 사스 사태가 지나간 2004년 홍콩에서 이혼 건수가 2002년에 비해 21% 늘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올해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c)
(c)jackiegonzlaw.com

'코로나 이혼(Covidivorce)'를 아시나요?

미국에선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Covid19)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다.

자가격리로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이혼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소개하며 코로나가 연인, 가족관계 대한 접근방식을 몇 주 만에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실제 뉴욕 변호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법원이 휴정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이혼 문의가 쇄도한다고 전했다. 뉴욕의 거물 변호사 윌리엄 D. 자벨은 이혼 소송 요청이 50%에 증가했다고 지난달 말 페이지식스에 밝혔다.

데미 무어 등이 고객인 유명 이혼 변호사 윌리엄 베슬로우는 코로나로 휴정한 법원이 재개되는 대로 이혼을 빨리 처리해주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안도 받는다고 말했다.

수잔 킴벌리 브래커 변호사는 “사람들이 서로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방아쇠 당기기를 망설이던 그의 고객들이 상담요청을 해온다”고 설명했다. 

신조어 코비디보스의 정의. 사진=보건복지부

영국에서도 비슷한 전망나와

찰스 왕세자 이혼 등을 담당한 영국의 유명 변호사 피오나 섀클턴은 "이혼 변호사들은 자가격리 후 부부들의 이혼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혼 관련 분쟁 문의가 여름휴가 기간이나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가장 많다고 말했다.

하딥 딜런 가정법 변호사는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 인터넷에서 ‘이혼을 원한다’는 검색량이 230%나 치솟는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코로나19 탓에 영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통제 풀리자, 이혼 발길 이어져

중국은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됐고 이동통제와 자가격리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만큼 이혼문제도 일찌감치 불거졌다.

중국 매체 청두상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쓰촨성 일부지역의 이혼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0%에서 20%로 증가했다. 쓰촨 다저우시 퉁촨구 결혼등기소에선 2월24일부터 3월11일까지 17일 동안 88건의 이혼을 처리했다. 3월12일 기준으론 100쌍이 갈라서겠다며 서류를 접수했다.

쓰촨 런서우현 민정국 결혼등기소 왕얀 주임은 “이혼을 하게 된 부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결혼생활에 균열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불만은 그 이전에 이미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혼서류 접수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사진=청두상보홈페이지 캡쳐
이혼서류 접수를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 사진=중국 청두상보홈페이지 캡쳐

산시성 시안의 17개 결혼등기소에선 3월 업무 개시 이후 많은 이혼 접수를 받았다. 후베이성의 가정폭력 대응 비정부단체(NGO)는 올해 1월23일부터 3월6일까지 젠리현과 첸장시에서 300건이 넘는 가정 폭력 사건을 접수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 중국 변호사를 인용, “3월 중순 이동제한 조치가 느슨해지자 이혼 소송 수임 건수가 25% 늘었다”고 밝혔다.

1월말 코로나19로 도시봉쇄 및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후 두 달여 동안 집 내부에서 부대끼며 갈등을 겪던 부부가 3월 비교적 활동이 자유롭게 되자,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19 위기에서의 이혼 증가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인가. 쉽지 않겠지만 가족해체 위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오히려 마음에서 가까워 진다?"

새로운 위기에 부부들은 민감해지고 겁이 난다. 계속 위기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면 해결책을 찾기 힘들고, 오히려 공포와 절망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런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인 부부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일하고 쉬고, 생각할 장소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배우자에게 방해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좋다. 부부 각자가 각각 '다른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펄스널 스페이스)을 가져야만 서로의 공간과 감정을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펄스널 스페이스의 정의. 사진=위키백과

펄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면 가장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가능한 타인과 밀착하고 싶지 않고 타인이 침범하면 불쾌하게 느끼는 거리가 있는데 이것을 펄스널 스페이스라고 한다.

즉, 사람의 신체를 둘러싼 개인 공간 영역을 일컫는다. 타인이 일정거리 이내로 접근 하는 경우,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펄스널 스페이스는 ▲밀접한 거리(연인, 가족 등), ▲개인적 거리(친구 등), ▲사회적 거리(일 관계자 등), ▲공적인 거리(강연, 연설 등) 4가지 범위로 나뉜다.

또한 외형적인 사람보다 내형적인 사람이, 여성보다 남성이 펄스널 스페이스를 넓게 취하고 싶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펄스널 스페이스의 밀접한 거리(연인, 가족 등), 개인적 거리(친구 등), 사회적 거리(일 관계장 등), 공적인 거리(강연, 연설 등) 4가지 범위(c)lesson101forps
펄스널 스페이스의 밀접한 거리(연인, 가족 등), 개인적 거리(친구 등), 사회적 거리(일 관계자 등), 공적인 거리(강연, 연설 등) 4가지 범위 (c)lesson101forps

특별한 활동 시도해 보기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는 절망적이며 무기력해지고 일상이 따분해진다. 노력해서 일상에 활기를 더할 방법이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향초를 켜서 집안 분위기를 색다르게 만든다.

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나 게임을 찾아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mbti 테스트(Myers-Briggs-Type Indicator)가 있다. 이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우 인기를 얻고 있는데, 100퍼센트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점집에 가서 궁합을 보는 것 보다는 성격적인 면을 알아보는 데에 더욱 객관성이 있으므로 이것과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면 좋다.

특히 부부의 경우 몰랐었던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 등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부부싸움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들을 피해서 안 하려 행동을 하면서 코로나19 시기에서 시간을 흥미롭게 보내며 더욱더 끈끈해진 부부사이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추천할 만한 활동이다.  

특별하고 유쾌한 경험들을 통해 서로를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낸다면 새로운 위기 상황에 대한 무서움이 잠시나마 잊고, 오랜만에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큰 결정은 삶이 정상화될 때” 

심리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가급적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즉 부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된 전염병 상황에서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언을 핑계로 한 서로에 대한 비판은 특별히 삼가야 하며 서로의 의견을 더욱 존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심리학회 교육심리학위원회 회원 겸 서남민족대학 사회심리학장인 첸치우엔은 “매일 좁은 환경에서 신체·정신적 스트레스와 이해력 부족 등은 쉽게 증폭될 수 있다”면서 “가족을 자신에게 맞추도록 강요하지 말고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사이에의 비판과 비난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분노에 대해도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혼과 같은 인생에서의 큰 결정은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며 삶이 정상화되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혼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혼이 삶에 주는 스트레스 지수는 배우자 사별에 이어 2위"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스트레스 지수를 100(배우자와의 사별)으로 빗대었을 때 이혼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이다. 3위는 별거 4위는 감옥수감 5위가 가족(친족)의 죽음 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혼은 매우 높은 지수라는 걸 알 수 있다. (c)psychologytoday.com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스트레스 지수를 100(배우자와의 사별)으로 빗대었을 때 이혼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이다. 3위는 별거, 4위는 감옥수감, 5위가 가족(친족)의 죽음, 6위는 부상을 당하거나 병에 걸렸을 때, 7위는 결혼, 8위는 직장에서의 해고, 9위는 배우자와의 화해 그리고 10위는 은퇴 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혼'은 매우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삶의 변화요소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스트레스 지수는 자살률과도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이혼은 아주 진지하고 신중하게 내려야 하는 최후의 결정이 되어야함 을 알수 있다.(c)psychologytoday.com 

새로운 위기에서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서로의 '소통'에 주목하기

부부는 서로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렇다면,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 등 가족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무엇인지 확실히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가족으로서 정서적으로 유대감을 갖고, 서로의 고통을 보듬어줄 수 있다. 

소통을 할 시에도 유념해야 할 것은 소통이라 부르면서 실제로는 언쟁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다분하기에 서로에게 진실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교환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쓸 때에는 조금더 솔직한 스스로를 발견하고 꾸미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그 예시를 기자가 써보겠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너에게.

너에게 사랑이었던 나를 원망 가득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기까지 너는 홀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나는, 그런 너의 눈빛에서 아파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을까.

너를 시들어지게 하고 망가뜨린 나인데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밖에, 그것 밖에 없었는데 나는 그런 너를 헤아리기보다 더욱 외롭고 아프게 만든 이기적이고 못난 사람이었던 것 같아.

너는...그런 너는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왜 '이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에서 나올 때까지 너의 아픔을 바라봐주지 않았던 걸까.

내가 이따금씩 네가 부족하다는 눈빛으로, 네가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너를 마주할 때 그 눈빛 앞에서 너는 얼마나 더 시들어져야 했을까. 가슴이 미어질만큼 속상했겠지. 후벼파이는 것처럼 아팠겠지.

왜 나는 너를 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헤아려주지 못했을까. 그 모든 후회를 쓸어 담으며 나는 결국 오만한 사람이었고 함부로 너의 감정을 여기는 못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깨닫는다. 

네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네가 답답해서가 아니라 그저 너에게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을 뿐이고 너라는 기적을 담기에 한없이 작은 사람이었을 뿐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내가 너무 늦게 알게 되었던 탓에 우리가 이렇게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한 번 더 용기를 내본다. '코로나' 따위에 쉬이 져버릴 정도로 우리의 사랑이 가볍지 않다는 걸 세상 모든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보여주고 싶다.

기대하기보다 서로가 받고 있는 사랑과 그 소중함을 간직할 수 있는 우리이기를. 주어진 순간의 소중함을 바라보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어리석음을 선택하지는 않기를.

다른 그 무엇 때문이 아니라 함께하고 있다는 자체가 위로이고 소중함일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사랑이 깃든 모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바라볼 줄 아는 우리가 되기를.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기를. 

늘 처음을 잊지 않기를. 처음의 그 마음과 너에게 주고자 했던 마음들을 간직하기를. 어떤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사랑의 위기가 찾아오더라도,내게 가장 사랑스런 사람은 나와 평생을 약속한 너 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지금 내 옆의 네가 일상 속 항상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지 못하고, 내 사람을 놓치고 나서야 이 모든 걸 알게 되는 후회 속에 나를 가두지 말기를. 그저 사랑하기를.

때로 사랑이 아닌 순간에도 미운 정, 고운 정을 하나씩 다 꺼내보며 그 세월들을 추억해, 네게 한결 같기를. 닳도록 아낌없이 내내 사랑하고 사랑이기를. 그 따스함으로 평생을 서로의 곁에 머무르기를..."

이런 식으로 솔직한 마음을 일기나 편지형태의 글로 옮겨 적어보면 처음엔 어색하거나 나만 알고 싶은 내 일부를 들켜버린 것 같은 다소 부끄러운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텍스트로 정리된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굳이 글재주가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마치 오늘이 서로에게 주어진 이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평생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코로나19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 내 옆에 있다면, 바로 '지금'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자. 그리고 그 마음을 아낌없이 마음껏 표현해주자.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위기도 거뜬히 넘어버리고, 오히려 이 힘든 시기가 미래엔 더욱더 단단하고 견고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아주 큰 힘과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결혼은 수많은 '용서'들이 모여 만들어 진 것이다" (c)happymarriage.com
"결혼은 수많은 '용서'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c)happymarriage.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