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석 “정신질환은 실존적 아픔…종교적 악령으로 보지 말고 위로하고 안아줘야죠”
오영석 “정신질환은 실존적 아픔…종교적 악령으로 보지 말고 위로하고 안아줘야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8.1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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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목회자 오영석 목사 인터뷰
정신질환은 실존적 아픔이지 종교적 악령의 의미는 아냐
안수기도보다 당사자의 슬픔을 경청하는 게 종교인의 자세
예수는 병든 자를 위로했지 모욕 주며 강제적으로 치유하지 않아
치유는 기도하고 성경 읽으며 가는 느린 과정…기도 한 번만에 치유? 말 안 돼
정신장애인은 육체보다 마음이 아픈 존재…많이 안아줘야
종교망상 빠지지 않으려면 성경 꼼꼼히, 차분히 읽어나가야
살아있다는 게 정말 기뻐…천국에 대한 소망이 삶을 이끌어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4년 장학생으로 대학을 다녔다. 당시 대학이 있던 한남동 일대에서 자신의 술 실력을 능가하는 인물이 없었다. 생맥주 1000cc를 3.5초만에 마시는 실력이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가 차량 판매 일을 했다. 다른 사원들이 한 달에 서너 대 팔 때, 그는 20~30대씩 팔았다. 하지만 3년 후부터 이상하게 차량 판매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사랑에도 실패했다.

회사를 떠난 후 중고차 딜러로, 보험회사 사원으로, 조직폭력배가 뒷배를 봐주는 포장마차도 운영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도박에 빠지게 되면서 거의 노숙자 비슷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죽음을 생각했다. 어느 날 환청이 들렸다. 성북구 수유리 시내의 한 지하로 그는 내려갔다. 그 지하에는 화장실이 있었고 화장실 구석에 락스가 있었다. 환청은 그에게 마시라고 명령했고 그는 생맥주를 마시는 실력으로 한 통을 다 마셔버렸다. 목에서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옷을 다 벗은 그는 대낮의 길을 무작정 달렸다. 경찰은 그를 정신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14번의 입원을 거듭했다. 3번은 강제입원, 나머지 11번은 자의입원이었다.

어느 날, 늦가을 무렵이었다. 입원한 정신병원의 작은 방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거기, 몇 명의 환우들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운명은 그렇게 바뀌었다. 그는 그곳에서 예수를 알게 됐다.

물론 인간이 어떤 종교를 갖게 된다고 해서 그가 순식간에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 건 아니다. 많은 회의와 의심의 시간이라는 광야를 거쳐 우선 그 믿음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종교, 혹은 믿음이 치유의 보조수단인지, 아니면 치료가 믿음의 보조수단인지 기자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어떤 이에게는 종교를 통해 은폐된 자신의 삶을 깨닫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순간이 있다. 치유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기자는 사실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약간의 저어함도 있었다. 정신질환과 치유에서 종교를 너무 강조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종교가 정신질환 치유에 주는 영향과 도움의 부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주술적인 치유에 빠지게 되고 이는 결국 치유의 시작을 더 늦추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기자는 그렇게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가족들을 만나면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허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했다. 물론, 기자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다.

경기 의정부에서 작은 교회 부목사로 일하고 있는 오영석(55) 목사를 만난 건 지난 11일 시청역 인근 카페에서였다. 그는 현재 신학대 대학원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 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그는 “예수를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다음은 일문일답.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첫 입원할 때 어땠습니까.

“내가 맥주를 빨리 마시잖아요. 그 실력으로 락스를 마신 거야. (내장이) 다 탔어. 피를 한 양동이나 쏟았어요. 수유역 근처에서 막 뛰다가 잡혀서 중환자실 갔다가 나중에 정신병원으로 갔죠.”

-늦게 발병한 사람일수록 치유와 회복이 빠르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33살 가을이었어요. 정신병원에서 예수님 만났죠.”

-모든 이들이 정신병원에 간다고 해서 하나님을 만나는 건 아니죠.

“하나님은 찾아오는 거예요. 저는 찬양과 기도 속에서 만났어요. 병원 입원해서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조그만 방에서 몇 명이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걸 보고 꽂힌 거죠. 그때 찬송이 ‘주의 나의 병든 몸을’이었어요.”

-그 만남이 인생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했습니까.

“나의 모든 것이죠. 자의입원 때는 무조건 성경을 가져갔어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유가 공부하고 싶어서이기도 했어요.”

-자녀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가족은 무당을 부르고 굿부터 합니다.

“잘못된 선택이죠. 그럴 가치가 없잖아요. 저도 예수 만나기 전에는 주술적인 삶을 살았어요.”

-아직도 교회는 정신질환을 하나님을 대적하는 죄, 악령이라고 인식합니다.

“목사들의 무지(無知)라고 봐요. 본인들이 병을 안 앓아봤으니까요. 정신질환은 깊은 우울증 같은 실존적 아픔에서 왔잖아요. 그럼 그 사람을 악령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안아줘야죠. 안수하는 게 아니라 들어줘야죠. 이 병은 앓아보지 않고는 진짜 몰라요.”

-악령을 내보낸다며 안수기도를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반대해요. 안수기도할 게 아니라 아픈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죠. 병을 앓기까지 얼마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가를 백 번이라도 들어야죠. 목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이들의 무지함 때문에 그런 거죠.”

-정신질환은 자기 죄 때문입니까, 아니면 부모의 죄 때문입니까.

“이건 누구의 죄도 아니라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밝히 드러내는 거죠. 내 꿈은 정신장애인들에게 복음 전하는 거였어요. 그들이 복음을 듣고 치유되기를 늘 바라요.”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언젠가 기도원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는 만성 정신질환자들이 기도하고 노래하고 목사가 정신질환자의 눈을 누르며 악령을 내보내는 의식을 하더군요. 옳은 행동일까요.

“저는 반대해요. 그 목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정신장애인들은 마음에 엄청난 아픔이 있어요. 저도 많이 아플 때 칼로 손목을 찍었어요. 손등이 칼에 박혔는데 안 아프더라고요.

일주일만에 병원 가니까 외과 의사가 왜 이제 왔냐고 해요. 저는 그 아픔보다 정신적 아픔이 더 컸어요. 거기에다 안수하면 더 고통스럽죠. 마음의 상처를 더 주는 거예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목사는 정신장애인을 향해 ‘사탄아 물러가라’고 축사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정신장애인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하더군요.

“성경에 보면 군대 귀신 들린 자나 혈루증 앓던 여자도 세상에서 왕따를 당한 이들이었어요. 예수님은 그들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축사하지 않았어요. 대신 시각장애인에게 진흙을 발라주고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말해줘요.

혈루증 앓는 여자에게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고 칭찬해주고요. 군대 귀신 들린 자에게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귀신에게 물어본 거잖아요. 인격을 모독한 건 한 번도 없어요. 그럼 목회자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위로하는 겁니까.

“예수님은 사람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힘들게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목회자는 사람 자체를 모욕하는 때가 있어요. 저는 정신장애인들이 기도원 가는 걸 반대해요. 얼마나 상처를 받고 힘들었는지 내가 겪어봐서 그래요.”

-어떤 상처를 받았습니까.

“모욕해요. 그때 상처를 더 받았어요. 차라리 커피 한잔 타 주면서 힘들었구나 이게 더 낫죠.”

-교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약한 자와 소수자를 상처 주는 집단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도 많지만요.

“우리 교회는 정기적인 출석을 하지는 않지만 정신장애인들이 많아요. 교회 안 나온다고 뭐라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 한 번 나오면 잘했다고 칭찬하고 간식이라도 싸주고요. 또 어쩌다 연락 오면 잘했다고 해 줘요. 계속 좋은 말을 해 줘야지 왜 지적을 해요.”

-성경의 축어적 의미에 매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정신질환은 치료를 받지 않고 기도로 나아야 한다는 요구도 합니다.

“아니라고 봐요.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서서히 다가가는 거지 기도 한번 딱 했다고 치유가 되나요. 말도 안 되는 거지.”

-기도를 해서 낫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약을 잘 먹으면서 천천히 나아가야죠. 기도만으로는 절대 안 돼요.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요.”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또 미치광이가 쇠사슬을 끊고 무덤에서 생활했는데 예수께서 축사를 하니 악령이 떠나갔다고 합니다. 신약에 나오는 이 악령 퇴치를 우리 시대는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요.

“처음 입원할 때 수유리에서 락스 먹고 옷 벗고 뛰었거든요. 피를 뒤집어쓰고요. 그런데 정신병원에서 예수를 만났어요. 인격적으로 그를 만나고 성경을 접하니까 벌거벗고 뛰던 애가 멀쩡해졌어요. 알코올중독자로 술에 미쳐있던 내가 예수님 때문에 술이 없어도 돼요. 힘들면 담배를 피웠는데 담배가 싫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 그렇게 돼요.”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걸 무슨 말입니까.

“인간이 이성적으로 잘 믿어지지 않는 예수님을 내가 만난 건 간절함 때문이었어요. 진짜 고침 받고 싶었어요.”

-정신병원에서 ‘내가 예수다’라고 외치는 한 인간의 실존적 선포를 단순히 종교망상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요.

“나도 예수였어요(웃음). 저는 조현병, 조울증, 알코올중독까지 중복이죠. 정신장애인들이 종교적 망상이 심해요. 그럴 때는 성경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종교적 망상에 빠진 사람들 보면 성경을 안 읽고 대충 아니까 내가 예수라고 외쳐요. 그런데 성경을 읽고 묵상하다 보니까 아니거든. 난 아니구나. 그게 깨달아져요. 신약의 마태, 마가, 요한복음 읽다 보면 내가 예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잘 모르니까 망상으로 빠지는데 저는 그마저도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불쌍히 여겨야죠.”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시려 합니까.

“그냥 그 사람들을 안아줄 것 같아요.”

-성경은 정신의학 서적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요.

“성경은 정신의학 서적이라기보다 인생과 인류의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료해주는 책이죠. 내가 누군지를 몰랐는데 내 죄로 인해 그가 십자가를 지고 죽으셨다는 게 믿어져요. 마음으로 위로해주니까 내가 누군지 알잖아요. 저요? 하나님의 자녀죠. 베드로전서 2장 9절에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날의 백성이죠. 내가 그걸 아니까 그때부터 어깨가 펴지는 거야.”

-성경을 의학적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많지 않습니까.

“의학적으로 보면 안 되죠. 인류의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봐야죠.”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의 경우 그렇게 말하면 안 들을 거 같은데요.

“그래서 꾸준히 전도하고 있어요.”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합니까.

“정신장애인은 아무것도 없는데 영적으로 교만해져요. 내가 그랬어요. 그때 성경을 처음부터 읽었어요. 성경을 한 페이지씩 넘긴다는 건 내가 겸손해진다는 거예요.”

-모든 정신장애인들이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냥 성경을 읽으라고 권해줘요. 그런데 위로해주는 게 먼저예요. 그냥 읽으라고 하면 안 되고 내가 이렇게 치유를 받았으니까 같이 한번 성경 펴고 읽어봅시다라고 권유해야죠.”

-기독교의 믿음 안에서 회복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회복됐잖아요. 오직 믿음 안에서요. 믿음은 성경 읽고 예배드리고 찬양하면 힘이 더 강해져요.”

-자주 묵상하는 구절이 있습니까.

“많죠. 이사야 41장 10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 됨이라. 내가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붙들리라.”

잠깐 동안 기자는 그가 외우고 있는 방대한 성경 구절들을 덤덤히 듣고 있었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존재들입니다. 종교는 이들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까요.

“우린 낙인찍힌 사람들이 아니에요. 구약에는 하나님이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고 해요. 신약 마태복음에는 고독한 자와 병든 자를 돌아보라는 구절이 나와요. 만약에 정신장애가 있다고 그를 미련한 놈, 또XX라고 하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고 성경에 씌어있어요.

그를 보호해주고 안아주는 기회를 주신 건데 사람들이 몰라서 기회를 걷어차요. 우리는 낙인찍힌 존재가 아니에요. 정신장애인들은 육체보다 마음이 더 아파요.

그러면 또XX 짓을 해도 안아줘야 해요. 백 번 천 번 만 번을. 그게 책임이에요. 낙인 찍혀? 어딜. 하나님이 그 사람을 낙인찍을 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부모는 ‘아이의 잘못이 당신 때문이 아니다’라는 말을 어쩌면 듣고 싶어할 겁니다. 정신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습니까.

“이 병은 부모의 잘못이 아니에요. 사회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세상 사람들은 돈과 명예를 갈망해요. 그런데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흡연실에 앉아서 초등학교 어릴 때를 얘기하고 있어요. 그럼 그 얘기를 듣다가 힘든 대목이 나오면 힘들었겠네요라고 말해줘요.

돈과 명예를 말하고 좋은 거 먹고 마시는 걸 얘기하는 게 옳은 거예요? 우리는 저런 쓰레기 같은 얘기를 할 게 아니라 우리 아픔, 우리들의 마음을 항상 얘기해야 돼요. 그게 올바른 거 아니에요.”

-과거 얘기를 한다는 게 옳다는 말입니까.

“정신병원 환자들을 보면 세상적인 얘기는 잘 안 해요. 어린 시절 추억 얘기든 어린 시절 상처받았고 왕따 당했던 얘기만 주로 해요. 정신병원에 가면 특히 그래요. 그 이유는 뭐냐면 저런 세상 얘기는 그냥 흘러갈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죠.

우리 마음의 상처의 얘기는 영혼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얘기예요. 돈이 중요해요? 중심에 있는 게 중요해요? 이 중심이 아파서 입원했잖아.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과거 얘기는 영혼의 이야기이다?

“세상 사람들은 물질과 돈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영혼에 대한 이야기한다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는 어떻게 종교를 믿어야 할까요.

“내가 힘들 때 전능하신 분이 계시다는 걸 단 한 번이라도 믿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만 마태복음을 펼쳐보라. 그리고 믿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예수를 믿으면서 내가 이렇게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이 기사를 내면 그걸 읽은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감정이입이 될까요. 목사님은 예수를 깊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정신장애인들은 공감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처음부터 예수님을 사랑하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에이, 설마’ 하죠. 저도 인격적으로 만나고 나서도 자꾸 회의가 든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사랑도 믿음도 쌓인다고 생각해요.”

-박사 논문 주제도 정신장애와 관련된 겁니까.

“그렇죠. 평생 이 길을 걸어갈 거니까. 오늘 설교할 때 그랬어요. 내가 평생 할 일은 수많은 정신병원과 정신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거다.

저는 제가 부목사로 있는 우리 교회를 예루살렘 본 교회라고 생각해요. 사도 바울도 예루살렘 본 교회를 기지로 해서 아시아 일곱 교회로 나가기도 했잖아요. 저는 박사 학위 받으면 또 정신병원으로 사역을 갈 겁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이후 오래 고통받으며 살아왔습니다. 돌아보니 삶이란 어떤 것이던가요.

“33살까지는 너무 헤맸어요. 그리고 정신병원을 14번을 입원해서 많은 고통도 받아봤고 낮병원도 3년 다녔고 시설에도 3년 다녔어요. 그리고 일반 병원에도 한 50번 넘게 입원했어요. 그런데 예수님 만나고 나니까 아픔 속에서도 항상 위로와 용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꿋꿋하게 살 수 있었어요. 삶이라는 건…지금 행복해 보이나요? 행복합니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오영석 목사. (c)마인드포스트.

-성경에서 항상 기뻐하라고 했는데 기쁘기만 하지는 못했겠지요.

“내가 살아있다는 게 정말 기뻐요. 무엇보다 내 인생이 끝나는 날 천국 가잖아요. 이건 기쁨이에요. 농담이 아니에요. 내가 어느날 죽으면 천국 간다는 걸 확실하게 알잖아요. 이게 너무 기쁜 거예요.

집사람이 아파서 두 아이 돌보는 걸 제가 해야 하고 대학원 장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 식물원에서 일을 해야 하고 해서 잠도 4시간밖에 못 자요. 힘들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주는 기쁨은 이것 위에 있어요. 그럼 힘들지 않아요. 천국에 대한 기쁨이 더 크기 때문에 세상사 일들이 별게 아닌 게 돼요.”

-보통 사람인 저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되네요.

“이해가 안 되죠. 하나님이 주신 기쁨이 세상 모든 걸 다 뛰어넘는 거예요. 실제로 그래요. 제 표정 보면 알잖아요.”

-하실 말씀이 더.

“내 친구들은 무조건 정신장애인들이에요. 정말 용기 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요즘 더 힘들어요. 코로나도 그렇고 여기저기 조현병 사고 터지고 하니까 점점 궁지로 몰리는 거 같아요. 용기 냈으면 좋겠어요.”

-용기를 내서 뭘 하자는 걸까요.

“하나님이 특히 우리 정신장애인들을 더 많이 사랑해요. 오히려 내가 장애인이고 또XX 짓을 하니까 더 많이 이해하시고 사랑하는 거 같아요.”

그가 웃고 있었다. 분명한 건 그의 웃음이 가식(假飾)이 아니라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홍소(哄笑)와 같은 아득한 풍경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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