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 비해 낮은 보수, 격무 시달려…형사 정신감정도 부담
법무부가 운영하는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치료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전문의의 진료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53.3%에 그쳤다. 정원 15명 중 8명만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법무병원은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범법 정신질환자 입원 치료시설이다. 형사재판에서 치료감호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와 감호를 함께 받는다.
치료감호법에 따라 국립법무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조현병과 조울증, 지적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현실 판단력이 떨어져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 ▲소아성애자·노출증 등 변태성욕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 면담치료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다.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 의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는 60명이다. 민간병원은 이 규정을 지켜야 진료비를 전부 받을 수 있어서 지킨다.
하지만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보수, 격오지 근무, 범법 정신질환자 진료 등으로 인해 정신과 전문의들이 이 병원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국립법무병원의 의사 1인당 담당 피치료감호 인원은 118명으로 적정인원의 두 배에 달한다.
충원 지연으로 인해 전문의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의의 누적된 피로도 또한 경계 대상이다. 정신질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진찰하고, 예후를 추정한 후 진단을 확립하고 치료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용된 정신질환자들 역시 불편을 겪고 있다. 정신질환은 초기 치료가 중요하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정신질환자 관리의 어려움이 생기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정신질환자의 재범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병원과는 다르게 국립법무병원은 치료 업무와 함께 국내 형사 정신감정 업무 또한 맡고 있다. 정신감정은 정신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것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에 영향을 미쳐 범죄 행위로 이어졌는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일반 병원들과는 다른 추가적인 업무에 맞춰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국가는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며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 예방에 필수적인 국립법무병원의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인력 및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