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범죄 사건에 ‘조현병 환자’ 강조한 종편 MBN에 낮은 수위의 ‘행정지도’
방통위, 범죄 사건에 ‘조현병 환자’ 강조한 종편 MBN에 낮은 수위의 ‘행정지도’
  • 김근영 기자
  • 승인 2021.10.0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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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심의소위 “MBN, 조현병을 시한폭탄으로 표현…문제의식 없어”
지난 5월 24일 MBN뉴스 보도. (c)MBN 뉴스 갈무리.
지난 5월 24일 MBN뉴스 보도. (c)MBN 뉴스 갈무리.

이웃을 살인한 용의자의 조현병 병력을 강조해 정신질환과 범죄의 연관성을 시사한 MBN뉴스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행정지도 중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지난 5월 5일 방영된 MBN 저녁 종합뉴스에서 “조현병을 앓던 40대 남성 A씨가 길을 지나던 60대 남성을 공격했다”며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조현병 병력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조현병과 범죄의 연관성을 임의적으로 구성한 뉴스였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방송에 대해 행정지도 중 의견제시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의견제시는 방송심의 의결 중 비교적 가벼운 행정지도다. 방송법은 의결 종류 중 수위가 낮은 것으로 의견제시, 권고 등을 들고 있다. 제재 수위가 높은 종류는 주의, 경고, 징계, 과징금 등이 있다.

의견제시의 경우 법적 효력은 없지만 상습적이고 변경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경우 법정제재로 가게 된다.

의견진술에 출석한 MBN 측 관계자는 취재 과정에서 정신장애가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타사와 취재 경쟁에서 ‘단독’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적시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MBN 관계자는 “밤 사이 취재한 사건을 다음날 아침 단독 보도했는데 기자들 사이 아침과 저녁 뉴스는 달리 나가야 한다는 그런 게 있다”며 “(저녁 뉴스에) 새로 업데이트해 보라고 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취재돼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MBN이 문제의 보도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조현병 환자의 인권과 관련한 보도를 다수 해 왔다고 밝혔지만 이들 기사에서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대목이 발견돼 되레 문제 의식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의 뉴스는 지난 5월 24일 보도된 “잠재된 시한폭탄 조현병 범죄…의사 없이 경찰이 판단?”이다.

당시 보도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아버지가 20대 조현병 환자 아들에게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며 “조현병 범죄는 잠재된 시한폭탄과도 같지만, 환자 상태를 맨 처음 살피고 강제입원을 하는 것 모두 의사가 빠진 채 경찰이 판단하게 하는 절차도 문제라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방심위 A 위원은 “조현병이 있는 이들을 ‘시한폭탄’이라 표현해 다가가서는 안 되는 존재로 그리고 있지 않나.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B 위원은 “심의 안건보다 더 무제는 후속으로 냈다는 기사”라며 “문제를 자각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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