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취업했다고 끝나는 게 아냐…최소 1년을 기다려주고 교육하고 지원해야”
“정신장애인 취업했다고 끝나는 게 아냐…최소 1년을 기다려주고 교육하고 지원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0.22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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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주최 정신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고용 및 취업 지원 토론회
대인관계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는 확률 정신장애인 27% vs 장애인 3%
당사자 관점에서 특성화된 직무개발에 초점 맞춰야
강점 발견하고 기회 주고 기다려주면 취업 유지 가능해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을 높이고 장기 근속을 위해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을 배려한 사회적 일자리 모델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현장 중심의 단계별 직업 교육의 활성화와 최소 일 년의 근무 기간의 보장, 고용된 정신질환자 직원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직무지도원 양성사업도 동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지원에 관한 조례 실천 방안을 위한 토론회-고용 및 취업 지원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정신장애인의 고용 현황은 장애 영역에서 가장 낮고 일하는 시간과 급여는 낮다”며 “단순 노무가 전체 장애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갈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이 돼도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27%인데 이는 전체 장애의 3%에 9배 높은 수준이다. 취업을 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직업 유지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상황이 타 장애인들에 비해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취업 초기의 진입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 관장은 “2020년 서울시 정신건강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1만3900여 명 중에서 7.4%인 1033명만 취업돼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평균 취업률 33%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7개소에 불과하다. 전체 장애 인구 중 정신장애인 비율은 여섯 번째로 많지만 서울시 전체 장애인직업시설 137개에 비해 미미한 숫자다.

문 관장은 “정신장애인을 둔 가족이나 당사자들은 중간 지원 조직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며 “중간 지원 조직은 취업지원센터, 장애인자립지원센터, 정신장애인 가족지원센터 등으로 이는 서비스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 더 필요한 서비스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정신장애인 권익옹호센터 등 중간 조직을 배치해 정신장애인에 적합한 취업 유형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공유 경제 등 정신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노동 영역을 확대해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파도손의 일자리 사업 원칙은 동일 노동과 동일 임금”이라며 “적어도 자립할 수 있는 기본 급여는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전문성을 지닐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가진 독특한 전문성을 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지는 것이 일자리 사업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신장애와 관계된 전문가들은 비당사자로 약물을 먹으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떤 것인지, 환청·환시가 보이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온전한 공감이 어렵다”며 “개인의 투병 경험조차 자원이 되고 경력이 될 수 있는 정신장애인의 맞춤형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파도손 자체 2020년 서울시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 참여자의 평균 입원율은 352일인데 일 년 동안의 고용을 유지하면서 입원율이 ‘제로(0)’로 떨어졌다. 적절한 노동 환경이 주어지면 입원율이 감소하고 이는 사회적 의료비, 사회적 부담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신장애인 취업과 고용을 위해서는 월급이 약”이라며 “당사자들에게는 인재개발원을 통해 교육과 급여, 일자리가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당사자 관점에 입각한 주체성 회복 지원을 위해 역량강화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천 가능한 교육 과정, 사회방위 관점이 아닌 당사자 관점에서 파악한 당사자 욕구를 중심으로 구성된 특성화된 직무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도 역설했다.

이어 “정신장애인 취업지원센터가 제도화되면 당사자 일자리의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에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당사자 맞춤형 일자리의 개발과 보급, 정신장애의 특수성을 배려한 사회적 모델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사회혁신기업 '향기내는 사람들'의 임정택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직업 유지율이 3개월에 18%다. 100명이 일을 시작하면 3개월 지나면 18명 남는다는 얘기다. 일 년이 지나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의 취업률과 직업 유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현장 중심의 단계별 직업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학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딴다고 일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일하는 현장의 동선도, 기계도, 사람도 다 다르기 때문”이라며 “현장 중심으로 일을 해야 적응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신장애인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어서 현장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들어갔을 때 적응이 안 된다”며 “취업 후에도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을 두고 그 시간 동안 반복 교육하고 지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옆에 붙어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춤형 일자리와 보장된 근무 요건 역시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임 대표는 “한 명이 갖고 있는 강점을 발견하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서포트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각자에게 적합한 직무유형에 맞게 취업 후에 보장된 기간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과 고용주들을 위한 정장신장애인 고용 및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 대표는 “기업이 정신장애인 고용에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업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면 정신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어떻게 고용하고 교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기업도 솔루션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이 왜 고용을 안 해 주는가의 질문으로 풀 수 없는 문제로 제도적으로 고용을 어떻게 하고 누가 돕는 서포트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할 수 있는 모든 정신장애인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게 교육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하고 더 많은 기업이 이들을 채용하고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신장애인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한 직무 훈련 아카데미의 구성 ▲취업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의 고용 컨설팅 ▲고용 유지를 돕는 직무지도원 양성 사업 등을 제시했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연구원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면 그가 직장하고 생활 거주지와의 거리가 짧은 게 중요하다”며 “필요하면 기숙사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장애인은 기능 변화가 별로 없지만 정신장애인은 약물 관리를 잘 해도 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다”며 “이 경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고 급여 일부가 지급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취업지원센터에서 일자리 모델 연구 개발 및 보급도 중요하다”며 “(고용과 관련한) 연구개발팀의 운영해 여기에 당사자와 가족이 참여할 수 있게 센터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취업 전 단계에서 강점 발견 프로그램 등 역량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회가 주최하고 최정순 서울시의원,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서울시정신재활시설협회가 공동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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