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하고 정신장애인 복지를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 편입해야”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하고 정신장애인 복지를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 편입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1.0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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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권리 보장 모색 연합추계학술대회 개최
ICF는 치료와 사회보장의 의사결정 당사자가 결정하는 이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반영해 정신장애 퀄리티 라이츠 툴킷 구성
장애인복지법 15조 폐지돼도 정신장애인 복지 수요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필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복지법으로 나눠 국제 이념 반영해야
정신장애인에 주거 제공과 의료재활 지원을 분리해 시행해야
15조 폐지 후 정신장애 복지를 장애인복지전달체계로 편입해야

정신장애인의 완전한 권리 보장을 위한 복지체계 개편 방안에 관한 연합추계학술대회가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이념에 기반한 정신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복지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폐지와 장애인권리협약의 이념을 구현하는 지역사회 통합적 돌봄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발제를 맡은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 회복 모델은 그간 ICD(치료 모델), ICIDH(재활 모델), ICF(사회보장 모델)로 진화해 왔다”며 “이후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면서 이 이념을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50년대 국제질병분류 ICD를 장애 기준을 채택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이념에 기반한 이 이론은 법적 강제성은 없이 정신장애인이 치료받아야 할 대상으로의 선언이었다.

이후 1980년대 재활에 중점을 둔 치료 모델 ICIDH가 채택되면서 재활 이념이 세계적 모델이 된다. 이어 1991년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 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MI 원칙)을 세계보건기구가 채택하면서 재활 모델은 정신장애 치료 접근의 기본이 된다. 한국은 이 이념을 토대로 1995년 정신보건법을 제정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장애를 보는 관점이 개인을 넘어 환경의 문제로 규정되면서 장애가 상대적 개념으로 전환되고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의 책임, 사회안전망의 구축 등이 새로운 치료 모델로 등장한다. 사회보장이 강조된 ICF의 채택이다.

강 교수는 “ICF 관점에서 상대적 장애는 판단을 할 때 관점이나 주체가 있어야 한다”며 “이 판단이나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이냐. 바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와 재활, 사회보장에 관계된 관점을 당사자 중심으로 보고 의사결정은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이 안에서 정신건강 서비스가 이뤄지게 하는 관점이 인권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유엔 192개 국가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장애인권 관련 법이다. 이후 각 국가는 이 이념의 실현을 초점을 두는데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에 인권 기반의 치료를 의미하는 퀄리티 라이츠 툴킷(Quality Rights ToolKit·QRT)을 발표한다. 이어 2019년 이의 실행을 위한 퀄리티 라이츠 머티리얼(Quality Rights Material·QRM)이라는 자료집이 나온다.

강 교수는 “QRT는 서비스 운영자의 입장에서 우리 기관이 잘하고 있냐를 판단하고 정부에서도 인권 관점에서 기관 운영을 판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갖는다”고 말했다.

QRT는 장애인권리협약을 반영해서 적정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권리, 신체·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 자유와 안정을 누릴 권리, 고문과 학대로부터의 자유, 지역사회에 통합해 살 권리 등 5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강 교수는 “QRT의 적용은 지역사회 중심”이라며 “협약이 말하는 건 지역사회에서 서비스가 진행되야 하고 멘탈 헬스 응급서비스 역시 지역사회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정확히 이해하고 QRM이 말하는 철학을 사회 전체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이나 QRM에 기반한 법 개정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입법 등 법 환경이 결정한 인식은 당사자를 포함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중 인식 개선을 해 왔다”며 “하지만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일단 법을 개정하고 복지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원칙과 관점은 장애인권리협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애인권리협약 관점으로 간다고 해서 의료나 재활, 복지 서비스를 배척하는 건 아니”라며 “재활 서비스가 장애인권리협약 이념에 맞게 작동하게끔 돼 있느냐의 부분과 사회안전망 자체가 역시 이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가 정신장애인만 복지 서비스에서 제외된 것을 삭제하고 장애인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에 포함돼 고용 지원 제도, 장애인복지관 이용, 공동생활가정 주거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복지법에 등록된 정신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고 미등록 정신질환자는 서비스에서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담긴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의 복지 서비스 조항은 임의 규정이고 강제성 또한 없어 사문화된 조항으로 기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둘 다 소외된 상태에 있다.

염 변호사는 또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돼도 정신장애인 고유의 복지 수요는 충족하기 어렵다”며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 개정이나 별도의 입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 복지 정책과 관련한 전반적 사항을 망라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문제를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장애인권리협약 이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문제를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정책을 제시해 현 장애인복지법을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복지법으로 나눠 국제적 이념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 정의를 국제 기준에 맞게 사회적 장애로 규정하고 장애인권리협약의 이념을 반영해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 권리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권리보장과 관련해 현재 자의입원으로 분류되는 동의입원을 폐지하거나 실질적 동의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절차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강제입원도 서면에 의한 형식적 운영이 아닌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개선을 통해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 권리보장의 단계적 접근 방법으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입법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혹은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 ▲정신장애인 복지와 치료의 이원화를 주장했다.

김문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 “국가의 정신장애인 복지 관련 문제는 정신장애인 복지 공급의 부족을 의미한다”며 “정신장애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통합해 살아가는데 필요한 복지 지원이 불충분하며 서비스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 정의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2005년 시행된 사회복지사업의 지방 이양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의한 장애인 전달체계 배제 ▲정신건강복지전달체계 재정 대부분이 입원치료에 사용돼 지역사회 재활 재원이 부족한 점 ▲정신건강 증진 중심의 정책적 지향으로 복지지원에 대한 문제 인식의 부족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이 갖는 정신의료에 대한 독특한 요구와 주거 지원이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정신장애인 주거 지원은 발달장애인과 다른 유형과 주거 지원이 달라야 한다고 인식하기 쉽다”며 “하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한 주거 지원의 방향성은 주거 제공과 의료 재활 지원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이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정신장애인 복지에 차별을 구성한다면 법 개정 후에는 정신장애인 복지를 장애인복지전달체계 내로 완전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며 “이는 정신장애인에게 보편적 장애인 복지 지원에 대한 동등한 접근을 보장하며 상징적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이용 가능한 복지 지원에 대한 접근 장벽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복지법 및 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개정해 점진적 탈원화 및 탈수용화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59개소의 정신요양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하고 신규 설치를 금지해야 한다”며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민간 정신의료기관 병상을 모두 폐쇄하고 공공병원에만 입원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권익옹호 체계는 현재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며 “차별에 대응하는 것은 철저한 당사자 중심의 활동이며 경직된 공공전달체계에서는 관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차별에 대한 대응은 당사자 단체 등 민간단체에 프로그램 예산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15조 폐지 이후 복지에 관한 사항들은 복지법으로 일임해야 한다”며 “보건의료에 관한 사항과 보건의료 체계 내의 권리 보장, 대안적 치료 등은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별도 입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 별도의 지원법 제정 추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제15조가 폐지돼도 장애인복지법의 복지서비스가 등록 정신장애인에 한정되는 문제가 남는데 이는 커밍아웃을 꺼리는 정신장애인에게 장애등록 여부로 서비스 차별을 받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시급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 정신장애인 외에 치료를 받고도 증상이 계속되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증빙해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으로 간주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이는 법률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의 개정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신건강복지법에 해당하지 않는 초발 정신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 변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제4장 복지서비스는 장애인복지법과 중복되는 것이므로 삭제해야 한다”며 “초발, 급성기 정신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고유의 복지서비스로 위기 지원, 의사결정 지원, 전환 지원, 회복 지원 등 서비스를 규정하고 당사자 동료단체가 이를 지원하는 근거를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 정책위원은 “제15조의 정신건강복지법 조항을 삭제하고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장애인복지시설 종류에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정신재활시설을 추가해야 한다”며 “이 경우 정신재활시설은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이중 지위가 타당한 근거를 갖게 되고 장애인복지법 상의 정책 수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 규약 수준에 맞춰 정신장애 당사자 관점에서의 자유권 존중, 선택권의 보장, 자기 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 의사 표현 보장 등이 이뤄지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병은 행복농장 이사장(정신과 전문의)은 “정신병원에 갇히는 것, 정당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수용되는 것이라 두려워한다”며 “탈시설화의 첫 단계는 정신병원이 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 케어는 정확히 말해 케어 인 더 커뮤니티(Care in the Community)”라며 “공동체 안에서 돌보는 것으로 정신병원은 병원이 되고 그 병원이 지역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 관련 연구용역이 11월에 결과가 나온다”며 “연구 결과와 의견을 수렴해 두 개의 법 사이에서 이중적 지위를 가진 정신질환자의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게 충분히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5YQTY_Us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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