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엄마의 위로]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당사자 엄마의 위로]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 당사자어머니
  • 승인 2021.11.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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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 아들 돌봄 속 깨닫게 된 삶의 의미들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우울 찾아와
아이 문제는 다 엄마 탓이라는 비난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
“아이가 이렇게라도 버틴 건 어머니의 노력 때문” 위로에 오열
아이 행동에 휩쓸리기보다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 돼
“어머니 그동안 너무 힘드셨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c)saude.abril.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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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계세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처음에는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로 인해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을 위해 경험담을 써달라고 하셔서 좋은 일도 아닌 집안의 문제를, 내 아이의 문제를 떠벌리는 것 같아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사춘기 자녀로 힘들어한다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그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때가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에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지금 내 아이가 괜찮아져서?

괜찮고 아니고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건 제외하기로 하고 제가 겪은 일들이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도 아닙니다.

단지 정말 힘들 때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에요.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셨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됐는지를 생각하면서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신 어머니들께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도 하면서 눈이 짓무를 정도로 많이도 울었습니다. 우울증이 걸릴래야 걸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아파도 아플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전화벨이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는 증상이 생겨버렸습니다. 이제는 많이 내려놓고 좀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지금도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눈물이 납니다.

물론 최선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난 최선을 다해 키웠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지? 난 최선을 다해서 키웠을 뿐이데. 이런 내 마음을, 엄마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걱정을 하는데 너는 왜 엄마 마음을 몰라주는 것일까?

엄마로 살아가는 것에도 자격증이 필요한 것일까? 엄마로서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 힘들면 엄마들에게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에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문제는 다 엄마 탓이라는 비난을 받을 때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지만 친구들을 좋아하고 관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철없고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친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결이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릴까봐 속을 끓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놀 친구를 찾아 헤맬 때마다 그 아이에 대해 알아보곤 할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열심히 친구들과 어울리며 잘 놀았습니다. 모듬 과제가 있을 때마다 그 친구들을 다 집으로 끌고 와서 ‘놀기 반 숙제 반’ 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학교생활을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말도 안 하고 방에만 틀어박히고 계속 밖으로 돌아다니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아이가 교생 선생님에게 유서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주었다고요. 그 편지가 문제가 돼 저는 교장 선생님 이하 10여 명의 선생님들께 둘러싸여 추궁 아닌 추궁을 당해야 했습니다.

(c)saude.abril.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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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마음을 친구가 장난을 치자고 해서 쓰고 서로 돌려서 읽을 정도로 장난 반으로 시작한 행동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그걸 아이들 장난으로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에 대해 주시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해서 “아이가 하교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운동장에 있다. 무단횡단을 해서 펜스를 넘어 학교에 왔다. 하교 후에 집으로 가지 않고 멀리까지 다닌다” 등등을 말씀하셨습니다.

친구들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겠다며 그냥 힘들다고만 하더군요.

갑자기 사춘기가 온 아이에게 일일이 추궁하는 것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저는 아이 눈치만 보여 관심을 가지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같이 해 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때가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시작이었던 같습니다.

아이 문제는 엄마탓이라는 비난에 위축된 시간들

밤하늘의 달을 보며 울고 삼겹살이 구워지는 모습을 보며 고기가 운다며 어떻게 그걸 먹냐고 돼지가 불쌍하다고 울고, 텔레비전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대성통곡을 할 정도로 울면서 자기 감정을 어쩌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나 했던 어느 날 학교에서 또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자해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때가 학교에서 위클래스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아이가 다니는 정신과에 가는 중이었는데 병원에 가서도 계속 울기만 하고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그냥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사이 아이 아빠가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죽고 싶으면 죽어버리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아이가 계속 울다가 실신까지 해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문제가 된 그 날 이후 좀 조용히 지내는가 싶었는데 자기 방에서 다들 잠든 후에, 학교나 공원의 화장실에서 계속 자해를 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는 정말 힘든데 어떡하냐고, 아플 때만은 힘든 걸 잊게 되어 그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해도 좋으니 그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빌기도 했습니다. 다른 식의 방법을 찾아보자고요. 자기도 자해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며 얘기도 하지 않고 도움을 원하는 것 같으면서도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 이 모든 행동들이 아이가 마음이, 의지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마음수련 학원도 보내보고 댄스나 여러 가지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들을 시켰지만 처음 마음과 달리 한 달로 안 돼 그만두고 별로 효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던 것이.

교실에 들어가면 숨이 안 쉬어진다고 들어가지 못하고, 아이들만 보면 움찔움찔 숨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로도 하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란 말도 하고, 어쩌다 교실에 들어가면 칭찬도 해 주기도 하고요.

그런 생활을 하던 중 또다시 학교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 이하 10여 명의 선생님들께 둘러싸여 이번엔 취조를 당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병원에 아이를 입원시키라고 하더군요.

정상적으로 밥을 먹고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올 수 없다고요. 괜찮다는 진단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강제로 학업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같이 불려간 아이 아빠는 한 번만 봐 달라고 울었습니다. 저 역시 요즘은 아이가 교실도 들어가고 무언가 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니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그때도 문제가 되면 강제로라도 전학을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들은 계속 우리 아이를 정신병자 취급하면서 이상한 아이로 밀어붙였습니다. 아이 아빠는 죄송하다고 한 번만 봐 달라고 비는데도 계속 안 된다고 하는 말에 화가 나서 제가 그때 무슨 맘이었는지 학교 안 보내겠다고, 병원에 가서 진단서 가져오겠다고 하고는 나와버렸습니다.

(c)proamiti.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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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결심을 믿고 큰소리를 쳤지만 저도 사실은 두려웠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래도 아이의 용기에 힘이 나더군요.

엄마는 네가 마음만 먹고 노력한다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하면서도 사실 무진장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빠도 엄마인 저에게만 맡겨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내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아이한테 내색하지 않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니다.

자해하는 아이에 “하지 말라” 호소…학교 측 “아이 학업 중단시켜야 해”

그때는 대학병원의 가장 유명한 교수님께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한 달을 기다려야 했고, 무조건 당일 진료가 가능한 곳을 찾아 강남세브란스병원까지 다녀왔습니다. 몸이 아파서 기운이 없는데도, 아이가 해 보겠다는데 내가 못할 게 무언지 난 다 할 수 있어라는 일념으로 먼 곳까지 한걸음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때는 아이가 다시 전처럼 돌아온 때라 진단서를 받아 담임 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다음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끝은 없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또다시 힘들어했습니다.

아! 내가 도대체 뭘 더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긴 한 건지, 오히려 나 때문에 아이가 망가지는 건 아닌지 내가 없어져야 하는 건지,

그때부터 저도 우울증에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런 의지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바라봐지지도 않았고, 힘들다고 나도 이젠 기대고 싶다고 아이 아빠한테 그렇게 애원했지만 그 당시 게임에 빠져있던 아빠로 인해 저는 또 한 번 좌절해야 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 누구보다 어머니가 가장 힘드셨을 거예요”라는 담임 선생님의 첫 마디에 정말 전화 통화 내내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 노력을, 힘들어하는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니 고생 많으셨어요. 지금껏 아이가 이렇게라도 버틴 것도 어머니의 노력이 있어서예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에요. 제가 3학년 잘 마무리해서 고등학교에 잘 보낼게요” 하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고 아이의 문제는 엄마 탓이라고 비난만 했었는데 선생님의 그 말들로 그동안 힘든 시간과 마음을 한 번에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아이는 그렇게 중학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졸업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는 한동안 자해도 하지 않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공부는 하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서니 다시 자해를 시작하더군요.

지금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도대체 그 시간들을 다시 반복할 자신이 없어서 울면서 내려놓는 심정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힘들게 버틴 시간들이 종이에 이름 석자 쓰는 것만으로 자퇴가 결정되는 것을 보고 참 마음이 이상해지더군요.

중3 담임선생님 전화 “얼마나 힘드셨어요?” 위로에 오열

지금 아이는 자해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또 언제 강압적인 시간이 오면 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에 대해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고, 그저 한 가지 바람은 학교만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것이었는데 그걸 내려놓고 나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휩쓸리고 힘들어하던 때에 비해 한걸음 떨어져서 보게 됐습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붙잡고 힘들어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이젠 제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진통을 겪으면서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그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 말을 들을 나이는 지났고 차라리 같은 경험을 한 선배 한 사람이 저보다 더 힘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c)cevisa.org.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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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문제 행동은 무조건 부모 탓이라고 하더군요.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엄마가 되는 순간 죄인이 된 거라고요.

나는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는데 왜 내가 죄인이 되어야 해. 평생을 살면서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살아올 정도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가 죄인이 되어야 해.

정말 힘든 시간들이었습니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잃어버리고 삶의 방향이 흔들렸습니다.

날마다 꿈을 꿨습니다. 언젠가 내가 죽을 때 내 아이는 내가 안고 가야지…하는 결심을 하는 그런 꿈을요.

한때는 부모가 자식들을 죽이고 자살을 하는 내용의 뉴스를 볼 때마다 분노했었습니다. 자신이 힘들다고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를 자기의 삶을 살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부모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 되었지요. 그런데 그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성장하고…나는 어느 정도 떨어져 지켜보기로 해

물론 힘든 시간을 겪는 아이가 저보다 더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아이가 힘든 것만 강조해서 무조건 참으라고 하고 무조건 뭔가를 하라고 하지 그 과정을 같이 겪는 엄마에게 위로를 건네는 곳은 없었습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데 뭘 더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저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너의 뒤에 있다는 믿음을 주면서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머니 그동안 너무 힘드셨죠?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저도 이 말이 힘이 되었듯이 아이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다만 적당한 거리에서 아이가 의지할 수 있도록 그런 존재가 되어주세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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