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정신건강 정책, 병원 기반 사례에서 당사자 권리 기반으로 이행되고 있어”
“서울시 정신건강 정책, 병원 기반 사례에서 당사자 권리 기반으로 이행되고 있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1.23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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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 정신장애 정책 집담회 열려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 국가 책임 강화하고 인권 의제 끌어올려
서울시 정신장애 서비스 체계, 정신건강을 권리 기반으로 접근해
자립생활주택·지원주택 성과는 탈시설에 ’첫발‘…서울시 인식이 큰 의미
시, 정신재활시설에 209억 지원하고도 적극적인 활용하지 않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제공해야 병원 입·퇴원 회전문 현상 막을 수 있어
응급 상황 시 강제입원 대신 안전한 환경 제공하면 위기 넘길 수 있어

정부와 서울시의 정신건강 정책이 기존의 병원 기반 사례관리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에 기반한 접근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숙자 시설 대책에 비해 아직 미미하지만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울시 자립생활주택과 지원주택이 탈시설화을 이끌어내는 초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신과적 상황인 위기와 응급 개념을 구분해 이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3일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한 ‘정신장애 정책 집담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강인영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사무국장은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 대해 “정신건강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내고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 책임으로 강화한 것이 핵심”이라며 “삶의 질과 인권 증진을 위해 의료 세팅보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해 보자는 게 키워드”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이 기본계획은 정책 패러다임 안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고 이전의 치료적 접근에서 인권 증진이라는 의제를 끌어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탈원화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고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역시 보건복지부 기본계획과 비슷한 유형의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계획을 생산해오고 있다. 특히 자립지원 사업과 지원주택 제공 등에서는 중앙정부보다 선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시는 정신보건 정책에서 정신질환자 치료 체계 강화, 지역사회 정신건강 돌봄 강화, 당사자 권익 증진, 자살예방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현재 정신질환자 거주서비스와 관련해 자립생활 주택 28개, 지원주택 3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강화를 위해 정신건강통합센터도 내년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강 국장은 “서울시 정신장애 서비스 체계는 정신건강을 권리 기반으로 접근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마음건강권이라는 꼭지를 내세워 권리적 접근이 이뤄진 게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자립생활 지원 중 주택의 다양한 모형을 마련해서 지원한 부분이 성과”라며 “정책 계획이나 집행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를 위한 인프라는 늘어나는 상황인데 당사자가 어떤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는 시 통합관리센터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시 지도 안에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차지하는 위상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중랑한울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서울시는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3개소가 생기면서 정신장애인 자립 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는데 실제 활동을 보면 권익 옹호 부분이 가장 많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제도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정책 제안, 대안적 활동, 차별에 적극적 대응하면서 당사자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며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개소되고 시 보조금 지원을 받고 공식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 전문가들과 같은 위치에서 주체적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서울시 지원을 받는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3개소다. 서울시 자치구 25개소를 기준으로 5개 권역마다 센터가 하나씩 개소돼 총 5개소가 운영되는 게 필요하지만 시는 내년에 센터를 세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자립생활주택, 지원주택은 이미 장애인 분야와 노숙자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돼 오고 있다. 정신보건 분야에서 주택 논의는 2019년 처음 서울시 의제로 올려졌다. 자립생활주택은 2019년 22호, 2020년에는 누적 28호가 생겨 여기에 10억 원의 시 예산이 들어갔다. 지원주택은 2019년 16호를 시작으로 2020년 누적 36호, 2021년 누적 56호까지 진행되고 있다. 시는 내년에 지원주택 누적 76호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도 6억9000만 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자립생활주택, 지원주택이 생기면서 성과는 탈시설”이라며 “기존 정신보건에서는 어떻게 치료과 재활 서비스를 잘 받을까 중심의 사고였는데 이제는 시설보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서울시가 인식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신장애인에게만 규정된 시설 입소 3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퇴소해야 하는 불합리한 주거 정책에서 지원주택과 자립생활주택 모형은 거주의 대안이 된다는 평가다. 이는 당사자들이 입소 기간 만료 후 다른 시설을 찾아 전국을 떠돌다가 병원으로 재입원하거나 요양시설로 들어가는 회전문 현상을 막는 장치가 된다는 분석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등 타 장애유형의 시설 거주 기간은 제한이 없다.

서울시는 또 19억4000만 원을 투자해 정신건강통합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경우 기존에는 정신건강서비스 시설에 등록한 사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등록하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어 지역사회 종합사회복지관 2곳과 연계해 복지관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비는 1억 원이다. 복지관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최 센터장은 돌봄체계에서 정신재활시설의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주간재활시설 25개소, 공동생활가정 52개소, 직업재활 5개소, 중독재활 3개소, 종합복지관 1개소에 총 20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이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서울시는 계획이 없다”며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장애인들이 소통하고 관계망 확장을 위한 장이 되고 자립의 발판 역할을 했는데 정신재활시설이 민간이라는 이유로 시는 전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 센터장은 “퇴원 이후 병원 기반 사례관리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가의 내용은 전무하다”며 “지역사회에 살아가게 하는 기반이 있어야지 병원 기반 서비스로 낮병원을 이용하다가 안 좋아지면 다시 입원하는 회전문 현상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은 “서울시는 정신응급 및 위기 대응 체계 강화를 핵심으로 사례관리의 활성화와 정신건강복지센터 확충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서비스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또 행정입원 시 지원확대, 이송 체계 확립, 낮병원 활성화를 제안하고 있어 의료 중심적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서울시의회가 실시한 서울형 정신장애인 커뮤니티 케어 모형 개발 연구에 따르면 당사자들과 가족은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실무자들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실무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배 연구원은 “서울시는 응급대응 인력이 1~2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응급상황 발생 시 출동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출동을 하면 전화 받을 사람이 없어 출동을 못 한다고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지역사회 지원을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위기’와 ‘응급’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18년 발간한 정신응급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응급’은 정신과적 증상으로 자·타해의 위험이 발생한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이 센터에서 유사한 시기에 발간한 다른 매뉴얼에는 ‘긴급한 개입이 없으면 자·타해 위험을 초래하게 돼 즉시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위기‘로 명시하고 있다.

배 연구원은 “비슷한 상황을 가지고 한쪽에서는 위기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응급이라고 명명하고 있다”며 “두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해야 응급에 맞는 서비스, 위기에 맞는 서비스가 적절한 방법으로 제공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위기 상황에서는 강제적 입원 조치가 아니라도 정서적 지지나 안전한 환경에서 휴식만 보장되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는 당사자들의 욕구가 많다”며 “자·타해 위험성을 포괄하고 있는 응급 상황뿐만 아니라 조금 덜 심하지만 포괄적인 위기 개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은 “당사자 단체는 당사자를 직접 고용하고 생존권을 보장하고 정신의료기관에서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동등한 동료상담으로 같이 나눌 수 있다”며 “자기결정권에 기초한 개인별 자립생활 지원을 제공한다는 게 정신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 문제를 완화하고 당사자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며 “당사자 주도의 대안적 서비스 체계 발굴과 당사자 단체의 전국적 조직 형태로 발전으로 단체 부흥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동료지원은 단순히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경험담을 공유하는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삶의 목표를 달성하고 인가다운 삶을 살기 위해 상호교류하는 활동”이라며 “경험의 교환과 지지 체계를 형성하고 당사자의 지역사회 정착 및 회복을 촉진하는 요소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운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지역에서 정신의료기관, 재활시설, 요양시설 등 정신건강 관련 시설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고 사업이 중복돼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해 생활하는 데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신장애인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공식적 협의 기구가 운영돼야 한다”며 “정신 관련 센터와 시설들이 가칭 정신건강협의체 같은 공식 협의기구를 만들어 분기별로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회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m60xnh5gv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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