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운동은 당사자가 중심이어야 하며 이 원칙을 지켜야 단체의 정체성 지킬 수 있어”
“당사자 운동은 당사자가 중심이어야 하며 이 원칙을 지켜야 단체의 정체성 지킬 수 있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2.09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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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대회 개최 “우리들 스스로!!” 슬로건
동료지원 활동은 당사자 입원율·입원일수 줄이고 사회적 비용 줄여
대만, 동료지원 영역 정신보건법에 넣기 위해 법 개정 중
호주 국가정신건강위원회, 동료지원가는 정신보건팀과 동등한 지위
당자자 빈곤이 문제 핵심…증상과 불안 등이 당사자 조직화 어렵게 해
가칭 ‘정신장애인사회행동연대’ 소셜 액션 단체 만들어야…당사자와 가족간 파트너십 중요

9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제2회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 대회 ‘우리들 스스로!!’ 발제에서 대만은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신보건법 개정을 진행 중이며 호주 국가정신건강위원회는 동료지원가의 전국화를 국가 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한국 당사자운동은 효율성만 앞세워 당사자의 가능성을 믿지 않을 경우 당사자성은 훼손되며 정신장애인사회행동연대 같은 정치적 힘을 가진 조직을 당사자와 가족이 연대해 구성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발제를 맡은 대만의 리 샐리 당사자운동가는 동료지원 활동의 원칙으로 ▲공동생활 경험에 기반한 상호 이익 ▲검증 경험에 대한 지식 ▲리더십 ▲연결 구축을 제시했다.

그는 “동료지원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지원해 회복을 촉진하는 입증된 자원 중심의 치료 방법”이라며 “정신질환의 낙인을 제거하고 글로벌 정신건강 분야에서 미개척 자원인 ‘사람 중심’의 담론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리 운동가는 “동료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공감과 존중, 지식과 성장, 삶의 질의 향상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측면에서도 입원율 및 입원일수를 줄이고 총 서비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동료지원가가 자격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경청, 타인의 결정권에 대한 존중, 삶의 의미와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동료지원가는 자기 수용과 개인적 성장을 통해 ‘나는 질병에 대한 나의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동료지원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케어하기 위해 지역사회로 가고 낙인을 제거하기 위해 교육하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를 홍보한다”고 말했다.

리 활동가에 “대만은 동료지원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신보건법을 개정 중”이라며 “예전의 동료지원은 정신장애가 아닌 타(他) 장애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정신보건법 개정을 통해 동료지원을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기대하는 결과는 동료지원가들이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지속의 공유, 기술 습득을 통해 자신이 관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건강과 인권 증진을 위한 실천과 정책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헤퍼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州) 정신건강위원회 부위원장은 호주 당사자 운동과 정신건강위원회의 역할을 발제했다.

호주는 2012년 국가정신건강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지역사회 기반의 동료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사자가 주도하는 서비스로 시작된 동료지원가는 ‘호주 보건 인력’과의 협력을 통해 정신건강 인력으로 흡수된다.

국가정신건강위원회는 당시 동료지원가가 정신건강 지원팀에서 ‘추가적’ 인력이 아닌 팀 동료로써 동등한 지위여야 한다는 규정을 달았다. 봉사자가 아니라 기술·훈련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팀 부위원장은 “동료지원가는 회복 중심의 정신건강 서비스의 핵심 구성 요소”라며 “정신건강 서비스 분야의 동료지원가를 전국적으로 늘리는 것이 국가위원회의 향후 10년 시행 전략으로 유지되는 우선적 과제”라고 말했다.

호주 국가정신건강위원회는 2021년 말까지 동료지원가 개발 지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정부와 고용주, 동료지원가들에게 인력 유지와 지원에의 공식적 지침을 제공한다.

호주 보건부는 동료지원가 단체의 설립을 위한 조사 의무를 국가정신건강위원회에 할당했다.

팀 부위원장은 “향후 방향은 동료지원가들이 회복 코치로 일하고 고유한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응급 부처 및 아웃리치팀에 대한 대안으로 자살예방 동료지원가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단체의 태생이 어디서 출발했느냐에 따라 단체 성격의 본질이 된다”며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은 당사자 중심이어야 하며 이 원칙을 지켜야 당사자 단체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사자들의 빈곤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며 “빈곤, 번뇌, 증상, 불안이 당사자 중심의 조직화를 극단적으로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견 차이 및 관점의 차이, 성격의 차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모두 모임의 연속성에 걸림돌이 된다”며 “비장애인과의 기능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또한 결국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장애인과 어떻게 평등한 관계 속에서 조직을 건강하게 할 것인가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당사자 조직의 성장 원동력은 당사자들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당사자의 가능성을 믿는 것으로 그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면 그가 일을 할지라도 당사자성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목우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는 “당사자 활동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을 일컬어 ‘하티즘(Heartism)’이라고 말한다”며 “당사자 가슴 안에 있는 마음을 끌어내 운동의 동력으로 삼고 세상의 잣대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운동의 과정이 진정한 자기로 서는 과정과 맞물려 당사자에게는 해방의 경험을 비당사자에게는 연대의 계기를 요청하고 싶다”며 “우리의 광기가 사랑과 우정의 광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순득 수원마음사랑 대표는 “사회심리적 장애를 겪는 당사자들은 지역사회 자원을 이용하는 데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며 “심지어 커피를 마시는 카페 이용에서부터 거부를 당하는 이유가 있어 한때 그 카페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카페를 이용한 당사자를 비롯해 당사자들에게 사회 적응은 하루하루가 전투”라며 “인식 개선은 당사자가 경제적 지위를 갖게 되는 순간부터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전 회장은 “인식 개선 활동은 우리끼리 의례적으로 행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사회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정신질환을 개인과 가족 책임으로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정신질환 가족 단체나 당사자 단체가 정부에 아무리 외쳐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지엽적인 요구 사항들을 산발적으로 외쳐왔기 때문”이라며 “가칭 ‘정신장애인 사회행동연대’ 같은 소셜 액션(Social Action) 단체를 만들기 위해 가족과 당사자의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전국 최초인 서울시 취약계층 정신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정신장애인이 동료 정신장애인을 상담하는 사업이었다”며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사회서비스를 받지 않는 분들에게 동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사회 안에서 나의 자리가 있고 나의 일상이 나의 선택으로 생겨나는 것이 회복”이라며 “공공정책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구 조건을 국가가 이행하도록 조직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혜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건강 진문 인력 업무와 구별되는 동료상담 고유의 업무 내용과 수행 방법에 대해 구체적 정의가 필요하다”며 “동료상담 인력의 전문성 개발과 일자리 구축에 필요한 자원 투입을 위해 사회투자 차원에서 법적·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당사자 대회는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과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가 기획하고 한국연구재단과 국가인권위원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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