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어...다시 한번 조현병을 겪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어...다시 한번 조현병을 겪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2.01.03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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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조현병 당사자 코미디언 하우스 카가야 씨 이야기
jisin.jp
출처 : jisin.jp (왼쪽 하우스 카가야, 오른쪽 마츠모토 킥)

말과 행동으로 남을 웃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을 웃기기 위해선 먼저 자기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서커스 공연의 광대들은 분장을 통해 과장되게 웃는 얼굴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하얀 분과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고 해서 인생의 고단함과 슬픈 감정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만약, 다른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인 코미디언이 조현병을 갖고 있다면 어떨까요? 조현병이나 우울증처럼 어둡고 우울한 질병을 갖는다는 건,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에 있어서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조현병 당사자임을 밝히고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한 코미디언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인기 개그 콤비 <마츠모토 하우스>의 멤버 ‘하우스 카가야’입니다.

올해로 48세가 된 하우스 카가야는 16세 때 조현병이 발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환청에 시달렸죠. 심지어 어떤 저격수가 자신의 생명을 노린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집을 벗어나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그룹 홈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느 날 라디오를 통해 만담을 듣고 나서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카가야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큰 도시인 오사카에 가게 되죠. 오사카에서 개그 오디션에 합격했고, ‘마츠모토 킥’이라는 동료를 만나 서로의 이름을 조합해 ‘마츠모토 하우스’라는 개그 콤비를 만듭니다.

출처 : rooftop1976.com
출처 : rooftop1976.com (왼쪽 하우스 카가야, 오른쪽 마츠모토 킥)

둘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타모리의 보케브라 천국(후지 TV)>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는 등, 1990년대 일본의 떠오르는 코미디언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유명세를 얻고 난 뒤 하우스 카가야의 조현병 증세가 악화됩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고, 잠 잘 시간조차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의사와 상담 없이 자기 판단에 따라 약의 양을 줄이기도 했죠.

하우스 카가야의 증상은 더욱 악화돼 건너편 빌딩 옥상에서 저격수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망상과 환청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버티고 버티다 1999년 연예인 활동을 중단하고 개그 콤비도 해산한 채 치료에 전념하게 됩니다.

콤비 파트너인 마츠보토 킥은 당시에 대해 “그때도 하우스 카가야가 그런 병을 겪고 있는지 몰랐다”라고 고백했고, 출연 중이던 <보카브라 천국>의 진행자 ‘나구라 준’도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하우스 카가야는 10년간 입원 생활과 자택에서의 요양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1년 동안 4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 적응력을 잃지 않기 위해 회전 초밥집과 건축 현장, 의류점 등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마츠보토 킥도 “하우스 카가야가 없는 ‘마츠모토 하우스’는 있을 수 없다. 몇 년이라도 기다리겠다”며 하우스 카가야의 회복과 연예계 복귀를 염원했습니다.

sunmusic
출처 : sunmusic (왼쪽 하우스 카가야, 오른쪽 마츠모토 킥)

 

그리고 2009년 둘은 연예 활동을 재개합니다. 마츠모토 킥이 자신이 진행하던 작은 라이브 무대의 토크쇼에 하우스 카가야를 게스트로 초대한 것입니다. 하우스 카가야는 “작은 라이브 무대였지만, 많은 손님들의 호응과 박수를 받으며 연예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0년이 지나 무대 감각을 잊고 있었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카가야 준(본명)으로서 출연하는 거라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츠모토 킥도 “하우스 카가야가 게스트 섭외에 응하며 언젠가 다시 연예인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연예인으로 복귀한 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어 걱정이 됐다. 하지만, 무대에 선 하우스 카가야가 땀투성이가 되면서까지 손님들을 웃기기 위해 열정을 쏟는 모습에 다시 재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하우스 카가야는 여전히 약을 계속 복용했고, 대본을 암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츠모토 킥의 도움과 열정으로 TV 출연과 코미디 클럽에서의 라이브 쇼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 8월에는 하우스 카가야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통합실조증(조현병)이 왔다>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마츠모토 하우스 콤비는 조현병 당사자로서 여러 강연과 세미나에 초대됐습니다. 둘은 개그 만담과 질의응답을 통해 당사자와 가족들 앞에서 공연과 강의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oricon.co.jp
출처 : oricon.co.jp (왼쪽 하우스 카가야, 오른쪽 마츠모토 킥)

 

하우스 카가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도 조현병 환자로 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조현병이라는 질병은 완치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또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 어디서 사고를 당할지 모르고,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도 알 수 없습니다. 조현병을 갖는 것과 사고를 당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거죠. 다만, 저는 조현병을 통해 책도 쓰고 좋은 경험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조현병을 겪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우스 카가야는 지금도 트위터 등의 SNS로 같은 질병을 겪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질문은 4천600여 개에 달하며, 하루에 20~30건씩 질문에 대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조현병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진전했던 하우스 카가야. 회복을 믿고 초조해하지 않으며 곁을 지켜준 영원한 짝궁 마츠모토 킥.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웃음에 대한 열정은 어떤 질병도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

출처 : cyzo.com
출처 : cyzo.com (왼쪽 하우스 카가야, 오른쪽 마츠모토 킥)

 

참고 기사.

https://friday.kodansha.co.jp/article/164458

https://www.smilenavigator.jp/life/report/eve08_01.html

https://friday.kodansha.co.jp/article/163888

https://dogatch.jp/news/tx/38610/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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