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물이 빛을 받으면 가장 반짝여...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세상 어둠을 밝히는 삶이 회복 아닐까요?"
[인터뷰] "눈물이 빛을 받으면 가장 반짝여...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세상 어둠을 밝히는 삶이 회복 아닐까요?"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2.03.0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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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언니들 무료상담 돕는 심리치료사 박소미 씨
조현병 언니들, 남성에 대한 두려움 강해...그 이면에 애정 욕구 숨어 있어
이론상 조현병 당사자 무서웠지만 직접 만난 그들은 순수함 그 자체
조현병 당사자와 상담에서 유머 감각은 필수...그들의 강점 바라봐야
조현병 인식개선 필요성 공감...조현병 당사자들이 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지난 2월,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청소년지도학과 상담심리를 전공한 심리치료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조현병을 주제로 한 전시회에 초대하고 싶다는 메일이었다. 그동안 조현병을 주제로 한 영화나 연극은 있었지만, 전시회는 처음 들어봤기에 호기심이 들었다. 기자는 전시회를 준비한 심리치료사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고, 심리치료사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출처 : 박소미
출처 : 박소미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리치료사 박소미입니다. 학부에서 청소년지도학을, 석사 학위로 청소년지도학과 상담심리를 전공해 현재는 청년(청소년)들을 위주로 만나는 심리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학생부터 성인에 이르는 대상에게 강점 코칭상담과 심리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조현병 언니들을 위한 무료 집단상담, 튜닝포인트(Tuning Point) 활동입니다." 

 

- 조현병 언니들과 집단상담을 하고 계신데, 스케줄이나 프로그램에 있어서 주로 어떻게 진행하시는가요. 그리고 스케쥴이나 프로그램을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드셨는지도 궁금해요.

"튜닝포인트는 조현병 언니들과 함께하는 집단상담의 이름입니다. 집단상담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온라인(줌)을 통해 진행됩니다. 튜닝포인트에서는 심리치료와 성경 말씀이 합쳐진 워크북을 배부해, 집단상담이 없는 날에도 환우 자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셀프케어 시스템을 구상했습니다.

워크북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직접 대면으로 집단상담을 실시하며, 워크북을 점검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비대면 온라인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조현병 환우들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셀프 케어(워크북)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 초기에는 언니들의 상담자 의존성이 매우 높아 애를 먹었던 적이 참 많습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비대면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워크북 형태의 집단상담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 상담을 전공했는데, 여러 집단군 중에서 특히 조현병을 가진 언니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조현병 당사자 중에서도 여성이라는 특수성이 있는데, 여성 당사자로서의 특성이나 어려움, 혹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3년 전, 한 조현병 언니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집단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 유난히 저를 좋아하던 한 언니가 조현병 환우임을 알게 되었고, 저는 그 이후로 조현병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언니는 틈만 나면 자신의 고통과 자살 시도, 약물의 후유증 등을 알리는 전화를 수십 차례 했습니다. 이에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이야기하자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 규칙이 발전돼 상담 형태를 띄게 됐고, 이에 한 언니가 속한 조현병 커뮤니티 속 언니들이 집단상담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제가 만나는 조현병 언니들은 대부분 남성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여성인 점이 언니들과 함께하는 집단상담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두려움 속에는 관심과 애정 욕구가 숨어있습니다. 이에 저는 집단상담에서 올바른 남성관 확립을 위한 단어들, 사례들을 사용하고, 언니들의 두려움 이면에 있는 욕구를 파악하고자 노력합니다."        

 

- 책이나 이론으로 배웠던 조현병과 조현병 당사자들, 그리고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 겪은 조현병과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차이가 있었나요? 혹은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 이전에 몰랐던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책이나 이론으로 배웠던 조현병 당사자들은 참 무서운 존재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과 함께하며 느낀 조현병 당사자들은 ‘순수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은 어쩌면 저보다도 더 아름다운 성품을 지닌,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조현병 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튜닝포인트 워크북을 해나가는 끈기를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자신의 병마와 싸우는, 그렇지만 눈부시게 밝은 사람들. 마음의 상처로 아픔에도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만난 조현병 언니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그 밝음과 순수함. 연어와 같은 열정과 끈기를 말입니다."   

 

- 집단상담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고 1년간 지속하셨는데요. 도중에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비를 써가면서.. 도대체 왜 이 일을 하는 것인가?'  사실 저는 성경 속 인물 요나처럼 불평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며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이 이곳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저는 언니들의 격려와 응원의 한 마디(“소미 네가 우리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무엇이든 잘 해낼 거야!” 등)에 눈물을 흘리고, 또다시 시작할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이 제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결과를 떠나, 집단상담과 이 일에 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집단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사로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셨을 거 같아요. 조현병 당사자를 대할 때 다른 상담사들에게 꼭 필요한 점이나 갖추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집단상담 중 집단원들이 발작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하는 등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조현병 당사자들이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상담자가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특별히 조현병 당사자들과 함께하는 상담에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일은 필수적이라 할 만큼 중요합니다. 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유머가 필요합니다. 유머를 활용하여 사회화 교육, 규칙을 정하는 일을 해 나간다면, 조현병 당사자들이 교육과 규칙을 웃음과 함께 수용할 수 있으며, 긍정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현병 당사자들의 강점을 바라보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이 가진 강점을 구체화시켜 그들을 격려할 때, 집단원들의 자아존중감, 효능감 등이 향상돼 성공 경험을 차츰 확장시켜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는 심리치료사가 대단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관련 분야의 직업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당사자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가까이서 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조현병 언니들을 대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을 것이고, 외로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진정한 심리치료사로서 성숙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난달 25일 기자는 봉천동에 있는 전시회를 방문했다. 작은 카페를 빌려 진행된 전시회는 매우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전시된 그림과 물건들은 매우 진지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박소미 심리치료사는 기자에게 전시회의 그림과 장치들 하나하나 친절하게 소개해주었다. 저마다의 깊은 의미와 사연을 가진 그림 하나, 물건 하나에 기자는 엄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 조현병, 공감하다라는 전시회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조현병, 공감의 공간은 조현병 환자들이 마주하는 환청, 환시, 망상 등을 구현한 공간입니다. 실제 조현병 환자들과 심리치료사가 함께 공감의 공간을 구현하고, 조현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공감의 공간을 통해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조현병 환자들이 하고 있는 선한 활동을 알리고자 전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공감의 공간 전시가 조현병 환자들의 줄을 고르는 조현의 의미를 넘어,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부정적 시각을 조현하는 터닝포인트(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전시회 준비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혼자만의 힘이 아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는데,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고요.

"튜닝포인트 집단상담을 통해 만난 조현병 언니들의 밝음과 의지를 다른 이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조현병 인식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소묘툰이라는 조현병 언니들과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스타 소묘툰을 계기로 조현병 아티스트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현병, 공감의 공간은 조현병 아티스트와 심리치료사, 조현병 언니들의 이야기가 합하여져 세상에 펼쳐지게 됐습니다."

 

- 전시회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있고, 즐거웠던 점도 있을 거 같아요. 느낀 점도 많았을 거구요. 전시회 관련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전시회는 저희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조현병 언니들의 소원은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보는 것, 자신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오랜 꿈은 무료 심리치료사, 미술관 큐레이터이었습니다. 전시회 그림을 담당한 조현병 아티스트의 소원은 전시회를 열어보는 것이었고, 카페 사장님의 소원은 카페 공간이 뜻 깊은 일에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저희의 모든 소원들은 작은 자리 카페라는 공간에서 작지만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이루어졌습니다. 전시회는 저희 모두의 인생 가운데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이 됐습니다."   

- 전시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그리고 그분들은 어떤 느낌과 생각을 받았나요. 방문자 분들이 포스테이지에 적은 내용들도 소개해주세요.

"많은 분들께서 조현병, 공감의 공간 전시에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멀게만 느꼈던 조현병을 보다 가깝고 공감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또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매일매일 조현병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언니들의 모습을 본 많은 분들께서 따뜻한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출처 : 박소미
출처 : 박소미

포스트잇 내용 중: “언니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져요.”

“여러분들 모두 너무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임을 꼭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험한 표정에 심한 욕설을 하는 도깨비같은 모습을 상상해서 미안하네요. 작은 마음의 아픔이 무거운 상처가 되지 않도록 곁에 도움을 줄 한 명의 친구 함께 이야기를 들어줄 한 명의 친구가 있었더라면... 이제... 마음으로 공감하고 멀리서 지지하고 함께 기도하는 친구가 될게요. 더 넓은 세상에 나오게 됨 응원해요!”

“언니들의 글과 그림에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이 서려 있어서 코가 시큰해졌어요. 연어와 같은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느꼈을 많은 노력들이 느껴져요. 언니 고마워요. 이렇게 살아줘서. 언니들이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한데 소미통해 듣는 언니들의 성장은 내가 다 기대되고 많은 도전을 줘요. 언니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더 가득해지는 아름다운 마음의 세상에 되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할게요.”

“간접체험할 수 있는 귀한 자리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이 조현병 환자분들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전시회를 통해 조현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네요. 사실 저는 조울을 앓고 있어요. 저도 약먹으며 조절 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서로 조절 잘해서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로 해요. 그리고 힘내서 더욱 기쁘게 살아요! 언니들도 저도 파이팅입니다!”

“앞으로 조현병을 갖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면 보다 열린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조현병 환우들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그 아픔을 감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과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조현병과 친해지는 시간이 되었어요. 마음에 가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 감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있는 힘을 다해 응원합니다.”

“전시에서 들려준 환청을 들어보니 환청과 환시가 있는 일상들이 너무나도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받고 함께 고민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불안정한 세상에서 온전한 마음과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모두가 서로를 다를 것이 없는 소중한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모두가 행복해질거예요. 파이팅!”

“언니들을 통해 더 많은 조현병을 앓는 또 다른 아픔 속에 가라앉아있는 분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을 기대해봅니다.”

“100대1의 싸움을 몇 년 동안 하고 계신 연어 여러분, 진심으로 멋집니다! 응원합니다!”

“저는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관람객이에요! 저도 병원에서 조현병이 있는 분들을 만나 음악치료를 진행하곤 하는데 전시 덕분에 조현병 환자들을 더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이렇게 표현해주시고 멋진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어주셔서 참 감사해요. 앞으로의 더 멋진 일들을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TV에서 보는 조현병 환자들은 칼을 들고 나와서 허공을 향해 칼부림을 하는 것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전시회를 보며 너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TV에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사실은 그냥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환청 체험을 해보며 내가 이걸 맨날 듣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힘내시고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이런 일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대단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이런 병들을 이겨내는 모습이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조그마한 쪽지 하나를 보며 기뻐할 언니들 모습이 그려져서 쓰면서도 웃음이 나네요.”

“누구나 조현 중, 누구나 연어.”

 

- 팜플릿 맨 앞장에 있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이 그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출처 : 박소미
출처 : 박소미

"그림에서 눈들은 조현병을 향한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편견을 상징합니다. 부정적인 편견과 시선으로 인해 상처 입은 조현병 언니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회색 눈물 위에 홀로 앉아있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빛을 받으면 가장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처럼 언니들은 자신의 상처와 눈물을 세상에 드러냄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 상처 입은 치유자처럼 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언니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 전시회에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시회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틸란드시아는 뾰족한 모양을 가진 특별한 식물입니다. 저희는 조현병 언니들이 듣는 환청을 틸란드시아라는 식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식물은 조현병 환우들을 닮아있습니다. 틸란드시아는 뾰족뾰족하고 긴 잎사귀를 가진 식물로 때때로 그 모습이 기이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그 식물이 가진 역할이 있습니다.

그 식물은 세상의 미세먼지와 습기를 빨아들입니다. 틸란드시아가 숨을 쉬며 세상의 먼지를 빨아들이듯, 조현병 환우들이 세상에 나아가 오히려 희망을 내뿜고 악을 흡수하는 틸란드시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소망으로 이 식물을 전시회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기자는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의 모습에 깊은 여운이 남았다. 세상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며 세상을 깨끗한 공기로 바꾸고 싶던 틸란드시아. 하지만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가시모양의 잎사귀로 인해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틸란드시아.

어쩌면 그 모습은 우리 당사자들과 닮아 있는 듯하다. 가정 폭력, 학교 왕따, 입시 스트레스, 군대 구타,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당사자들은 미세먼지보다도 어둡고 치명적인 사회의 문제들을 빨아들였기에 병이 발병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런 당사자들을 낙인찍고, 혐오하고, 차별해왔다.

하지만 그 가시와도 같은, 날카롭고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틸란드시아를 감싸고 안아주는 것이 심리치료사의 역할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박소미 심리치료사의 활동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여 진다. 기자는 박소미 심리치료사를 통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좀 더 인터뷰에 담고 싶었다.

 

출처 : 박소미
출처 : 박소미

-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있어서 회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조현병을 가진 언니들처럼 당사자들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질문을 보자 소책자에 맨 앞장에 그려져 있는, 전시의 메인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그림 설명: 그림의 눈들은 조현병을 향한 차가운 세상의 시선과 편견을 상징합니다. 부정적인 편견과 시선으로 인해 상처 입은 조현병 언니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회색 눈물 위에 홀로 앉아있습니다.

하지만 눈물이 빛을 받으면 가장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처럼 언니들은 자신의 상처와 눈물을 세상에 드러냄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마치 상처 입은 치유자처럼 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언니들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상처입은 치유자처럼 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삶이 회복된 삶이 아닐까요? 자신의 상처와 눈물로 누군가를 돕고 살리는 삶을 살아갈 때, 나의 조율됨으로 세상에 희망을 조율할 때,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 이 사회는 여전히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싸늘하고 혐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현병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하기 전까지는 저도 언니들의 순수함과 밝음, 의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자와 소수자의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자리와 여건,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현병 언니들과의 집단 상담이나 전시회 등, 어쩌면 상담사로서 흔치 않은 활동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계획과 일들을 하고 싶으실 거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이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적으로 내년은 조현병 언니들의 소원이기도 했던 책을 발간하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조현병 당사자들의 글을 담은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이번년도에는 많은 조현병 당사자들에게 워크북을 배포해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또한, 인스타툰 소묘와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조현병 인식개선에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조현병 예방 및 치료의 일환으로 청소년 조현병 예방 교육, 강점 코칭상담, 집단상담 등을 개발 및 시행하여 고위험 정신질환의 예방과 함께 치료에 힘쓸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조현병이 마음의 암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암에 1기부터 4기, 말기까지의 과정이 있듯, 조현병에도 병의 과정이 있습니다. 조현병은 암과 같이 발병 전 혹은 초기에 발견된다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제가 지금 만나고 있는 언니들처럼 오랜 기간 방치되어 말기에 조현병을 발견한다면, 초기 때와는 달리 치료는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만나고 있는 한 언니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소미 너를 조현병이 걸렸던 청소년 시기에 만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럼 훨씬 더 빨리 이 병이 나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 저는 조현병의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조현병 당사자들과 함께 세상에 소리를 내야하는 이유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조율된 소리가 이 세상에 희망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회복된 소리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질 때, 골든타임에 놓여있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에 청소년 전문가, 심리치료사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출처 : 박소미
출처 : 박소미

 

전시회장을 빠져나오며, 기자는 보라색 F20 빼지를 구입했다. ‘F20’이란 코드명이 누군가에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누군가에겐 단순한 흥밋거리일 수 있으나, 박소미 심리치료사에게 ‘F20’이란 코드명은 당사자와 직접 삶을 맞대고 대화하며 얻은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자는 그 의미를 되새기며 ‘F20’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물론, 길에서 누군가 가방에 달린 배지를 보고 기자를 조현병 환자로 알아챌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F20’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 정체성을 갖기 위해 배지를 가방에 달기로 했다. F20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F20이란 코드명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기자는 계속 배지를 가방에 달고 다닐 것이다.

 

 

전시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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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님 유튜브(소미쇼미)

박소미님 후원계좌: 카카오뱅크 3333-22-343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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