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실 “정신장애인 기대수명 65세…그들의 연금 수령 시기를 45세로 하는 보험상품 개발돼야”
장윤실 “정신장애인 기대수명 65세…그들의 연금 수령 시기를 45세로 하는 보험상품 개발돼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04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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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센터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인터뷰
보험은 적은 돈으로 적립했다가 큰 돈으로 도움 받는 수단
정신장애인이 보험가입 안 된다면 보호자가 임의가입하게 도와줘야
환청 시달리는 당사자에게 국가는 해결 방안과 제도 방치해
보험은 돌보는 보호자가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
엄마는 이제 내게 딸 같은 존재...끝까지 지키고 싶어
중도인출 기능 있는 보험 권하고 싶어..필요할 때 쓸 수 있어야
친인척이든, 지인이든 진짜 내 편이 돼 엄마 챙길 사람 있어야
정신장애 당사자를 위해 남겨줄 건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방안”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최근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40대의 여성이 방문했다. 일전에 방문 약속을 잡은 터였다. 자신을 자산관리사로 소개한 그는 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소개했다. 금리가 높고 변동률이 있어도 오르면 올랐지 원래 5%의 고정금리에서 내려가지는 않는다는 설명을 했다.

보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기자는 그 자리에서 가입서에 이름을 적는 다른 당사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떠난 후, 정신장애와 보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고.

일주일 후 다시 그를 만났다. 그는 노모(老母)가 조현병 당사자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 센터가 너무 편안하다고 말했다. 눈물이 잠깐 떨어져내렸다.

기자는 무지하게도 왜 보험이 그토록 필요한지를 묻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늘 막막했던 미래에 대한 불안. 그건 ‘돈’이었다. 돈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움직일 힘이 생긴다. 돈이 있다면, 좀 다르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돈만 있다면 물질적인 궁핍함을 벗고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 대다수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살아간다. 사회의 잉여 인간들이자 기득권 세력이 바라볼 때 ‘식충이’로 표상되는 정신장애인들의 낙인. 그들은 늘 가난했고 한 번도 풍요로워보지 못했고 단 한 번도 자기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그 풍경은 비참했고 노여웠고 수치스럽기도 했다.

사막의 모래산처럼 부우옇게 떠다니는 사회의 가장 밑바닥의 존재들. 그게 정신장애인들이었다. 그들에게 10년 만기의 보험상품에 가입하라고 누가 권할 수 있겠으며, 기대수명이 낮은 정신장애인들이 10년‘이나’ 걸리는 그런 보험에 가입하는 것에 용기를 내라고 누가 요청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기자는 물었다. 왜 가입해야 하느냐고. 그것이 우리 존재를 저 어두컴컴한 생의 밑바닥에서 올라오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되느냐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센터를 찾은 그, 자산관리사 장윤실(41·여) 씨는 “있는 사람은 사실 보험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은, 당장 쓸 돈도 없는 이들에게 그는 “절대로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어쩌면 가장 정직한 답변일 것이다. 없으면, 하지 못한다면 하지 말라.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하라.

윤실 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조현병 증상을 처음 겪는다. 일기장에 누가 칼을 숨겨놓았다는 말을 어머니가 했다. 성인이 되기까지 수차례 어머니는 입원을 했다. 같이 살고 있던 할머니는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녀에게 말했다. 윤실 씨가 모르는 더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조현병 증세로 입원을 했었다고. 약을 끊으면 저렇게 된다고. 모든 짐을 너에게 부리고 가서 미안하다고.

윤실 씨는 처음에는 멍했고 이후 그는 강해지기 위해 세상과 싸웠다. 자기 파괴적 투쟁이 아니라 자신과 노모를 위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작은이모에게 언니를 부탁한다며 모든 재산을 넘겼다. 하지만 작은이모는 재산을 받은 후 차갑게 돌아섰다. 외동딸인 그녀는 찾아갈 곳도, 위로받을 곳도 없었다. 대신, 그는 부지런히 살았다.

지금은 노모를 이해했고 장애인들, 특히 정신장애인들은 대부분 가난했기에 그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보험상품을 알리고 싶었다. 그가 마포센터를 찾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기자와 운명처럼 만났다. 윤실 씨를 다시 만난 건 지난달 30일,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실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데 선생님은 어떤가요.

“솔직히 힘들죠. 엄마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보다 순수한 영혼으로 변했어요. (한번은) 엄마가 다방에 취직해서 주방일을 한다는 거예요. 거기서 엄마가 어떻게 이용당할지 모르니 겁이 나서 가봤죠. 막상 가보니 여주인이 엄마를 예뻐해주면서 심심하면 왔다갔다하면서 주방일이나 보고 고스톱이나 치고 가라고 그래요.

이용하던 보건소에 엄마가 이런 데 취업했는데 어쩌면 되냐고 상담하니까 보건소에서는 ‘활동을 하는 거니 괜찮다, 냅두라’고 그래요. 대신 약만 잘 먹게 하라고 해서 알았다고 그랬죠.”

-보험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금융에 관심이 많아 대학도 관련 학과를 나왔어요. 집이 잘 살다가 스무 살을 기점으로 폭삭 추락하게 되면서 알바를 하면서 대학을 다녔어요. 한번은 친한 동생이 자산관리사 쪽으로 직업을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대기업 정직원으로 17년을 다녔거든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게 너무 좋다고 그래요.

수입은 괜찮냐고 물으니 일반 회사보다 편하게 일하면서 이 정도 벌면 괜찮대요. 그래서 나도 도전해보자. 자산에 관심이 많고 기초지식도 있다 보니 자산관리사 시험에 바로 합격했어요.”

-수입은 괜찮은가요.

“괜찮고 안정적이에요. 없을 때도 있죠. 시장이 안 좋거나 할 때. 코로나19 때는 더 힘들었으니까.”

-보험이 왜 중요한가요.

“있는 사람들은 사실 필요 없어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은 분리돼 있어서 파트가 달라요. 손해보험 쪽은 암에 걸리면 돈 주고 고치면 되잖아요. 질병이나 상해는 돈이 있으면 그냥 고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게 그게 쉬울까요? 아니죠.

저도 20대 때부터 보험에 가입했는데 깨고, 쓰고, 다시 가입하고를 반복했어요. 뭘 몰랐어요. 지금은 후회하죠. 그걸 계속 가져왔으면 좋았을 건데. 보험은 중요해요. 적은 돈을 미리 적립했다가 큰 돈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프고 수술해야 했을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보험에 들고 싶어도 정신장애인은 보험 가입 시 거부됩니다.

“보호자가 임의 가입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장애가 있어서 가입을 못 한다? 그러면 부모나, 동생이, 가족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하게 해 줘야죠. 말이 안 돼요.”

-선생님의 보험상품은 장애와 비장애를 가리지 않더군요. 특수한 보험상품이라고 해서 그런가요.

“연금이니까요. 정신장애인이라도 연금 지급에는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제가 가입을 못 시킨 사례가 있어요. 정신장애 3급인데 건물에서 뛰어내렸대요. 그 분은 우리 엄마의 초점 없는 눈동자처럼 아이 컨택을 못하더라고요.

현재 판단능력이 없는 그에게 제가 좋은 상품을 안내하고도 혹 제가 잘못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정신장애인의 보험 가입이 힘든 건 극단적 선택이나 자해 등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 아닐까 생각돼요.”

-가입을 원하면 가입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점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직업을 갖고 있으면 판단의 근거가 된대요. 이건 사망보장 상품이 아니라 연금이기 때문에 본인이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면 크게 상관이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판단을 옆에서 해 줘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일본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보험상품이 10여 개 정도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져야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요. 병원비가 장난이 아니에요. 제가 중학교 때 엄마 입원비가 한 달에 200만 원이었어요. 이건 비급여예요. 이런 건 지원을 받아야 되지 않겠어요. 어떤 조현병 당사자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더라고요. 돈이 없기 때문에 약을 못 먹어서 이 병을 계속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병원 입원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요. 환청에 시달리고 사회생활을 못하고 집에 처박혀 있는데 아무런 도움 없이 나는 병에 찌들어간다. 이런 사람들이 살인을 하는 것에 비난하면서 왜 해결할 수 있는 방안과 제도는 없냐라고요. 공감했죠. 저도 가족이 그러니까.”

-정신장애인 55%가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이들이 보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요.

“기초생활수급으로 음식이라도 잘 먹고 살 수 있다면 (보험 가입은) 큰 상관이 없겠죠. 부모님이 집이라도 물려주면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안 되잖아요. 다달이 나오는 돈이 있다면 혼자 남겨져도 그 돈으로 병원도 가고 생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의 기대수명은 65세 정도입니다. 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하라는 말은 공허하지 않을까요.

“그들을 위한 전용 보험상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연금의 수령 시기를 45세로 앞당기는 상품 개발요. 장애인들은 기대 수명이 짧잖아요.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로 하면 몇 년 받다 끝나는 거죠. 남은 연금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가족이 돌려받기는 해요.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혜택을 받으려면 가입 연령대를 낮춰서 어릴 때부터 준비할 수 있게 부모님이 해 줄 수 있어야죠. 연금 수령 나이를 45세로 해서 20년은 받을 수 있게 하면 너무 좋지 않을까요.”

-부모가 아픈 자식을 위해 보험에 드는 것은 좋은 계획일까요.

“내가 없을 때를 대비해 주는 거죠.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건 엄마를 보면서 느껴요. 사람은 가는데 순서가 없잖아요. 제가 외동딸인데 누구한테 부탁을 해요. 신랑은 남이잖아요. 사이가 나쁜 그런 건 아니지만 쉽겠어요? 그러니까 보험이 필요하죠. 엄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 많이 해요.”

-만약 부모가 아픈 자식을 위해 보험에 들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까.

“최근에 나온 KB상품이 조현정동장애, 지속적망상장애, 조증에 대해 지원하는 상품이예요. 처음 나온 건데 이건 칭찬할 만한 상품인 거 같다고 생각해요. (KB손해보험이 지난 2월 ‘정신질환 치료비’ 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치료 목적으로 90일 이상 정신질환 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 1회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정신질환 관련 보험으로서 선도적이라는 평이다-편집자 주)

이 상품에 대해 문의를 해 보니까 고객센터를 통해 피드백을 받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내용이 녹취가 되고 올바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제가 이 상품 교육을 받을까 생각했어요. 올해 목표가 이 자격증을 따는 거에요.”

-이것도 자격증을 따야 합니까.

“손해보험은 자격증을 따야 돼요. 안내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해요.”

-선생님은 노모(老母)를 위해 어떤 보험을 들었습니까.

“딱히 보험 가입이 안 되니까요. 엄마가 낙상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암보험이랑 이상한 보험에 가입한 걸 처음 알았어요. 화가 난 건 그 보험에 좋은 혜택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깡통이라고 표현하죠. 수술비도 안 나오고 입원비도 안 나오는 보험요.

전화해서 따졌죠. 정신장애 3급인 걸 알고 보호자 동의도 없이 가입시킨 거냐고. 이 보험 때문에 군청에서 엄마 수술비 지원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보험 해약하고 군청에서 수술비 전액을 지원받았죠. 그냥 보험을 들 수는 없지만 치아보험 들 듯이 내가 한 달에 얼마씩 적금 하나 든다고 생각하고 돈을 넣고 있어요.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돈으로 써야지 하면서요.

그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통장 하나 개설해서 한 달에 10만 원씩 적립하는 방법 외에.”

-부모는 자식이 아프면 형제자매들에게 재산을 남겨주면서 자신들 사후에 아픈 형제를 잘 돌봐주기를 바랍니다. 옳은 태도일까요. 돈을 받으면 형제간에도 정신병원에 보내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우리집 사례예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모든 재산을 작은이모에게 증여하면서 ‘네 언니 죽을 때까지 좀 보살펴라’라고 했대요. 재산 다 처분해서요. 있던 집을 작은이모에게 주고 할머니가 엄마랑 살 수 있는 집 하나만 구해달라고 그렇게 했어요.

엄마가 낙상사고로 골반이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할머니 돌아가신 후 작은이모한테 처음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그래요. 니네 엄마는 네가 알아서 책임지라고.”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알겠다고 했어요. 제가 스스로 잘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참 못된 사람이라 벌받겠다라고 생각해요. 제가 일용직 노동을 하더라도 엄마를 못 보살피겠냐라는 생각이죠. 할머니한테는 엄마가 아픈 손가락이니까 돌봐주라고 작은이모한테 다 준 거예요. 작은이모가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언니, 걱정하지 마, 내가 언니 죽을 때까지 보살필 거고 죽으면 장례까지 치러줄게’ 이러더라고요. 작은이모보고 말이라도 고맙다고 내가 그랬어요.

얼마 지나고 나니까 ‘집 계약이 2025년 8월 만료니까 그런 줄 알아. 법적으로 할 거야’ 이런 문자를 보냈어요. 충격을 먹었지만 그걸 싸워서 어떡해요.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어요. 할머니 살아계실 때 한 거기 때문에 제가 내려놨죠.”

-당장 쓸 돈도 없는데 어떻게 보험에 드냐는 목소리에 어떤 답을 주고 싶습니까.

“당장 쓸 돈도 없으면 못 하죠. 상품 안내할 때 ‘전 월급에서 남는 돈도 없어요’라고 하면 아쉽지만 안 되겠다라고 해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단 10만 원이라도 납입하죠. 없다면 안 하는 게 맞죠. 현실도 살아야 되잖아요.”

-늙어서 못 사는 이들은 젊었을 때 방탕한 생활을 했거나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한 관료가 발언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에 이 논리를 대입했을 때 과연 옳을까 싶습니다.

“잘못된 말이에요. 방법을 몰랐고 사회적 지지가 없었기 때문에 못 사는 경우도 있어요. 젊을 때 결혼했고 아기 키우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제가 나이 드신 분들 인터뷰를 해 보잖아요. 재산이 집 한 채뿐인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현금이 없어요. 왜? 우리나라는 캥거루족이죠. 아직은 모계사회잖아요. 당신들을 위해서 노후 준비를 하신 분들이 없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잘못 산 걸까요? 올바르게 사셨지만 자식한테 버려지는 고려장이 유행이에요. 요양원에 처박아놓고. 그런 걸 보면 너무 화가 나요. 그런데 20대 때 방탕해서 노후에 못 산다는 건 일반화의 오류죠.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가난해보지 않으면 그런 말 할 수 없어요.”

-정신장애인을 둔 가족이 보험을 가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뭘까요.

“올바른 안내요. 그건 안내하는 설계사의 몫이죠. 이 가족이 이런 아픔을 겪고 있고 여기에 대비해 주기 위해 이 상품이 맞는가라고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신뢰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신뢰.”

-정신장애인이 조증인 상태에서 보험에 가입했을 때 이를 구제받을 방법이 있나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피드백을 드리자면 법적인 부분이 커질 거 같아요. 효력이 없을 거예요.”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보험 가입하고 그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으려면 최소 10년이 걸리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기다릴 수 있을까 싶어요.

“중도인출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길 권해요. 상품이 10년짜리지만 어떤 건 몇 년 좀 쉬어가는 기능이 있는 상품도 있어요. 내가 지금 돈을 낼 여력이 안 되니 멈춰달라. 그럼 그게 유지가 돼요. 24개월 아니면 3년 최장 이런 식으로. 그 기능이 있는지 살펴봐야 돼요.

또 하나, 대출이 아닌 인출이 가능한지 볼 것. 다만 소액이라도 돈이 필요할 때 꺼내서 쓸 수 있는지를요. 10년이란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잘 모으고 있다가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면 좀 빼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되잖아요.”

-해약하는 대신?

“해약을 해버리면 좋은 조건들을 다 없애는 거니까요. 또 대출이 아닌 인출 기능도 봐야죠. 대출은 내 돈을 주면서 이자를 내는 거잖아요. 해당 보험 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줘요. 하지만 인출이 가능하다면 노후 자금에서 미리 빼서 썼다가 다시 넣어놓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기능이 있는 상품이 좋아요. 제가 지난번에 안내했던 상품은 그런 기능이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좋아하셨죠.”

-보험 역시 불확실하지 않나요.

“불확실하죠. 그런데 보험회사, 은행사, 한국은행이 망한다? 그건 우리나라가 망한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예금자 보호도 있고 지급보증도 있는 거죠. A회사에 가입을 했는데 그 회사가 매각이 된다고 칠게요. 그럼 그걸 인수한 B회사가 법적으로 A회사가 수여하고 있던 보험의 모든 것을 같은 조건으로 인수하게 돼 있어요. 보장을 받는다는 거예요.

실제로 제가 외국계 기업에 종신보험을 하나 가입했어요. 그게 갑자기 B사로 인수가 됐대요. 최근에는 C사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보장 내용은 똑같아요. 전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면은 조금만 알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은 장애인 시설들만 골라서 보험 상품을 설명하십니까.

“이 상품은 장애인들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택배회사, 변호사 사무실, 세무사 사무실에 다 안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장애인들이 이 상품의 혜택을 못 받는 이유에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본부장께 요청을 했어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어떤가 하고요. 거기 사회복지사들하고 장애인들이 시간이 없어서 이런 혜택을 못 받는 분들도 많을 거 같다, 제가 한번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라고 했죠.”

-특이하게도 그들의 보험 가입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합니까.

“상품이 좋아서요(웃음). 너무 확실하니까. 만약 안 좋은 상품이라면 저는 억지로 안내하고 시간 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빨리 나갈 거 같아요. 제가 (대상자들에) 가지는 존경의 마음은 진심이에요.

일화가 있어요. 엄마를 담당하게 된 사회복지사가 우리 집에 한 달에 한두 번씩 왔어요. 그분이 늘 사비로 엄마가 좋아하는 빵을 사다 줬어요. 엄마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복지사가 그림 도구를 자기 돈으로 사서 치매 안 걸리려면 색칠 공부하세요, 이렇게 말해요. 엄마가 사람을 가리는데 이분에게는 천사라고 표현해요.

그런 분들이 이런 상품 설명을 근무 시간에 어디 가서 듣겠어요. 그러니까 존경의 마음을 담게 되고 그 진심이 통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꼭 10년 연금으로 가져가자. 정확하게 상품 설명하고 손해볼 내용도 다 안내하니까 그게 소통이 잘된 것 같아요.”

-만약 자식이 아프다면 부모가 그 아이를 위해 어떤 재테크를 권해주고 싶습니까.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산관리사들이 해 줄 테고 돈이 없는 저 같은 사람들은 주식을 사놓는다거나 보험상품을 통해서 하겠죠. 종신보험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내가 죽었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이잖아요. 그걸 자녀한테 물려줄 수 있게 수익자 지정을 해서 준비하는 게 좋겠죠.

‘재산을 다 줄테니까 (아픈 형제를) 책임져라’가 아니라 너한테 일임할 테니 후견인을 내세워서 법적 근거를 다 마련하고 이렇게 애를 챙기지 않을 시에는 법적 제재를 하게끔 마련을 한다든지요.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다른 문제인데 가장 안전한 건 보험상품인 거 같아요.(웃음). 제가 이 일을 해서가 아니라 혜택을 받아보니까.”

-선생님은 어머니를 어떤 마음으로 돌보십니까.

“딸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엄마는 할머니였고 엄마는 딸이었어요. 현실이 싫었을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엄마를 통해서 성장하는 내 모습이 행복하죠. 20대 중후반일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야. 엄마가 작은이모에게 돈을 빌려서 치킨집을 차렸대요.

작은이모가 전화 와서 ‘너는 알아서 잘 산다는 애가 니네 엄마가 왜 나한테 돈을 꾸니. 너 좀 갚아야 되겠는데’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적금을 깼어요. 600~700만 원인가를 빌렸다고 하더라고요. 작은이모한테 보내줬어요. 그리고 엄마한테 다시는 이런 거 하지 마. 우리 의논 좀 하자고 말해요. 그런데 또 어디 가서 계를 들었대요. 무슨 계인지, 돈은 받을 수 있는 건지 내가 개입해야 되니 힘들어지는 거예요. 이젠 좀 괜찮죠. 나이가 드시니까 많이 꺾이셨고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다시 어머니를 돌본다면 다르게 돌볼 것인데 하는 후회되는 부분이 있겠죠.

“살갑게 하고 말을 따뜻하게 해 줄걸. 엄마가 하도 사고를 치고 돈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다보니까 제가 굉장히 신경질적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변했어요. 제가 엄마가 온전하지는 못할지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기도를 했었거든요. 하나님이 주신 내 엄마니까 제가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엄마가 나라에서 받는생활지원금이 월 70~80만 원 되는데 그 중에 20만 원은 한 달에 한 번씩 꼭 저한테 주세요. 저한테는 그게 응답이었어요. 전 그 돈을 엄마를 위해서 따로 또 모으죠. 요양보호사에게 부탁을 드려요. 엄마를 좀 보살펴주고 밥 좀 챙겨주라고.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가 볼테니까. 그게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자산관리사 장윤실 씨. (c)마인드포스트.

-아픈 아이를 위해, 아니면 아픈 부모를 위해 보호의무자가 정말 남겨줘야 하는 건 뭘까요.

“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방안요.”

-예를 들면요.

“일단은 약을 잘 먹게 생활습관을 고정시켜야죠. 약을 안 먹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하고 자기가 판단해서 약을 끊지 않아야죠. 사회복지시설도 알아보고 친구도 맺어주고요. 내가 없을 시를 대비해서 전문가인 사회복지사들의 관리 아래에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런 사람들이 사각지대에 놓이면 독거노인들이 그렇게 되듯이 돈이 없어서 굶어 죽겠죠. 나라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찾아보고요.

저는 늘 ‘내가 없으면’이 전제예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사람은 가는 데 순서가 없으니까. 그리고 친인척이든, 가족이든, 지인이든 진짜 내 편이 돼서 엄마를 챙길 수 있는 사람 하나쯤은 만들어놓으면 좋겠어요.”

-혼자 긴 시간 외동딸로 외로웠겠습니다.

“그랬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도 애들도 있고 남편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도 내 엄마는 내 엄마잖아요. 무슨 일이 생길 때 저 혼자 감당을 다 하고 있다 보니까 좀 그렇죠.”

-더 하실 말씀이.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를 감기나 비만처럼 질병의 하나로 인정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보험상품도 개발이 되고 정신장애인자립센터도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한 시간여의 인터뷰가 끝났다. 기자는 그에게 가입신청서를 요청했고 보험 가입 신청서를 채우기 시작했다. 월 10만 원에 10년 만기. 살아오면서 처음이었다. 나를 위해, 미래를 대비해 보험이라는 걸 가입해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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