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뇌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라는 이론은 '거짓'?...“우울증과 세로토닌 연관성 없어”
우울증이 뇌의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라는 이론은 '거짓'?...“우울증과 세로토닌 연관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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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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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UCL 연구팀 연구결과...화학적 불균형 이론은 증거 기반 없어
제약산업이 항우울제 판매 위해 ‘세로토닌’ 부족 앞세워
항우울제(SSRI)[출처: 약학정보원]
항우울제(SSRI)[출처: 약학정보원]

뇌의 세로토닌과 관련된 화학적 불균형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기존 이론에 반기를 든 연구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타임즈> 등에 따르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대학 연구팀은 혈액이나 뇌액의 세로토닌과 그 분해 산물의 수준을 비교한 결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과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우울증의 원인에서 1세대 연구인 세로토닌 이론은 1960년대 처음 나왔다. 세로토닌은 뇌의 신경물질 중 하나로 흔히 ‘행복감’과 관련된다. 주로 감정과 집중력, 식욕, 수면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과민해지거나 우울감, 무기력증 같은 부정적 감정이 증가한다는 이론이 오랜 기간 의학적 힘을 지배해 왔다.

이번 연구를 이끈 몬크리프 UCL 정신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생화학적 원인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지만 새로운 연구는 이 믿음이 증거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항우울제에 대한 처방약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복용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의 증가, 성기능 장애, 신경세포 손상과 사멸, 양극성장애로의 발전 등 심각한 부작용뿐 아니라 항우울제를 중단하려고 할 때 금단 현상이 나타나 처방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목했다.

몬크리프 교수는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우울증이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의해 주도됐다”며 “이 믿음이 과학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뇌의 특정 화학물질의 차이가 우울증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을 지속 주장해왔다.

이시형, 세로토닌하라!, 중앙북스, 2010.
이시형, 세로토닌하라!, 중앙북스, 2010.

세로토닌 이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의문이 제기돼 왔다. 2019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논문은 “정신과적 질환의 원인이나 치료에 대한 포괄적인 생물학적 이해는 없지만 정신과 진단과 약물은 과학 의학이라는 포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제 의학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 논문은 “과학적으로 확립된 세로토닌의 이상적인 화학적 균형은 없으며 식별 가능한 병리학적 불균형은 더구나 없다”고 결론내렸다.

몬크리프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은 ‘화학적 불균형’이 현실에 대한 문자 그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은유’(metaphor)라고 설명해 잘못된 이론을 계속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몬크리프 교수는 “화학적 불균형이 이론에 반대하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신의학이 화학적 불균형 이론을 진정으로 수용한 적이 없고 제약 산업에 의해 심리학 분야의 개입 없이 대중에게 직접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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