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위기 상황에서 내외과·정신과 치료 가능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전국 4곳에 불과
정신위기 상황에서 내외과·정신과 치료 가능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전국 4곳에 불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0.11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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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25년까지 14개소 목표 잡았지만...지원 병원 없어 ‘제자리 걸음’
경찰, 입원 병실 못 찾아 귀가시킨 정신장애인 4일 후 극단 선택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개소식...필수 간호사 인력은 오히려 줄어
지난 5월 인천성모병원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현재 권역정신응급센터는 전국 4개소에 불과하다. [사진=인천성모병원]
지난 5월 인천성모병원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현재 권역정신응급센터는 전국 4개소에 불과하다. [사진=인천성모병원]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애초 목표로 했던 14개소에 미치지 못하는 4개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정적인 센터 운영이 부재하면서 경찰이 응급입원을 요청해도 받아주는 병원이나 병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첫 공모를 진행했지만 지원 병원이 없어 올해 10월 기준 모두 4차례 공모 기간을 연장했다. 현재 운용 중인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서울의료원, 인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전북 원광대병원, 제주 제주대병원이 전부다.

복지부는 올해 8개소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동시 협진으로 내·외과적 처치와 정신과적 평가를 위한 24시간 정신응급환자 대응 병상 운영을 담당한다.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고 자·타해 위험성이 높을 경우 경찰과 전문의의 동의를 얻어 정신병원에 3일간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문제는 정신과적 증상에 경험이 없는 내·외과 의사들이 정신장애인의 응급입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통해 지역 기반의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14개소 응급센터를 목표로 공모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정신위기 환자의 응급입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이 복지부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6월까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관할 지역 안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에는 평균 3시간 1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시간이 가장 길었던 경우는 7시간 13분이었다.

인 의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찰이 응급입원을 의뢰한 총 7천380건 중 입원 거부 사례는 517건으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심할 경우 서울에서 발견된 정신위기 환자를 실은 경찰차가 경기도나 강원도의 병원까지 이동해 입원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과 병원과의 원활한 네트워크가 꾸려지지 않으면서 응급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병원을 찾아도 병원 측이 자료제출 등을 요구해 이를 준수하려다 시간이 흐르고 환자의 정신위기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 경찰이 정신위기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관할 지역을 돌아다니는 사이, 어쩔 수 없이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지난 2020년 11월, 경남 김해에서 경찰이 자살시도자 A씨의 응급입원을 위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개입팀과 함께 입원 가능한 병상을 찾았다. 하지만 김해, 창녕, 양산 등에 소재한 병원들에 연락했지만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족을 이유로 응급입원이 가로막히면서 경찰은 가족에게 A씨를 인계했다. 그로부터 4일 후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응급입원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극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소방, 경찰 등으로 구성된 정신응급대응협의체(네트워크)를 구성해 정신응급 대응 및 지역별 응급입원 가능 정신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 및 이송 가능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 의원에 따르면 ‘탁상행정식’ 제도로 인해 복지부가 현장의 애로 사항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지정 조건으로 응급의학과 의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2명, 24시간 정신응급환자를 간호·관찰할 간호사 2명, 의료진 안전 확보 보안인력 2명, 행정인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신응급 단기관찰병상 2병상 이상으로 하고 정신응급 상황 대비를 위해 비워두도록 했다.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지원 예산을 정신응급 대응 전문의 및 간호사 등 인건비와 관찰구역 리모델링비 등 개소당 5억7300만 원을 지원한다. 수가를 신설하고 정신응급환자 대상 치료비 지원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를 결정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4개소에 멈춰 있다.

11일 제주대학교병원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센터는 2개의 관찰병상을 운영하고 지역사회 정신 건강 응급대응팀과 경찰, 구급대 등 유관기관과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일 제주대병원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사진=제주대병원]
11일 제주대병원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개소식을 진행했다. [사진=제주대병원]

하지만 제주대병원의 간호사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원 대비 5명이 부족했던 제주대병원 간호사 인력은 올해 26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입사 2년 이내 퇴사자는 올해 17명으로 2년 전에 비해 10명이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주대병원은 28명의 간호사를 추가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복지부와 지방정부의 상호 협력 시스템이 부재하면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안정적인 간호사 인력이 부족할 경우 정신응급의료센터기 기능을 다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 의원은 “복지부는 탁상행정식 제도를 만들어 놓았을 뿐 현장의 애로사항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정신질환자 응급입원과 관련한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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