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 200만 원 받아야 탈수급할 수 있는데 그런 일자리가 있어요? 그러니 수급권을 유지하려 하죠”
“노동시장에서 200만 원 받아야 탈수급할 수 있는데 그런 일자리가 있어요? 그러니 수급권을 유지하려 하죠”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1.02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인터뷰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으로 올라갈 비율 낮아...가난이 고착화돼
장애 정책대상자 범위 너무 좁아...차별받는 소수 장애로 넓혀야
장애 정책에서 정신장애에는 오랜 기간 관심도 없던 영역
정신장애 연구는 성과가 바로 안 나와...타 장애정책은 바로 제도화돼
4시간 일하면서 받는 단가 생각해 보면 차라리 수급권 유지하려 해
장애 포괄적 개념 정의는 맞지만 판정기준은 손상에만 맞춰져 있어
장애 등록해야 서비스 받아...등록 못 하는 광범위한 장애 고민해야
장애등록제도 없애는 건 불가능...이 제도와 연결된 법·서비스 100개가 넘어
고용서비스 제도 판정 기준 완화돼 정신질환자도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돼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복지, 주거, 자립은 장애인복지에서 진행해야
정신장애 정책 연구 별로 없어...당사자와 가족 의견수렴으로 정책 만들어야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지난해 12월에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삭제됐다. 정신장애 정치운동 진영에서는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포스트(post) 제15조’는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활동과 삶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일까.

이와 관련해 정신장애 정치 진영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전면 개정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하며 편견과 억압의 조항들을 하나씩 바꿔나가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법 상의 직업과 재활 등 서비스 이용을 차단하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서비스 조항이 있으니 그걸 받으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 상 서비스 조항은 사(死)문서에 불과했다.

국가는 ‘정신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제성 대신 ‘제공할 수 있다’는 임의적이고 비강압적인 문구만 넣어 어느 누구도 정신장애인의 재활과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 모델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정신건강복지법에서도 스스로 배제되고 타자화됐다.

공고한 벽으로 느껴지던 제15조는 이제 사라졌다. 정신장애 정치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류적 고민을 내놓으며 국가에 정신장애인 인권 조항들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정신장애인들의 정치적 투쟁은 너무나 빠르게 진전돼 왔다. 요구는 하나로 모인다. 우리의 인간성을 보장하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그 인간성 보장을 위해 무엇을 국가에 정확하게 요구할 것인가.

조윤화(44)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을 만난 건 앞으로의 정신장애인 정치 투쟁에서 어떤 제도와 서비스를 국가에 요구해야 하는지를 더 알고 싶어서였다. 조 부연구위원은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으로 박사를 땄다.

원래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없었는데 석사 과정 중 가출청소년쉼터, 아동양육시설에 실습을 한 후 사회복지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석사 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했고 박사 후 현재 일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 들어와 장애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조 부연구위원은 장애 정책에서 정신장애는 늘 소외돼 왔다고 말했다.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으려면 장애 1~2급이어야 하는데 정신장애인은 장애연금을 받을 수 없는 3급에 70%가 몰려 있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적장애는 70%가 1~2급이다.

그의 박사논문 제목 ‘장애인 소득이동’은 장애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소득층으로, 사회의 하위 계층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빈곤의 고착화에 대한 연구였다. 조 부연구위원은 장애의 공적 판단기준이 신체적 ‘손상’에만 집중돼 있고 포괄적 장애의 개념과 복지서비스의 확충이 아니라 장애 하위 개념을 일상생활과 사회참여가 부적합한 상황으로만 좁게 규정해 에이즈 환자와 정신장애인 같은 경계선에 있으면서 차별을 강하게 받는 집단을 소외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등록장애인제도를 완화해 미등록장애인과 미등록정신질환자가 국가가 제공하는 회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건 지난달 27일이었다.

인터뷰 이틀 후, 우리는 ‘이태원 압사 참사’를 마주했다. 우리 모두는 거대한 정신적 어려움, 트라우마에 집단 노출됐다. 이 트라우마도 우리는 정신적 장애로 규정하고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정신장애의 지평을 확장하는, 선진국에서 규정하는 포괄적 정신장애 개념 정의가 될 것이다. 장애를 신체적 손상에만 적용하지 말고 이 같은 정신적 어려움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장애인개발원에 들어온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 과정 때 교원에서 장애인 교원을 뽑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연구 프로젝트를 했어요. 교육부가 장애인에 배타적이고 장애인 임용률이 제일 낮아요. 시각장애인 영어 강사나 체육 강사들을 인터뷰하면서 장애 쪽으로 들어왔어요. 박사 논문이 ‘장애인 소득 이동’이에요.”

-소득 이동은 무슨 의미입니까.

“소득을 1분위에서 5분위까지 구분하면 장애인들이 저소득층인 1~2분위에 가장 많아요. 5분위는 고소득층이죠. 이 1~2분위에 있는 장애인들이 4~5분위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비교한 거죠. 1~2분위 장애 인구가 56%예요. 이들이 1년이 지나면 3~5분위로 올라가느냐를 보면 매우 적어요. 비장애인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요. 장애인은 그 자리에 머물고만 있는 거죠.”

-왜 그렇습니까.

“근로소득의 창출이 안 돼요.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예요. 소득이 낮다는 건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거죠. 차별에 의해 일을 못 하니 가난이 고착화돼요.”

-젊은 시절, 장애와 소수자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연구를 하면서 접하게 된 거죠. 나는 장애의 정책 대상자가 요만큼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는 더 많다는 걸 연구를 통해 알게 됐어요.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왜 그들이 정책 대상에서 멀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들’은 누구를 의미합니까.

“차별받는 이들이 장애 정책에 들어와야 하는데 못 들어오는 대상이 많아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바이러스)나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편견이 커요. 낙인 때문에 정책 대상자로 들어오고 싶어도 부담 때문에 못 들어오죠.”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질환을 가진 정신질환자에 대해 공포심을 갖지는 않았습니까.

“정신장애인들과 자조모임에서 얘기를 나누고 했었는데 그때 제가 심리적으로 안 좋은 상태였어요. 남편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그들이 저한테 조언을 해 줘요. 아, 사람이 고민하는 건 비슷비슷하구나 생각했어요.”

-정신장애와 관련된 토론회에 자주 나오더군요. 의도적으로 이 유형의 장애를 연구해 온 건가요.

“한국장애인개발원 들어온 2014년에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연구를 시작했어요. 발달장애인특별법처럼 정신장애인도 특별법을 만들자였는데 특별법은 되지 않고 2016년에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잖아요. 정신장애 쪽은 연구는 열심히 해도 (성과가) 표면 위로 바로 안 올라와요. 장애 정책에서 아젠다가 안 되는 거죠.

다른 장애 영역은 연구를 하면 바로 제도화되거든요. 장애인 쪽에서는 정신장애를 생각하지 않아요. 정신건강복지법이 있으니까 장애인복지과가 아니라 정신건강정책과에서 하라는 거죠. 장애 정책에서 정신장애에 관심조차 없었어요. 지금이야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때문에 고민하는 거고.”

-등록 정신장애인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권에 목을 매면서 살아갑니다. 노동을 하면 수급이 깎여서 노동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모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동일한 고민거리예요. 정신장애인 수급자가 70%예요. 같은 기초생활수급자인데도 (신체)장애인은 장애수당 30만 원을 더 받아요. 이건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일을 하면 수급비가 깎이니까 일을 안 하죠. 빈곤의 덫이에요.

적어도 200만 원 정도 벌어야 탈수급할 수 있잖아요. 민간 노동시장에서 정신장애인이 그 정도의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노동시장에서 4시간 일하고 병원도 다니고 할 수 있는 직장이 거의 없어요. 그럼 국가가 만들어준 일자리로 가야겠죠.

고용노동부가 표준사업장에서 200~300만 원짜리 일을 만들어줘도 노동시간이 4시간이라면 안 되겠죠. 적어도 8시간을 일하는 체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가능하도록 만들어 놨잖아요. 표준사업장에서 4시간 일을 하면서 받는 임금 단가를 계산해 보면 수급을 하는 단가랑 큰 차이가 없어요. 차라리 일 안 하고 수급권을 유지하려 하는 거죠.”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노동을 할 경우 1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수급비 삭감을 하면 어떨까요.

“2~3년 정도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을 찾는 경우도 있겠죠. 서울시가 하고 있는 안심소득처럼요.”

-안심소득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생계급여가 중위소득의 30%에요. 서울시는 중위소득의 50%까지 주고 있어요. 이 중위소득이면 생계급여 탈락 대상이거든요. 그런데 서울시가 수급권에서 탈락 안 시키고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그대로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들었어요”

-얼마 전 입원을 거부하는 정신장애인이 사설 이송대원들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원해서 가는 민주적 입원체계를 만드는 게 그토록 어려울까요.

“입원의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하고 부모의 의한 강제입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이 안 돼죠.”

-응급입원든, 행정입원이든 공적 이송체계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죠.

“그 방향이 맞지 않나요. 국가가 관여를 해야 제도가 만들어지고 그래야 규제도 강화되겠죠.”

-정신장애인의 빈곤과 사회적 배제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의 정의 및 조작적 정의가 재정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 개념을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에 제약이 있는 자’로 규정하죠. 용어 자체는 큰 문제는 없어요. 그런데 이 포괄적 개념을 세부적으로 정의 내리는 장애정도판정기준은 손상 중심이에요. 정신질환이라는 증상보다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참여의 제약이 어느 정도인가를 중심으로 하니 중증질환자들이 아니면 정책 대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중증신체질환으로 편중돼 있다?

“정신장애의 경우 증상적으로 발현도가 높고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런 판단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장애 선진국을 가보면 그들은 정신질환이 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정신적 어려움이 있어서 식사를 하는 게 힘들다거나 하루종일 집에만 고립돼 있다는 것들까지도 다 장애로 봐요.

손상도 중요해요.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 장애 개념을 보면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의 제약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이 제약이 손상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정신적 증상에 의해서도 제약이 될 수 있거든요.

총체적으로 장애라고 하면 손상도 중요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문화, 맥락, 가족관계, 개인적 성향들까지 포괄해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으면 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증상의 일상생활·사회참여만 좁게 해 놓은 거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서 미등록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서비스 체계로 편입시킬 수 있는가가 화두입니다.

“장애의 개념은 넓은 데 우리는 좁게 만들어놓았죠. 정책 대상자는 좁은 개념 안의 장애인뿐인 거예요. 나머지는 미등록 대상자죠. 편견 때문에 장애 개념 안으로 안 들어가는 이들도 있을 거고요. 우리나라는 장애 범주로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요. 배제의 오류라고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제돼 있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정책 대상자로 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은 배제의 오류가 너무 많아요. 왜? 좁은 범주만 포함하고 손상만 파악을 하니까. 일반적 장애의 정의는 큰데 좁게 조작적 정의를 해 놓았으니 나머지 미등록 대상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장애인등록제도는 장애를 등록해야만 서비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결국 등록하지 못한 포괄적 장애 개념의 경계선에 있거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있는 이들을 위해 등록제도를 없앨 것이냐를 고민해야죠. 경계선은 어쨌든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간 사람들이니까요.”

-이들을 어떻게 편입시키느냐의 문제죠.

“장애인등록제도를 폐지하거나 판정 기준을 바꾸는 거죠. 판단 기준을 포괄적으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죠. 등록제도를 없애는 건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장애인등록제도와 연결된 법과 서비스가 100개가 넘어요. 나도 모르는 곳에서 기준을 만들고 등록장애인 대상으로 서비스를 주고 있어요.

감면할인에서도 등록장애인만 지원한다든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등록장애인만 포용한다든지 해서 기준들이 다양한 법률에 걸려 있어요. 그걸 없애면 누구를 선정해서 줘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겨요. 등록제도는 폐지가 안 될 가능성이 높죠.”

-그럼 미등록 장애인들은?

“서비스를 풀면 돼요. 가장 가능한 방법은 등록제도를 유지하면서 활동지원제도, 고용서비스 제도 등을 모든 미등록 대상에게 문을 여는 거죠. 활동지원은 저 같은 사람이 가서 미등록 평가를 하면 15등급 이하로 나와 탈락하겠죠. 그런데 고용제도는 달라요. 고용서비스는 소득보장보다 고용서비스 대상자가 더 넓어요.

현재 고용 제도의 문제는 장애인복지법의 대상자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거예요. 정신질환자들이 등록장애인이 아니니까 고용서비스를 못 받아요. 그런데 이번에 고용제도에서 풀기로 했어요. 고용서비스 대상자가 확대될 예정이어서 정신질환자도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고용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도구를 개발했어요. 등록장애인뿐만 아니라 미등록 정신질환자도 고용서비스에 들어가요.

소득보장 영역은 아직은 힘들어요. 왜냐하면 장애인연금의 경우 등록장애인이라도 3급은 못 받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장애인연금은 정신장애인들이 거의 못 받아요. 등록장애인도 소득보장에서 서비스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소득보장에서는 등록장애인을 우선하고 나머지 서비스에서 대상자를 풀면 돼요.

발달장애인 재활서비스가 그래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6세 미만의 경우 의사의 소견만 있으면 등록장애인 아니어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활동지원대상자도 장애인복지법 상의 대상자는 아니지만 전문가 소견과 활동지원 판단기준에 의해 15등급 이상이면 대상자로 선택될 수 있게 해야죠.”

-소득보장을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연금을 못 받아요. 장애등급제가 폐지됐는데도 장애인연금 대상자는 장애 1, 2급이거나 3급이면서 다른 장애가 있어야 돼요. 단일 3급은 대상자가 아니죠. 1~2급 정신장애인은 30%이고 3급이 70%예요. 그러면 30%만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는 거죠. 3급 정신장애인은 정책 대상에서 탈락이죠. 타 장애유형하고 비교해 보면 3급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요. 지적장애인은 1~2급이 70%예요.

정신장애인 70%는 장애인 수당 4만 원만 받으면서 사는 거예요. 급수에 대한 선정기준이 각 장애별로 형평성이 다르다 보니까 그래요. 그 기준을 비슷하게 맞춰야 될 거 아니에요. 1급에는 30%, 2급에는 50%, 3급에는 20% 이런 식으로 수준을 맞추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하잖아요.”

-정신건강복지법의 몇 개의 조항을 바꾸는 게 아니라 법을 전면 개정할 수는 없을까요.

“저는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복지, 주거, 자립은 장애인복지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복지 쪽에서 미등록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면 되는데 그건 시간이 걸리고 그 과도기까지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자립이든, 자립생활지원센터의 규정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될 거 같아요.”

-전면적 개정보다는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

“우선적으로요. 전면개정은 어렵죠. 그런데 지금 없는 조항들이 많으니까 넣긴 넣어야죠. 그들을 위한 복지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자립, 자립지원 이런 걸 넣어야죠.”

-장애인복지법을 보면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활동지원서비스를 규정했는데 정신건강복지법은 아예 없습니다. 심한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이제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의 활동지원 제도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돼요. 문제는 미등록정신질환자의 서비스 기준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정신건강복지법이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야죠. 정신질환자들도 직업재활 서비스, 가사지원, 활동지원이 필요하거든요.

아직 장애인복지법에 편입되기 힘든 집단이잖아요. 그러면 정신건강복지법에 초기자립정착지원사업 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거죠. 급성이 장애로 넘어가지 않도록 초반에 서비스만 줘도 되거든요.”

-장애인복지법 상 등록 정신장애인이면 이들도 장애연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소득보장은 모든 장애인이 대상이에요. 여기에서 정신장애만 딱 뺐다? 아니에요. 이미 받고 있어요.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장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거죠. 배제된 건 직업서비스, 상담서비스,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 거죠. 원래는 그런 목적은 아니었는데 제한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관 가서 서비스를 받고 싶다 했을 때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잘못 이해한 분들은 ‘당신은 정신장애인인데 이 대상이 아니에요.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가세요’라고 얘기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은 그렇지 않게 된 거고.”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 ©마인드포스트.

-취업이나 상담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렇죠. 이제는 15조가 폐지가 됐기 때문에 당연히 받을 수 있죠. 직업서비스는 직업재활이거든요.”

-서비스가 확장된 거죠.

“확장됐지만 법률로만 넓어졌다는 의미와 실제 이용하게끔 서비스를 만들어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넓어졌다고 해도 막상 받을 서비스가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발달장애인 가족 중에는 탈시설화를 반대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탈시설화가 무조건적인 선(善)은 아닌 걸까요.

“탈시설이라는 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잖아요. 이들이 부모가 옆에 없어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살 인프라가 구출돼 있다면 부모가 반대를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는 상황에서 탈시설을 하게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반대하겠죠.

또 시설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시설도 변화하잖아요. 기존에는 백 명을 한 곳에 몰아넣고 인권 침해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일인 일실을 갖고 강제적 규칙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형태라면 부모 입장에서도 괜찮다고 얘기하겠죠. 부모는 자식이 내가 없더라도 어느 기관이나 장소에 가면 케어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정신병원 입원 경험이 있는 이들 열에 아홉은 병원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치료 체계를 설계해야 할까요.

“공적으로 만들면 돼죠. 빨리 나오게 하고요. 그 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요.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급여가 결국 돈이고 (입원한) 사람들이 돈이니까 (병원에) 오래 있게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이걸 국가에서 공적으로 가져가면 조세가 들어가니까 효율적으로 더 쓰겠죠.”

-효율적?

“국고가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국가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지원하기보다 (입원 환자를) 빨리빨리 나가게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겠죠. 쉼터 같은 지지체계는 국가에 책임을 주는 게 맞는 방향이에요.”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가로막고 정신재활시설과 지역사회 인프라로 예산을 돌리는 정책이 그토록 어려울까요.

“장애인복지 예산이 24조 원쯤 돼요. 활동보조서비스에 들어가는 예산이 가장 많고 장애인연금, 거주시설 지원금 순이에요. 국고가 엄청나요. 그런데 공동생활가정이나 복지관이나 지역사회 서비스 기관들은 다 지방 이양 사업이에요.

장애인이 낮에 갈 수 있는 주간활동이나 직업재활시설은 다 지방이양 사업이고 거주시설이나 정신요양시설에는 국고가 들어가요. 지금 정신요양시설 59개소의 80%가 노인이예요. 여기 들어갈 국고가 없어져야죠. 점점 나이 드는 분들이 많아지니까 더 이상 신규 입소를 받지 않게 하고요.

정신요양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정신재활시설로 넘겨야죠. 사실 생활시설하고 종합시설도 시내로 나와야 돼요. 거기도 시내에 있기는 한데 거기는 한 방 당 4명이 자고 그래요. 그들도 한 명당 방 하나를 달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변화려면 지금의 생활시설이 다 변해야 돼요. 지금 현재 생활시설들은, 일인 일실로 하려면 그걸 다 부수야 하는 거죠.”

-오픈다이얼로그에서 입원 결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당사자입니다. 현재의 한국의 입원 체계에서 꿈같은 얘기일 겁니다.

“저는 가능할 거 같아요. 나의 의사로서 (입원 유형을) 판단하는 게 맞죠. 그때만 위기 상황만 지나면 되는데 의사결정이 안 된다면서 사람들이 (입원 여부) 판단을 해 버리는 거죠. 오픈다이얼로그를 통한다면 더 좋겠죠.” 

(오픈다이얼로그는 핀란드에 시작된 치료와 회복 프로그램으로 정신질환 당사자가 정신응급 상황에 놓일 경우 그의 부모와 친구, 의사 등 사회적 관계망들이 그가 있는 장소로 와서 대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고 당사자 스스로 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대안적 치료 모델이다-편집자 주)

-선생님에게 정신장애인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은 이래’라고 얘기하면 내가 ‘그렇지 않아’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죠. 6년간의 연구하면서 반박할 수 있는 소양이 좀 쌓인 거 같아요. 저는 편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배울 것도 많고요. 지지체계 중의 한 부분이죠.”

-앞으로 정신장애와 관련된 책을 쓸 계획입니까.

“연구를 계속해야죠. 정신장애 분야에서 정책으로 쓸 수 있게 힘을 줄 만한 연구들이 별로 없어요. 보건복지부와 연결돼 있는 보건사회연구원이나 공공 연구기관들이 문제를 지적해 줘야죠. 연구진들뿐만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도 당연히 들어와야 되고요. 연구원만 글 쓰면 쓸모가 없어요. 정책 아젠다를 만들려면 단체와 가족, 당사자와 의견 수렴을 해야 해요. 그 박자가 안 맞으면 정책을 만드는 데 어려워요.”

녹음기를 껐다. 그러자 조 부연구위원은 미처 말하지 못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보여주기식이라도 목소리를 내야죠. 국회 가까운 이룸센터 앞에서 매일 시위하세요. 강제입원 공공이송체계 만들라고 하루에 두 시간씩 교대로 시위하면 정치인들이 ‘저 사람들 또 왔네’ 하면서 관심을 가질 거 아니에요. 발달장애 부모들이 그랬어요. 내가 연구로서 말하면 뭐합니까. 정신장애 단체들은 뭐하는 거지? 으샤으샤 해야죠. 그럼 언젠가는 답이 와요. 발달장애 권리도 부모들이 같은 장소에서 얘기해 정부에 먹혔단 말이에요.”

기자는 빠르게 그의 말을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