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정신장애인 인권 보장 탈원화 로드맵 즉각 구축하라”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정신장애인 인권 보장 탈원화 로드맵 즉각 구축하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1.1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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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요양시설 배제돼...시설 입소 1만여 명 소외
신체장애 운동단체도 연대 참여...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치유받아야
추진연대, 기자회견 후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당사 찾아 의견 전달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발족식 및 기자회견이 13일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발족식 및 기자회견이 13일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시설 정신장애인들이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서 배제되면서 정신장애 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13일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추진연대) 소속 회원 70여 명은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당들에 정신장애인 탈원화 로드맵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8월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탈시설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로드맵 일환으로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해 향후 3년간 총 600명이 탈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업 지원대상에는 시설 장애인 외에 재가 장애인도 포함돼 발달장애인의 자립지원 체계 구축과 시설 입소 예방 정책과도 맞물려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 1만여 명이 생활하는 정신요양시설은 장애인복지법상 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탈원화 로드맵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장애 그룹은 이의 수정을 수차례 정부에 건의했지만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판단하면서 추진연대가 발족됐다. 연대에는 신체장애 단체인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도 동참했다.

기자회견에서 황백남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장은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분리 정책을 실시해 시설로 보냈고 지역사회와 분리시켰다”며 “고통받는 이들은 장애인 당사자들이었고 이들은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시설 로드맵 체계 안에서 정신장애인은 빠져 있다. 이는 철저히 의료중심 체계 안에서 정신장애를 바라보고 해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대의적인 논의 안에서 당사자가 자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증진을 위한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시설과 병원 정신장애인 74%가 탈원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유형별로 정신재활시설과 정신의료기관에서 탈원화에 동의한 비율은 각각 92%, 90%였다. 정신요양시설은 탈원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8%를 차지했다.

이는 정신요양시설 거주자들 특성이 고령이거나 중복장애, 혹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들이 퇴소를 해도 지역사회 인프라의 부족으로 시설에 눌러앉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이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이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c)마인드포스트.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추진연대는 병원 치료를 거부하지 않는다.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취급을 받는 치료를 거부할 뿐”이라며 “보다 접근 가능하고 고립되지 않는 지역사회에서 치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권리와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참여하며 지역사회에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세린 씨는 “탈원화는 정신질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으며 우리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라며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를 갖추는 진정한 탈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운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준비위원장은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공동생활가정이나 수동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정신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며 “탈원화해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정신장애인들의 소망을 꺾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김재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와중에 유독 정신장애인은 특유의 강력한 낙인 때문에 자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며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다른 비장애인과 함께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석훈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정신병원 환자들에게도 자신의 권리가 있고 정신병원 안의 규율에 따라 강제로 입원생활을 한다거나 면회도 못 하고 핸드폰 반입도 안 되는 오래된 악습을 끊어야 한다”며 “강제입원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거나 보호사에 의해 강제로 폭행 당하는 이런 치료는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임광순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탈원화를 위한 자립과 정착 시도가 좌절되더라도 도전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며 “완치가 아니라 질환이 있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 그것이 회복이다”라고 밝혔다.

출범식 선언문을 읽은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탈원화 및 지역사회 자립 지원은 이미 선진국가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요구 사항”이라며 “한국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을 슬그머니 빼버리고 여전히 비인도적이고 반인권적인 시스템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측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담당자들에 추진연대 탈시설로드맵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정신장애인탈원화추진연대 측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담당자들에 추진연대 탈시설로드맵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권 센터장은 “추진연대는 정신장애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 당사자가 모든 사안에 대해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당사자의 삶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지역사회 적응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정부 시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결의한다”고 밝혔다.

추진연대는 ▲정신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탈원화·탈시설화 로드맵 구축 ▲당사자 중심의 자립 지원 체계 확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시책 마련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의 지원·육성을 각각 요구했다.

이후 추진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담당자, 국민의힘 당소통센터 담당자, 정의당 조직강화위원회 담당자에게 각각 정신장애인탈원화 로드맵 제안서를 전달했다.

추진연대 참여 단체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연맹(DPI),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7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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