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한마음의집을 이토록 해체하고 싶어하는 걸까...“보건소장과 담당 공무원에 책임 물을 것”
왜 그들은 한마음의집을 이토록 해체하고 싶어하는 걸까...“보건소장과 담당 공무원에 책임 물을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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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대문구보건소장 부임 후 한마음집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퇴소한 정신장애인 3명에 전셋집 제공한 게 ‘불법 미인가시설 운영?’
구의회 질의에서 박선정 보건소장 “정신질환자 판단능력 없어”...정신장애계 반발
최동표 원장 “미인가시설 아냐...자비 들여 전셋집 구해 당사자 거주하게 한 것뿐”
공동생활가정 최대 입소 기간 5년...퇴소 후 갈 곳 없는 이들 방치하자는 것
지난달 23일 서호성 서대문구의원이 본회의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서대문구의회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 23일 서호성 서대문구의원이 본회의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대문구의회 누리집 갈무리]

“그분들이 판단 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이라고 확신하시는 겁니까?”(서호성 의원)

“저는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들을 진료를 했습니다.”(박선정 보건소장)

지난달 23일 서대문구의회 287회 제2차 본회의. 구의회 서호성 의원의 질의에 박선정 서대문구보건소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에 대해 정신장애계에서는 박 보건소장의 ‘판단능력 없음’ 발언이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 의원의 본회의 질의는 서대문구의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한마음의집에 집중됐다.

박 보건소장의 답변이다.

“저는 의사로서 서대문구 보건소장으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한마음의집은 위법 사항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인가시설을 불법 운영해 정신건강복지법 제26조 정신재활시설 설치 운영 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함을 위반했고 두 번째는 정신질환자를 보호시설 외의 장소에 수용해 (같은 법) 제72조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박 보건소장의 결론은 이렇다.

“보건소에서는 조사권이 없어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하게 됐고 현재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보건소는 정신장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지도점검을 더욱더 철저히 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신장애계는 반발했다. 시설이 아닌 임대차 계약을 한 집에서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들이 임차인으로 살아가게 배려한 부분을 과도하게 불법시설 운영으로 몰아간 것은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서대문구보건소는 왜 이토록 한마음의집을 표적 조사하고 있는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로 올라간다. 그달 22일은 서대문보건소 지도점검일이었다. 직원들은 오후 2시경 방문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 같은 날 오후 4시경 이틀 뒤인 24일 재방문 조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24일 재방문한 직원들은 한마음의집이 있는 건물의 2층이 미인가시설이라며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인가시설이 아니었다. 그 2층은 2020년 10월께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퇴소 후 갈 곳이 없는 정신장애인 3명과 그 보호자들이 거주할 곳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찾은 공간이었다.

최 원장은 자기 돈 5000만 원으로 그 집을 전세 임차했고 이를 정신장애인 3명에게 월 6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해 준 곳이었다. 60만 원에는 거주비와 전기세, 가스비 등이 합해진 가격이다. 당시 당사자들과 그 보호자들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입주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26조는 공동생활가정을 포함한 정신재활시설을 설치 운영할 경우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동법 제72조는 정신질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이외의 장소에 정신질환자를 수용해서는 안 되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서대문구보건소가 한마음의집 2층 불법 문제를 제기하며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정신장애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서대문구에 민원을 낸 지역주민 A씨는 “2층은 퇴소자들이 독립된 공간에서 거주하며 사생활을 보장받고자 원하는 지역을 정해 주거한 공간”이라며 “그 증거로 퇴소자들이 계약한 개별임대차 계약서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설 입소가 아니며 보건소에 시설 운영 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보건소장이 밝힌 시설 운영 신고 위반은 정신장애인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는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발표하며 정신장애인 주거와 관련해 같은 형식의 다른 주거시설은 이용할 수 없도록 지침에 넣었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별표9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공동생활가정 입소 기간은 2년이 원칙이며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1년 단위로 총 3회까지 연장 가능하다. 따라서 아무리 길게 잡아도 5년이면 시설 입소자는 나가야 한다.

정신장애인들은 만기 퇴소 후 이동할 공동생활가정이 없어지면서 고시원이나 쪽방으로 몰려가도록 국가가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정신질환의 악화를 불러와 재입원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서대문보건소. [사진=연합뉴스]
서대문보건소. [사진=연합뉴스]

한마음의집 상황도 그와 맞물린다. 퇴소한 정신장애인 3명이 다른 공동생활가정으로 갈 사정이 못 되니 당사자와 보호자들도 난감했을 것이다. 최 원장이 자비로 전셋집을 계약하게 된 이유다. 보건소는 그 계약과 당사자 3인의 거주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박 보건소장은 제2차 본회의에서 “그 시설장(최 원장 지칭)이 판단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에게 일인당 60만 원의 월세를 받는 조건으로 5년 기간이 지났는데 (임대차) 계약서 4개를 발견했다”고 말한 이유다.

특히 그는 5년 입소 기간이 끝나면 다른 시설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정신장애계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 공동생활가정은 50개소에 정원 346명에 불과하다. 2021년 제2차 국가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는 공동생활가정의 공급 부족에 대해 2025년까지 누적 200개의 시설을 더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에 공동생활가정이 많다는 박 보건소장의 발언은 허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박 보건소장은 “서울시에 너무 시설들이 많이 있다”며 “지방에 비해 서울시는 이런 시설들이 충분히 있다”고 발언했다. 근거가 없는 거짓 정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정신재활시설은 350개소다. 이중 공동생활가정이 187개소(53.4%)로 가장 많고 이어 주간재활시설 85개소(24.3%), 종합시설 21개소(6.0%) 등이다. 특히 정신재활시설의 47.1%(165개소)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상황이다.

전국 공동생활가정 187개소 중 그나마 서울이 50개소로 전체의 26%에 이른다. 그나마 시설이 많다는 서울시의 공동생활가정 수준이 이 정도인데 “서울시에 시설이 많다”는 박 보건소장의 의견은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문 후 이틀 후에 재방문한 보건소 직원들은 최 원장과 퇴소 회원들 간의 개별 임대차 계약서 사본이 미인가시설의 증거라며 이를 인정하는 확인서를 미리 준비해 와 사인을 강요했다. 사인을 할 경우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다. 최 원장은 사인을 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약속을 어기고 경찰에 미인가시설 관련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최 원장의 변호인 측은 “제72조는 불법 수용에 의한 가혹행위 방지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며 “2층은 시설과는 무관한 임대주택이므로 법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만약 최 원장이 2층에 계약해 들어온 당사자 3명이 1층의 한마음의집과 계속 왕래를 하고 시설이 주는 프로그램이나 복지 지원을 받았다면 미인가시설로 규정할 여지는 남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2층 거주자들은 1층과 반대되는 곳의 계단을 통해 지역 시설의 주간재활 프로그램과 낮병원을 이용했다. 또 개인 정신건강의학과 부설 주간 정신건강센터에서 일상훈련과 약물훈련, 신체건강 관리, 개별상담 등을 지원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층과 2층 거주자들은 거의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1층 출입문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서로 달라 우연이 아닌 이상 매일 마주치면서 인사할 기회는 없다는 설명이다.

보건소가 한마음의집이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의 수용 및 가혹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고발 내용도 무고라는 지적이다.

최 원장 변호인은 “법 제72조는 불법수용에 의한 가혹행위 방지라는 입법 취지”라며 “한마음의집이 그들을 불법 수용하려는 의지가 아니었던 만큼 수용과 가혹행위 등으로 보건소가 고발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퇴소 후 주거가 불안정한 정신장애인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한 행위는 서울시의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조례’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 시설 퇴소자에 대한 지원에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시가 예산 부족으로 정신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주거 제공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최 원장은 보건소 측의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최근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상황이다.

민원인 A씨는 보건소가 조사권이 없어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기 위해 고발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따졌다.

박 보건소장은 본회의 질의에서 “보건소는 조사권이 없어서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에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이분이 합법하다면 무혐의로 풀려날 것”이라고 답했다.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 원장은 “조사권이 없다는 보건소 측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행정조사기본법에는 행정조사권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보건소 측이 이틀의 간격을 둔 방문 조사는 위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에 따르면 보건소는 조사 개시 7일 전에 현장조사서를 시설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소 측은 11월 22일 방문 후 이틀 뒤인 24일에 재방문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은 22일 시설을 찾아 형식적인 조사를 벌였다.

정신장애계는 박 보건소장이 정신장애인들이 판단능력이 없다는 발언을 비판했다.

A씨는 민원에서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을 바탕으로 정신의료기관이 자의입원으로 대다수의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고 있다”며 “고착된 정신질환이 아니라 회복 가능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일정한 순간이나 시기에만 법적으로 정신질환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입원의 필요 없이 지역사회에서 재활을 하는 정신장애인이 모두 판단 능력이 결여됐다는 측면으로 읽힐 수 있어 편견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는 당사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일상을 계획하고 결정해 나가는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박 보건소장의 발언은 정신장애인을 ‘법적 무능력자’로 규정했다는 게 정신장애계 입장이다.

정신장애계는 박 보건소장이 정신장애인이 판단능력이 없다고 확신하느냐는 서 의원 질의에 대해 “저는 수년 동안 정신질환자들을 진료했다”는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보건소장의 전공은 내과 전문의다. 정신질환과는 관련이 없는 과다. 그가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환자들의 내과적 문제를 처방한 경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과 전문의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A씨는 민원에서 “당신은 정신건강 전문의입니까? 조절이 힘든 초발 정신질환자도 환자 본인이 입원신청서를 제출하는 자의입원 제도를 통해 치료받고 있는 한국의 정신건강 의료 현실을 알고는 계시는가”라고 질문했다.

A씨는 “2022년 10월 임용된 서대문구 보건소장은 이런 규정의 변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2020년 사업안내서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고발을 했다”며 “보건소장과 담당 공무원의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밝혔다.

박 보건소장이 말이다.

“저는 의사로서 서대문구 보건소장으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한마음의집은 지난 2001년 서대문구 홍은동에 개소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옆집에 이사온 영화감독이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서 만든 영화 ‘이웃집’, 그리고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삶을 다룬 ‘한끗’을 제작하는 등 정신재활시설의 한 모델로 평가받는 곳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길목 꾸미기를 함께 진행하는 등 지역밀착형 시설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곳에, 왜 갑자기, 그들이 들어와서 이 시설을 몰아내려고 하는지, 박 보건소장은 그 핵심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가 주창한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는 정신장애인들의 삶의 옹호와는 그 괴리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본회의 질의 마지막에 한 서 의원의 발언이다.

“한마음의집은 정신장애인 자립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고발을 취소할 생각은 없으십니까라고 여쭤보려고 했는데 이런 질문은 하나마나겠네요.”

박 보건소장이 “네”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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