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지역사회 통합’이야...서울정신건강통합센터 폐쇄 협박에 정신장애계 반발
바보야! 문제는 ‘지역사회 통합’이야...서울정신건강통합센터 폐쇄 협박에 정신장애계 반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28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주 서울시의회 복지위원장, 서울통합센터 운영에 ‘사사건건’ 딴지 걸어
통합센터에 전문가 없다는 지적에 정신장애계 “복지 마인드 없는 전문가주의” 비판
한정연 “유엔 CRPD 철학에 위배...강 위원장 사과하고 우리와 면담해야” 촉구 강 위원장, 타 장애기관에는 한없이 관대...유독 정신센터에는 엄격한 ‘잣대’
한정연 소속 회원들이 이달 20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앞에서 강석주 서울시의회 복지위원장의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한정연 소속 회원들이 이달 20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앞에서 강석주 서울시의회 복지위원장의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의 정신장애인 비하와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운영에의 왜곡된 발언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지난 20일 여의도 국민의힘 서울시당 앞에서 강 위원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강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강 위원장은 이달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임시회에서 “시민 혈세가 20억 원 정도 들어가는 (단독 건물의) 기관을 설립하면서 사전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 기관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나간다는 준비도 없이 특정 단체에 위탁을 해서 이 기관에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건 (서울시) 집행부의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라는 이 용어가 잘못된 용어인가, 아니면 법정 용어인가”라고 질문한 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이 “정신질환자로 정리돼 있다”고 답하자 “여러 장애인 단체에 대해 이런 부분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정신질환자’ 발언은 현재 정신장애 인권단체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치적 의미의 ‘정신장애인’ 용어 사용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정신질환자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위원장이 유독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 ‘적대적 의식’을 드러내는 건 그의 발언 곳곳에 드러나 있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통합 거점 센터 전망을 갖고 지난해 4월 공식 운영에 들어간 사회복귀 종합재활시설이다.

센터는 당사자 사회복귀를 위한 희망아카데미 운영, 취업훈련 과정, 정신질환 특성을 고려한 신규 직종 개발 등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이 센터의 운영에 자꾸 ‘딴지’를 걸었다. 그는 “이 센터가 기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기능이 겹치고 전문성도 부족한 인력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질환의 종류나 중증도가 몹시 다른 ‘환자’들을 집단으로 모아놓고 무리한 활동을 하면 2차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정신과) 전문가들이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과연 무용동작치료, 글쓰기, 캘리그라프, 음악 활동 등 10명씩 연간 40여 차례씩 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효과성의 검증 없이 서비스 만족도와 평가지표로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사업인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수차례의 공적 발언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을 계속 ‘환자’로 지칭해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환자’ 발언도 그렇지만 강 위원장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전문가 중심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우리가 분노했던 것은 ‘환자’라는 용어가 아니라 ‘전문가·공급자 중심’으로 사고하는 구시대적 복지 마인드, 그리고 의료 영역의 통제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우리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탄했다.

연합회는 이어 “당사자 단체는 이용자·당사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활동은 국제적 기준과 정책 흐름과도 일치한다”며 “강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의료 영역이 지닌 한계를 보완하고 증상의 통제가 아닌 삶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당사자 단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단체는 강 위원장이 ‘정신질환자’나 ‘환자’ 용어 사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비준된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반박 근거로 삼았다.

유엔 CRPD는 정신장애인을 더이상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의료적 모델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일상적 생활을 지원하고 통합된 생활을 지속하는 접근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명문화하고 있다.

연합회는 또 “서울시정신질환자자립생활지원조례에서도 정신질환자가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고 결정하며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목적에 따라 서울시는 자립생활지원협의회를 설치, 정신질환자 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역사회 거주지원 및 자립생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지난 2019년에 제정된 조례조차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루고 있지 않으면서 법률을 입에 담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연합뉴스.
강석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연합뉴스.

연합회는 앞서 지난 20일 기자회견 성명서에서 강 위원장 발언의 전문가 중심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의원장이 “정신보건 전문가 자문이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데 전문성도 부족한 인력들이 모여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이다.

연합회는 “강 위원장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 서비스에서조차 정신과 전문의의 개입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정신병동의 개방을 추구하는 선진국의 경우 당사자 자율성을 더욱 보장해 주고 있는데 강 위원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 관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운영으로 병원을 약물치료 비중을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성을 회복해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효과성을 간과했다”며 “모든 걸 다 돈으로 환원해서 비교한다는 느낌이 들어 절망감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에서 진행되는 무용동작치료, 음악 활동 등에 강 위원장이 ‘회의적 판단’을 내린 부분에서도 반박이 나왔다.

권성혜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당사자를 위한 사회적 재활치료를 갈망하고 소망한다. 모든 당사자는 병에 대한 자기 권리가 있다”며 “자조 역량 강화나 문화예술 활동가가 돼 활동하는 것은 약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26일 임시회에서 강 위원장이 센터 문제 추진 과정을 요청하자 답한 요지는 이렇다.

서울시는 강 위원장의 요구 사안에 대해 시 자체적으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그간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는 점, 우선적으로 통합센터의 역할과 기능 자체가 처음부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 이를 명확히 해서 맞는 인력을 구성하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박 국장은 “정신재활시설이 전국에 340여 개 정도 있는데 서울에 100개 가까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안에서 주간재활 자체가 모자라서 대기를 하는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간재활과 직업재활에 관련된 역할이 현장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의 운영 필요성을 그 의미에 담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시정질의에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는 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폐쇄하든지 이와 유사한 센터와 병합해서 전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3개월의 기간을 드릴 테니 종합적 진단을 해서 그 결과를 보건복지위원회 전 위원과 공유하고 보고하라”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이 센터를 폐쇄하려 하는 의도가 보이면서 센터 측에서도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센터에서 일해 온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센터 운영에서 서울시의회 입김이 강하게 전해지자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중요 실무진들이 센터 폐쇄를 요구한 강 위원장의 발언 이후 중요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데에도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센터 누리집 갈무리]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센터 누리집 갈무리]

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시 시민건강국 소관 서울의료원 및 직영 병원, 건강 관련 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립병원 및 건강 관련 기관들은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며 “따라서 수입에 있어 ‘착한 적자’가 불가피함을 알고 있다”고 포용적 발언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진행된 서울시정신건강통합센터 감사에서는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사업 추진이 부진하고 회계 처리가 미흡하다”며 “프로그램 전문성 부족 등 목표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타 건강 관련 감사 기관에 대해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이해해야 한다는 ‘포용적 시선’이 유독 정신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해서만 ‘엄격함’을 요구하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성명에서 “본인의 언행에 대한 반성조차 없으며 오히려 임시회에서 당사자 단체의 예산을 가지고 겁박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였다”며 “심리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당사자단체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부당한 압력 행사를 시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강 위원장의 사과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를 촉구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재발 방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