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 포비아’ 대신 ‘위드 조현병’의 시대를 살고 싶습니다.
[이관형 기자의 변론] ‘조현병 포비아’ 대신 ‘위드 조현병’의 시대를 살고 싶습니다.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4.02.2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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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갈무리

2014년 방송인 김구라 씨는 자신의 공황장애를 고백합니다. 이때도 수많은 언론들이 김구라가 겪는 공황장애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황장애 당사자인 김구라는 자신의 병을 숨기고 쉬쉬하는게 아니라 용기내어 고백했고, 언론도 관련하여 자극적이거나 편파적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대중이 유명한 연예인을 통해 공황장애라는 질환에 대해 접촉하게 된 것입니다. 대중들에게 친근한 연예인도 걸릴 수 있는 병이구나 라고 알려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조현병이 처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사건이었습니다. 시작부터가 범죄와 연관되다보니, 지금도 조현병 하면 범죄부터 떠올리게 된 것이죠.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이후 김구라는 또다른 당사자인 김신영과 공황장애한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공황장애의 원인과 증상, 회복의 방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죠. 이러한 방송을 통해 대중들은 공황장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고, 조현병처럼 예측불가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지는 않았습니다.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심지어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공황장애를 고백하면서 대중들은 깨닫습니다. 공황장애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며, 잘 관리하면 연예인들처럼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죠.

공황장애 진료 인원 수 추이 (c)쿠키뉴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고백한 기간 동안 공황장애 진료 환자 수도 늘어납니다. 공황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공유되면서, 사회적 편견에 의한 장벽은 낮아지고,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집니다. 이제는 본인이 공황장애라는 사실이 숨기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된 것이죠.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이처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 한 것만으로도 대중들로 하여금 교육효과를 가져왔고, 편견을 줄어들게 했습니다. 심지어 공황장애를 겪은 당사자 연예인들이 병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고 웃으면서 공황장애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고 무서운 병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초기, 사람들은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오해와 무지로 혐오의 정서가 넘쳐 났습니다. 먼저 코로나 근원지로 여겨지는 중국 사람들에 대한 분노과 증오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인들은 ‘생물 테러리스트’라며 더럽고 위험한 존재로 여겨졌죠. 미국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백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한국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c) 경기도교육청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의 주된 원인으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과 성소수자가 지목되었고 대구 지역은 코로나의 근원지로 여겨졌습니다. 그 후로는 방역수칙을 어기는 나이트클럽과 술집, 일부 교회와 이단 종교집단이 주된 발생지역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의 눈초리를 치켜 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방역수칙을 어기고 밖으로 돌아다녔다는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히는 것과 같았죠.

""죽다 살아난 기분"...20대 코로나19 환자가 직접 전하는 투병기"(2020.5.22.) 보도화면 갈무리 (c) YTN

그런데 한 청년이 유튜브로 자신의 코로나 확진 경험을 세상에 알립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코로나의 증상과 예후, 고통과 완치과정에 대해서 당당하게 고백한 것입니다. 심지어 KBS 방송채널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하여 전 국민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MC인 서장훈과 이수근을 비롯하여 대중들은 코로나에 대해 잘 모르던 시기였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무지가 혐오과 공포로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이 청년의 고백은 매우 용감하게 다가왔습니다.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용기내어 고백할 사실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 두 번씩 걸려봤고, 증상의 고통과 회복의 과정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으로 잘 알게 되었죠.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이 두렵고 부끄럽고 감춰야 했던 상황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 사이에 코로나는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 가능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병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보도 지면 갈무리

물론, 아직도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지금도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한편, 그만큼 백신과 치료제도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감처럼 관리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뜻으로 정부와 언론은 ‘위드 코로나’를 선포하게 되었죠.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를 겪고, 잘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렵거나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c) MBC 뉴스

지금도 언론은 조현병에 대해 심각하고 부정적이고, 공포스럽고 쉬쉬해야 하는 병으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조현병을 직접 겪어 보지 않고, 잘 모르는 대중들은 여전히 혐오하고 공포에 시달립니다. 이럴수록 언론은 당사자의 편에 서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부정적이고 어두운 묘사 대신, 밝고 희망적인 방송들을 내보내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범죄사건만 보도하지 말고,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모습도 나타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마인드포스트
(c) 마인드포스트

물론, 그러기 위해선 언론과 대중 앞에서도 당당할 당사자들이 필요합니다. 정신질환,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비하면 극히 소수지만,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당사자들이 존재했습니다. 당사자 리더로서, 활동가로서, 동료지원가로서, 책과 강연을 통해서 사람들 앞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을 통해 사회는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코로나에 걸렸던 청년처럼 당사자들에게도 세상을 바꿀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낼 때 ‘조현병 포비아’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위드 조현병’이란 단어가 생겨날 것입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질 때, 우리는 ‘위드 조현병’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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