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톺아보기: 사랑에 미치다(1)] 강제 격리와 강제입원, 이대로 괜찮은가... "제발 우릴 집으로 보내줘요!"
[미디어 톺아보기: 사랑에 미치다(1)] 강제 격리와 강제입원, 이대로 괜찮은가... "제발 우릴 집으로 보내줘요!"
  • 배주희 기자
  • 승인 2019.10.0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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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미치다(원제: Touched with Fire)'에서 묘사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간 이하의 대우
강화된 절차의 정신장애인 강제 입원, 이제는 괜찮은가?
영화 속에서 엿볼 수 있는 강제 격리의 잔인함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 인식해야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살아오면서 친해졌던 친구나 이웃, 익숙한 공간인 집, 살았던 동네, 하다못해 집 앞 작은 마트 하나도 너무나 그리워질 것이다. 그리워하는 정도만이 아닐 것이다.

당신의 온 세상이 무너지고, 세상과의 단절이 극도로 두려워질 것이다. 하루 아침에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수가 됐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할 것이다.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늘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정신장애인들이다. 그 동안의 노력으로 강제입원(비자의 입원)의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인권침해의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동안의 그 실태가 어떠했길래 정신장애인들의 피와 땀, 눈물의 절규로도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정신장애인의 사랑과 고통을 다룬 영화 '사랑에 미치다(원제: Touched with Fire)
정신장애인의 사랑과 고통을 다룬 영화 '사랑에 미치다(원제: Touched with Fire)'

폴 달리오 감독의 영화 ‘사랑에 미치다(원제: Touched with fire, 2015)’는 강제입원과 강제 격리로 인해 고통받는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놓고 있다. 강제입원을 당한 것도 모자라, 조울증이었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를 둘 다 좋아하는 것을 알게돼 그곳에서 친해진, 그나마 마음 붙일 곳을 찾아낸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을 강제로 독방에 가두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조울증 환자이기에 같이 있게 되면 서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억지로 진정제를 투여하면서까지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게 만든다.

주치의 의사의 말 한마디로 마르코는 다른 병동으로 옮겨져야 했다. 도대체 마르코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곳 병원엔 없는 걸까. 이것이 인권 유린이 아니면 무엇이 인권 유린 인 것인가.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주치의 의사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마르코(루크 커비)는 다른 병동으로 옮겨져야 했다. 도대체 마르코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이곳 병원엔 없는 걸까. 이것이 인권유린이 아니면 무엇이 인권유린인 것인가.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끔찍한 환경 속에서 겨우 친해지고 사랑을 하게된 두 사람, 하지만 의사의 한마디로 인해 서로 갈라져서 만날 수 없게 된다.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끔찍한 환경 속에서 겨우 친해지고 사랑을 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의사의 한마디로 인해 서로 갈라져서 만날 수 없게 된다.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서로를 강제격리 시키려는 싱황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있는 카를라(케이티 홈즈)와 마르코(루크 커비). 사진=영화 사랑에 밀치다 화면 갈무리
서로를 강제격리시키려는 싱황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거부하고 있는 카를라(케이티 홈즈)와 마르코.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병원 관리자에게 대항하자 주저없이, 당연한 듯 진정제를 놓는 모습. 그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의사 결정권이 없는 상태.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병원 관리자에게 대항하자 주저없이, 당연한 듯 손발을 결박한 후 진정제를 놓는 모습. 그녀는 자신의 몸에 대해 의사결정권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독방에 갇힌채 집에 가고 싶다는 절규를 하고 있는 카를라. 내 집에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것 만큼 잔인한 것이 또 있을까.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독방에 갇힌 채 집에 가고 싶다는 절규를 하고 있는 카를라. 내 집에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것 만큼 잔인한 것이 또 있을까.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강제 격리후 모든 의욕을 잃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마르코. 먹지도 않고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죽은 듯 누워만 있는 그. 의사가 원한 것은 이런 상황이었는가.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강제 격리 후 모든 의욕을 잃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마르코. 먹지도 않고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죽은 듯 누워만 있다. 의사가 원한 것은 이런 상황이었는가.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마르코의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마르코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의사도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마르코의 보호자인 아버지에게 마르코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 의사도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사진=영화 '사랑에 미치다' 화면 갈무리

기자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떠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실태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던 그간의 정신장애인 인권 보장이 어떠했기에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일까.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입원 환자 수는 2012년 8만569명인데, 이 가운데 자의 입원은 24.1% 이고 나머지 75.2%는 비자의 입원, 곧 강제 입원에 해당한다. 매우 우려스러운 통계다.

프랑스의 강제 입원률은 12.5%, 독일은 17.1%, 이탈리아 12.1%, 영국 13.5% 등 소위 선진국의 비자의 입원 비율은 10% 대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기간도 우리나라가 월등히 길다. 독일 26.9일, 영국 52일, 프랑스 35.7일, 이탈리아 13.4일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평균 입원 기간은 무려 127일이다.

마르코와 카를라는 이러한 갑작스런 강제 격리 이후 서로의 연락처를 나누지도 못한 채 퇴원을 하고는, 두 사람 다 각자 집에 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정신장애인들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사랑'도 마음껏 할 수 없는 것일까. 악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당사자들 스스로가 서로를 겪어보고 결정할 문제이지, 다 큰 성인을 마치 '사리분별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로 치부해선 안 된다.

결국 영화에서처럼 인간 이하의 대우와 서로의 단절이 더 크나큰 화를 불러오지 않았던가. 두 사람을 독방에 가두는 장면에선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을 다루는 것 같은 잔인함도 엿볼 수 있다.

정신장애인도 살고 싶다. 다만 '인간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마르코와 카를라는 그러한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서 삶에 아무것도 미련이 없게 됐다.

서로가 유일한 희망의 빛줄기였던 그들에게 이 병원은 무엇을 해주었는가. 시간 맞춰 강제로 약물을 투여하고 수많은 종류의 진정제를 복용시켜 정신이 멍해지고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증상을 다스리면 그것이 치료인가.

마르코와 카를라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은신처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약이 아니었을까.  

정신장애인들에겐 이미 아픔이 있다. 강제로 그들을 떼어놓고 가두어 그들의 상처를 더 아리게 헤집어 놓는 것 보다, 용기를 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한마디가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이다. (c) 지향드림 캘리그라피
정신장애인들에겐 이미 아픔이 있다. 강제로 그들을 떼어놓고 가두어 그들의 상처를 더 아리게 헤집어 놓는 것보다, 용기를 주는 따뜻하고 다정한 한마디가 그 생채기를 아물게 할 것이다. (c) 지향드림 캘리그라피

아래는 해당 장면들의 영상이다. 손과 발을 결박하고 안정제를 주사하는 등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정신장애인을 다루는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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