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진일 “진정한 동참은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
[서평] 김진일 “진정한 동참은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
  • 김진일
  • 승인 2021.02.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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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영 저(著)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서평
“대한민국 정신건강 정책 다시 생각해야 할 때”
김진일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대표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김진일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대표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안녕하세요? 저는 조현병을 가진 딸을 둔 아버지 김진일입니다. 지금은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가족대표단 교육지원단장인 설운영 님께서 금번에 책을 출간했습니다.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책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수필 작가로서, 문학 글을 써오는 사람으로서, 본격적으로 아들의 아픈 이야기들을 섬세한 필체로 펼쳐놓습니다.

저자가 토해냈던 심장 같은 언어들이 살아서, 갓 태어난 별의 불꽃처럼,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합니다. 저자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가능과 절망이라고 여겼던 조현병을 극복하고 고통의 늪에서 건져 올린 여린 새 순이 돋아나듯 서서히 회복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가슴으로 눈물을 토해내면서 쓴 글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던 몇 가지 대목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이유도 없이, 예고 없이, 소리도 없이 찾아오는 정신질병이 육체의 질병보다 더 무서웠다. 그것은 신의 저주에 따른 악령의 장난처럼 여겨졌다.”

“우리가 가진 모든 생생한 정신과 희망조차 부스러질 것들, 기억의 회로가 지워진 침묵과 어둠의 공간 속에서, 복원되지 못하고 화석처럼 굳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할까.”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설운영 저, 센세이션)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설운영 저, 센세이션)

“차별과 무관심이 일상화된 회색빛 도시, 질식할 수밖에 없는 차가운 어둠의 그늘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외면당하고, 함부로 취급되고, -그래서 더 이상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음지에서 죽어가야만 하는 이 고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절망으로 이끌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언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살아서,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가슴 속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천가지 생각들을 담은 무수한 돌멩이가 수면아래 잠겼다. 시간은 흐르는 빛과 바람에 실려 갔고 그 빛과 바람은 가볍고 차가왔다.”

치유될 수 없는 아들의 정신의 아픔을 바라보면서, 아버지가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명상을 합니다.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다운 필체로서 현현합니다.

“모든 일상은 우리의 근심과 울음 속에서 저물고 날이 샜다. 긴 세월을 깊은 속에 가라앉아 까마득한 수면을 바라보듯이 살아왔다.”

“밖에는 겨울이 지나가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지만 아픔을 감당하지 하는 안타까운 봄날은 아내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녹아내렸다.”

이 대목이 제 가슴이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저도 가족으로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회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회복이 있다. 회복은 인간(人間)에게 있었다.”

이런 말, 정말, 금싸라기 같이 소중합니다.

“진정한 동참은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이다. 공감을 통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나를 확장해서 당신과 같이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바람이 일 때마다 벌거벗은 나무처럼 차갑게 서 있었다. 그들은 아픔의 뼈대를 드러낸 채 어둠 속에서 떨고 있었다. 그 바람은 지옥의 입김 같은 것이었다.“ -타인은 지옥이다-

정신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차디찬 세상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한 번도 정신이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돌을 던지세요.”

“갇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 고사되어 떨어지는 수많은 꽃 이파리들,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도 갇혀 있는 영혼의 편린들이, 떨어진 무수한 꽃잎들이, 어지러이 허공을 날고 있다.”

저자 설운영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저자 설운영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저는 감동했습니다. 저자는 끝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낙후된 정신건강 정책과 열악한 예산에 대해서 완곡한 표현이지만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우리나라 최초로 ‘정신건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인간 정신’에 대한 탁월한 인문적 사유이며, 묵직한 경종으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 대중들뿐 아니라 정신의료, 정신건강 관련자 분과 가족, 당사자분이 필히 읽어봐야 할 정신건강의 바이블 같은 책입니다. 필독을 권해드립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경기도 31개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대표 김진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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