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기자의 Why Not] 병상수 의무적으로 줄이는 2023년엔 정말 봄날이 올까?
[김영희 기자의 Why Not] 병상수 의무적으로 줄이는 2023년엔 정말 봄날이 올까?
  • 김영희 기자
  • 승인 2021.03.12 2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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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정신의료기관 기존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줄여야
탈원화 진행 당연...지역사회 서비스 늘려야
정신요양시설로의 이전은 탈원화 철학과 배치돼
갈 곳 없는 정신장애인은 다시 시설로 들어가게 돼

보건복지부가 정신의료계,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 등과의 이견 조율 후 지난 5일 공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이 발표 및 시행됐다. 주요 개정사항은 다음과 같다.

 

개정 사항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까지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입원실의 1인당 면적을 넓히고 입원실당 병상수도 6병상으로 줄이게 돼 있다.

당사자 단체들은 이 개정안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에서 탈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경우 정부와 국회가 어쩔 수 없이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늘릴 수밖에 없을 부분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난 1월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안(`21~`25)’의 내용을 보면 그렇다.

법률에 따라 2023년 1월 1일까지 전국의 정신의료기관 병상수는 (신규 정신의료기관의 병상수를 배제하면) 40% 이상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퇴원한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지역사회 내 정신재활시설의 확충은 2025년까지가 목표이다.

그리고 정신재활시설의 종류에는 주거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주거를 제공하지 않는 재활시설의 인원만큼은 퇴원한 당사자들이 어딘가 거주할 수 있는 집(주로 공공임대주택이 될 것이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안(`21~`25)’을 잘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당장 지금부터 2022년 말까지 병실 환경 개선에 따라 퇴원하는 당사자들의 주거 문제 해결이 어려우니 정신요양시설 입소를 지원하고 주거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신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것이 과연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탈원화’인가? 아닐 것이다. 이어지는 계획을 보자.

2022년 말까지 대규모 퇴원이 뻔한데 (정신요양시설 외) 거주공간 확충 계획은 2023년에야 수립되는 등 모순되게 만들어졌다. 계획 수립이 2023년이니 실제로 거주 공간 확충이 이루어지는 것은 몇 년 후가 될 것이다. 주택이 무슨 자동차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듯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올해 3월부터 다인실이 10병상에서 8병상으로 줄어드는 것은 그간의 병상 재고율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완충 효과가 있어서 퇴원환자의 숫자가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1월 1일부터는 더 줄여서 6병상으로 줄여야 한다. 이 경우 퇴원 환자의 숫자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2년 하반기부터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퇴원하는 환자들이 폭증할 것인데 마땅히 기거할 곳은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은 대부분 정신병원에서 정신요양시설로 교차적으로 ‘단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자가 생각하는 몇 개의 가설을 적어 본다. 물론 이 가설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다만 탈원화가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지역사회에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① 정신요양시설을 대폭 신규 확충하거나 기존 정신요양시설의 방 1개당 정원을 늘려줘서 아주 여러 명이 기거하게 하는 고밀도로 운영한다. 혹자는 정신의료기관 병실 환경 개선이 중요하지, 그까짓 정신요양시설 주거환경이 중요하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② 줄어드는 병상만큼 신규 정신병원을 대폭 확충토록 정부가 당근을 주면서 촉진한다.

③ 지금 당장 전국에 공공임대아파트를 잔뜩 신축 공사하기 시작해서 어떻게든 2022년 말까지 초고속으로 완공한다. (설령 날림 공사가 되어도 괜찮다)

④ 기존 임대주택에 기거 중인 저소득층이나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쫓아내고, 퇴원하는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주거하도록 해 준다.

⑤ 이번 개정법안을 다시 재개정해서 병실 환경개선 속도를 늦춘다.

자. 위 다섯 가지 중에 정답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정답을 찾아야 하는가? 정답은 우리가 찾아나가야 한다. 정부도 정신의료계도 사회복지계도 당사자단체도 가족단체도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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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태 2021-04-13 01:01:08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