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원실 병상 줄이면 준비 안 된 탈원화?...정부 “현재 병상 수로도 8병상으로 즉시 시행 가능”
[단독] 입원실 병상 줄이면 준비 안 된 탈원화?...정부 “현재 병상 수로도 8병상으로 즉시 시행 가능”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1.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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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문건 입수...정신의료기관협회도 8병상에 동의
단 병실 공간은 현행 유지..이격 거리도 1m로 유예
정신의료기관 7.8만 병상수에 입원환자는 6.5만 명..오히려 남아 돌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입원실 병상 수를 기존 10병상에서 8병상으로의 변경을 6개월 유예해 달라는 정신의료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마인드포스트>가 단독 입수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문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시행규칙 개정안 입원병실 당 6명으로 병상을 줄이는 데 부담을 느끼는 정신의료기관협회 등 단체들이 향후 6개월 동안 8병상으로 적용해 주기를 바라는 요청에 대해 정부가 입원실 밀집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고 병상 회전율이 83%인 점을 감안하면 8병상으로의 전환이 즉각 시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초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에서 정신의료기관 입원실 병상을 기존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정신의료기관 단체들에서 6병상으로의 즉시 변경은 어려우며 8병상으로 늘려줄 것과 이의 적용 역시 6개월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신건강정책과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12월 기준 정신의료기관의 전체 병상이 7만8739병상이 있으며 입원해 있는 환자 수가 6만5436명인 점을 감안할 때 즉시 시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신의료기관협회가 8병상으로의 전환을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병상 수 축소와 입원실 면적 기준의 확대, 병상 간 이격 거리 확장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는 신규 정신의료기관은 이 개정안을 따라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기존 정신의료기관은 2022년 12월까지 시설 설치가 유예됐다.

입법예고된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입원실 당 병상 수 10병상에서 6병상으로 축소 ▲입원실 면적 기준 1인실 6.3㎡에서 10㎡로, 다인실은 4.3㎡에서 6.3㎡로 확대 ▲병상 간 이격거리 1.5m ▲입원실 화장실, 환기 시설 설치 등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학 관련 14개 학회는 지난 4일 이 법의 입법예고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병실의 급감과 함께 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이 준비되지 않은 대규모 탈원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입원 병실 부족으로 1만3000여 명의 환자가 퇴원해야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4개 정신장애 인권단체들은 이 법 시행규칙의 즉각적 시행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정신병원의 물리적 열악성은 이미 여러 보도와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세상에 조금씩 알려진 바 있다”며 “현재의 정신병동은 치료적이지 못하고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 경험을 유발하는 곳으로 변질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가 이 법의 시행규칙 시행에 우려를 나타내는 입장문을 냈다.

가족협회는 “(개정안 시행 시) 전국 정신병원 병상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지금도 어려운 정신병원 입원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현재도 까다로운 비자의 입원 절차 및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입원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병원들이) 그런 조건을 어렵사리 충족하더라도 병상 자체가 없어서 입원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가족들을 더 힘든 처지로 내몰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정책과의 문건에 따르면 현재의 병상 회전율을 감안할 때 입원병실의 8병상 설치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문건은 8병상으로의 축소를 즉각 진행하는 대신 의료단체들의 나머지 요구안에 대해서는 모두 수용했다고 전했다. 의료단체들의 요구안은 1인실과 다인실의 공간을 현행 유지하고 병상 이격 거리는 2023년 이후까지 기존 1m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손 씻기와 환기시설의 즉각적인 병원 적용 대신 이동식 손 씻기 시설을 허용하고 비상문 대피공간의 즉각 설치도 개인방호도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적용을 완화했다.

문건은 기존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 개선에 따라 수반되는 부작용에 대해 대책 마련과 단계적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기관들이 입원 정원의 감소로 인위적 탈원화가 야기되고 수입 감소 및 시설 개선 비용 발생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들은)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자립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입원 병상 감소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가족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적었다.

문건은 병상 수 감소로 인한 탈원화 대책으로 지난 14일 발표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예시하며 의료급여 수가 개선과 탈원화 대책으로써 정신재활시설 확충, 낮병동 활성화 등 지역사회 기반 정신질환자 자립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폐쇄병동 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자립지원을 위해 ‘정신의료기관 환경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연도별 실행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정신질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의 마련 ▲정신병원 폐쇄병동 전수 실태조사 실시 ▲급성기 병동과 회복기 병동, 만성 재활병동으로의 구분에 따른 병동 운영 지침 마련 ▲입원실 시설 기준 강화 및 의료급여 수가 현실화 추진 ▲낮 병원 프로그램 활성화 지원 등을 강화한다.

문건은 향후 일정으로 1월 중으로 규제심사를 거치고 2월 법제처 심사를 통해 3월 5일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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