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원 “정신장애인을 위한 케어팜 가능해요...다만 지속가능한 재정만 해결된다면요”
조예원 “정신장애인을 위한 케어팜 가능해요...다만 지속가능한 재정만 해결된다면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5.27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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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원 네덜란드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인터뷰
네덜란드, 90년대 후반부터 케어팜 발전..현재 1250개 농장 운영 중
농장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선택은 개인이 해
농장 이용자의 선택은 운영자의 철학과 전문성에 따라 결정돼
농장 근로자들은 법적 자격 갖춰야...자격증 대신 학위로 판단
이용자 방치하는 농장은 철저한 검증 거쳐 걸러내
거주형 농장 10여 곳에 불과...커뮤니티 케어 철학 때문
농장의 철학은 이용자가 행복하게 살다 가느냐를 중심에 둬
네덜란드도 정신장애인 편견 많았지만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합의 구성돼
케어팜은 농업과 보건복지의 결합...어느 하나만으로는 한계 있어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박종언의 만남: 길을 묻다 (c) 마인드포스트

그는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10년 이상을 일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는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의 관심은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건강’이었다. 직장인들의 생활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 막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었고 이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꿈이 컸다.

2015년 30대 중반의 그는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그때는 몰랐다. 입학한 바흐닝언(Wageningen) 대학이 세계적으로 농업 분야의 명문 대학이라는 것을. 아프리카를 비롯해 100여 개 국가에서 이 학교로 유학을 오던 때였다.

그는 그곳에서 케어팜(care farm)을 만났다. 치매 노인과 중증장애인들이 농장을 방문해 하루 종일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농업과 복지가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돌봄 패러다임이었다. 지도교수는 그에게 한국의 케어팜을 연구해 논문으로 써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치유농업’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는 현재 1250개에 이르는 케어팜 농장이 있다. 거기에는 치매 노인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고 발달장애인과 자폐성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었다. 어떤 유형의 장애를 받아들일지는 농장 운영자의 철학에 달렸다.

농장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돕는 자원 역할을 한다. 아침에 농장에 가서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책만 해도 이를 제지하는 이들은 없다. 동물과 교제하기도 하고 텃밭과 꽃을 가꾸기도 하고 잠이 오면 잠시 잠을 자도 된다. 시간에 맞춰 음식을 먹어야 하는 규칙도 없다.

그리고 오후에 원래 사는 집으로 돌아오기. 그 치유는 ‘자유로움’에서 비롯된 인격적 회복이자 자존감의 복원이었다. 어쩌면 그건 인간의 ‘존엄’에 대한 질문이자 해법이기도 했다.

기자는 그와 관련된 글들을 읽으며 한국사회에 정신장애인을 위한 케어팜의 설치가 실현 가능할까를 곱씹어 생각했다. 그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지속가능한 재정적 부분이 해결된다는 조건이었다.

네덜란드처럼 국가의 복지 예산이 지출되면서 농장이 운영된다면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인간친화적 환경에서 비인간화된 시설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기자의 생각이었다.

그것은 폭력에 대한 저항적 치유였다. 치유를 위해 들어갔지만 그 공간에서 더 큰 폭력에 노출돼 깊은 상처를 안고 내버려지듯이 지역사회에 던져져 고립된 정신장애인들이 자유로움을 통해 치유되는 해방적 기획일 수 있는 것이다.

조예원(41) 네덜란드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를 만난 건 그 궁금증을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네덜란드 케어팜을 돌아본 후의 비평을 기록한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그물코)를 세상에 상재했다. 케어팜 농장의 운영 철학은 ‘자율’이며 농장은 운영자의 철학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조 대표는 농업 쪽은 농업 환경에 대해 연구이지만 케어팜은 사람에 대한 연구라고 말했다.

그가 마주한 한국의 농장들은 정부와 지자체 재정 없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치유 농업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 재정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케어팜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치유농업법이 시행됐다. 지난 20일, 그의 연구소가 있는 용인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케어팜(care farm)의 이념은 환자를 치료라는 이름으로 학대하지 말라는 인권치료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걸까요.

“그런 질문을 처음 받아봐요. 네덜란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케어팜이 본격적으로 발전했어요. 1998년에 75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1250개 정도 있어요. 정말 많아졌죠. 초창기 케어팜이 발전하는 계기가 된 철학이 있어요.

네덜란드 옴슬락(Omslag)이란 단체가 인지학적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의 삶의 질을 더 나은 환경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해요. 이 단체와 함께 농업 단체들, 청소년 돌봄 단체에서도 케어팜을 주장하기 시작해요. 이들은 농장에서 돌봄 형태가 굉장히 도움이 될 거 같다, 그러니 정부가 지원을 해 달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전국적 규모의 미팅이나 세미나를 열면서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모형을 얘기하는 활동을 하게 돼요. 그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서 한시적으로 지원을 해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전에도 농장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고 개별 농장들이 그냥 장애인, 발달장애인과 함께 농사를 짓는 거였죠.

케어팜의 본격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자꾸 이야기를 한 거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농장에서 일하고 시간을 보내며 치유와 재활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농장에서 일하는 걸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됩니까.

“거부하면 안 하는 거예요. 이건 고용이 돼서 할당량을 채우는 게 아니거든요. 케어팜 효과에 대해 자유롭고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이 나와요.

예를 들어 오늘 이거 하세요라고 했는데 나는 그 작업을 하기 싫잖아요. 그럼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일을 하면 돼요. 이들이 노동하러 간 것도 아닌데 하기 싫다는 걸 시키면 농장에 온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근본적으로 농장에서의 활동이 싫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은 처음부터 케어팜에 보내지 않았겠죠.

네덜란드 케어팜 제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간보호시설이나 요양시설 같은 법적 의미를 갖고 운영되는 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농장이 너무 싫어라고 하면 이 사람은 처음부터 다른 주간보호시설로 가겠죠. 하지만 보건 기관은 이 사람이 농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농장으로 보낸 거죠.

거기 가면 텃밭 활동도 하고 동물도 돌보고 산책도 하고 실내에서 다 같이 요리를 해서 먹고, 작업실에서 목공 일을 하고 할 게 참 많아요. 케어팜이 왜 좋으냐면 하나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예요. 밭에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면 동물하고 활동을 하는 거죠.

농장에 가면 넓은 자연 환경을 느끼고 산책도 하고 요리도 할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걸 찾아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되는 거예요.”

-보통 이용자가 출근 형태로 아침에 와서 농장의 식물과 동물을 돌보고 퇴근하는 시스템입니다. 차를 태워줄 가족이 없는 치매 노인 등은 이를 이용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출·퇴근 형식은 다양해요. 네덜란드는 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여서 몇 년 전까지는 복지 재정이 많이 투입됐어요. 그런데 고령자가 많아지고 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예산을 줄이고 있어요.

예전에는 출·퇴근에 필요한 교통비가 농장에 지급이 됐어요. 돌봄 비용이 지급될 때 교통비도 같이 지급하는 거죠. 농장은 그 돈으로 차량을 운행했고요. 이게 지자체 복지 재원으로 운영되는 거라서 운행을 하는 지자체도 있고 못 해 주는 지자체는 알아서 오세요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네덜란드는 인구 수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아요. 걸음마하기 전부터 타요. 노인들도 잘 타서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되게 많아요. 정말 교통이 불편하고 가족이 태워다 줄 수도 없고 농장에 차량도 없고 자전거도 못 탄다면 그럼 교통이 가능한 농장으로 가면 돼요. 농장이 전국적으로 분포가 잘 돼 있어요.

A라는 농장이 교통 때문에 왔다 갔다 할 수 없다면 다른 농장으로 가면 돼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죠.”

-하나의 농장에 치매 노인, 신체장애인, 발달장애인, 중증정신장애인이 함께 공존한다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경우가 있나요.

“있어요. 어떤 농장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의도적으로 우리는 이러이러한 증상만 받는다라고 해요. 그 결정은 운영하는 분의 마음이에요. 본인의 철학과 경력, 전문성에 따른 거죠.

제가 아는 노인 전용 농장이 있는데 거기를 창업한 분은 전직 간호사예요.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이기 때문에 본인이 제일 잘하고 또 하고 싶은 거는 노인 돌봄이거든요. 그래서 치매, 파킨슨병 등을 가진 중증 노인들을 받아요. 어떤 여성은 농장을 하기 전에 아동상담 전문가였어요. 그럼 아이들하고 하고 싶어하는 게 본인 철학이 되겠죠.

보통 내가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그룹을 대상으로 받아요. 나는 치매 환자도 잘 대할 수 있고 정신장애도 잘 대할 수 있다고 하면 다 받는 건데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게 발생을 하면 그렇게 안 하겠죠. 더 이상 우리는 어떠어떠한 증상은 받지 않는다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 명이 문제를 일으키면 상담을 해서 아무개 씨는 우리 농장과 안 맞는 거 같아요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네덜란드의 농장은 소규모예요. 하루에 오는 분들이 대여섯 명인 농장부터 많이 와도 30~40명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어떤 증상 때문에 왔는지 다 알고 있어요. 직원들도 굉장히 많고요.”

조예원 바흐니언케어팜 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니언케어팜 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케어팜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돕는 농장 내 도움 인력은 어떤 종류의 직업군들입니까. 이들은 월급제로 운영됩니까.

“일반 기업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주간보호시설에서도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를 채용하잖아요. 농장도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인력이 있어야 해요.

네덜란드는 자격증 대신 학위를 갖고 판단을 하거든요. 전문고등학교 수준, 전문대학 수준에서 사람 돌봄을 전공했다면 학위를 받아요. 그게 자격이 돼요. 우리나라처럼 자격증을 따로 따지는 않아요. 졸업장 학위 증명서가 곧 자격을 의미하는 거죠.

정부는 케어팜에 특정 수준의 사람을 몇 명 이상 고용하게끔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인력을 한도 끝도 없이 고용할 수는 없으니까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요. 네덜란드는 파트 타임이 활성화가 돼 있어요. 일주일에 이틀, 사흘만 일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 데 맞춰서 사람을 채용하고 그 외에는 자원봉사자나 인턴십으로 오는 학생들이 도와요.

저도 학교 다니면서 논문을 두 개 써야 했어요. 그때 케어팜에 대해 인턴십으로 논문을 썼는데 인턴은 필수예요. 고등학교건 대학교건 인턴을 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해요.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회사 가서 업무 보조하는 인턴이 전혀 아니에요. 저의 경우는 연구 인턴이었어요. 기업이 됐든, 연구소가 됐든, 어딘가에 가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써야 돼요.

네덜란드는 그걸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나 돌봄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인턴 실습을 나갑니다. 보통 6개월 해요. 저 같은 경우는 4개월했고요. 네덜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그래요. 그래서 학생들이 인턴할 자리를 찾아 농장으로 많이 간대요.

그 사람들은 실습을 왔기 때문에 6개월 동안 거기 가서 매일매일 일하는 거잖아요. 농장 입장에서는 보조인력이 온 거죠. 그래서 직원이 좀 적어도 운영이 되죠. 자원봉사자로 오는 지역주민도 되게 많은 편이거든요.”

-네덜란드 정부는 농장주에게 돌봄 금액을 제공합니다. 이용객 증상과 종류, 농장 이용 빈도에 따라 돌봄 금액이 차등 지급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요.

“차이가 있어요. 금액을 누가 정하냐면 우리나라의 보건소에 해당하는 공공보건 기관이예요.

예를 들어 제가 몸이 안 좋으면 지자체 복지과를 찾아가요. 그럼 복지 공무원이 공공보건 기관과 상담을 하게 해 줘요. 보건의료 전문가와 상담을 하면 그가 (돌봄) 비용까지 결정을 해요. 제가 우울증이 심하다고 하면 전문가는 일주일에 세 번씩 농장에 가서 반나절씩만 시간을 보내세요라고 처방을 내려요.

제가 증상이 심해서 약도 먹어야 하고 농장에서 돌보기가 힘들 거 같다, 그럼 농장에서 일대일로 사람을 붙여줄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금액을 높게 측정하는 거죠.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씩 반나절만 가니까 거기에 해당하는 만큼 계산을 해요.

반대로 제가 증상이 약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게 되면 저를 돌볼 인력이 따로 붙지도 않을 것이고 돌보기가 쉬우니까 금액이 적게 책정되죠. 비용은 빈도에 따라 달라요. 그런데 사람이 판단하는 거니까 절대적일 수는 없잖아요.

실제 농장에 가서 얘기를 해 보면 우리나라의 수가 형식으로 비용이 높게 책정된 사람인데 돌보기가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돌보기가 너무 어려운데 비용이 조금만 책정이 된 경우도 있어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대요.”

-네덜란드의 케어팜이 1250여 개소라고 합니다. 예산을 전용하는 등 역기능적인 농장도 분명히 있을 거 같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합니까.

“십몇 년 전에 그런 일들이 있었대요. 물론 지금도 없지는 않겠죠. 사람이 왔는데 진정성 있게 돌보는 게 아니고 그냥 테이블에 하루 종일 앉혀놓고 방치하는 거죠. 도화지 하나 주고 그림 그리세요 하고 신경도 안 쓰는 데가 없지는 않아요.

말씀드리고 싶은 건 네덜란드의 케어팜은 정부에서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에요. 정부가 기관을 통해 규제하고 관리하지 않아요. 다만 제대로 안 하는 농장이 어떻게 걸러지느냐면 여러 장치들이 있어요.

장애인들은 농장에서 방치되고 돌봄을 못 받아도 거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가족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이 모르는 거죠. 하지만 농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품질 인정 라벨이나 마크를 받는 농장들이 있거든요.

인증마크를 받은 농장은 굉장히 까다로워요. 일 년마다 농장 전체 활동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되고 삼 년에 한 번씩 감사도 받아야 돼요. 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도 해야 되고 주기적으로 가족과 상담도 해야 해요. 그렇게 컨트롤하는 장치들이 있어요. 그래서 숨기기가 힘들어요.

품질인증 마크가 필수적인 건 아니에요. 품질인증제도가 있지만 국가가 만든 게 아니라 민간에서 시행하는 거라서 선택 사항이에요. 그 마크 안 받아도 영업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마크가 지금 1250개 농장 중 800개 이상의 농장은 다 받아놓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농장에 그게 없다면 농장으로서는 마케팅하기가 쉽지 않겠죠. 품질 인증에 합격하려면 케어(care·돌봄)의 질을 포함해 농장 전문인력, 경영적 측면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돼요. 농장은 인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충 할 수가 없고 거기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도 갖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해 사람을 잘 못 대하고 대충하다 보면 당연히 그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겠죠.

국가가 농장을 할당해서 누구는 이 농장 가시고 누구는 저 농장 가세요가 아니에요. 이건 정말 경쟁이거든요. 내가 가고 싶은 농장을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 그러니 제대로 서비스를 못 하면 사람들이 안 오겠죠. 그럼 장사가 안 되니까 더 이상 영업을 못하는 거죠.”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케어팜으로 농가 당 평균 소득이 1억2천만 원(9만 유로) 정도라고 합니다. 농산물 생산에 집중하지 않아도 이만한 이윤을 남긴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이윤이 아니라 총 버는 돈이에요. 거기서 나가야 하는 게 많아요. 일단 케어 소득은 100% 보건복지스포츠부에서 나오는 예산이죠. 이것도 나눠져요.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잖아요. 케어팜에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들을 받아서 그 돈으로 예산을 받을 수도 있죠.

장기요양이 됐든 지자체 복지가 됐든 아니면 실업자구제법이 됐든 유아청소년복지법이 됐든 결국은 전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복지 예산이에요. 케어 예산은 다 거기서 나와요. 이건 지원금이 아니고 돌봄 활동에 대한 대가로 받는 거죠. 나머지 소득은 농장 마음이에요.

우리나라는 사회적 농업이다, 치유농업이라고 하면 농장에서 농업 생산을 통해 판매를 반드시 해야 되거든요. 네덜란드에서 그건 자유 영역이에요. 그래서 어떤 농장은 수입을 더 올리려고 생산물을 판매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케어 활동에만 집중을 하죠.

부가적 활동을 하지만 케어 소득이 다 농장주 주머니로 들어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자체마다 다르긴 한데 거기서 70% 정도는 반드시 인건비로 나가야 되거든요. 지역마다 법은 달라요. 어떤 지역은 관련 법은 없어도 규정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인건비로 상당 부분 나가게 된대요.

돈을 많이 번다는 건 그만큼 중증의 사람들이 많거나 사람이 많이 온다는 뜻이잖아요. 수가가 차등 지급돼서 돈을 많이 버는 거 같지만 인건비로 나가고 보험도 들어야 되고 식사비와 교통비로 나갈 수 있어서 내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많지 않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네덜란드에 거주형 케어팜은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거주형이 확대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그게 중증치매 환자를 위한 거주형 케어팜인 거 같아요. 대충 열몇 개 정도 될 걸로 추정돼요. 요양원처럼 거주형인 곳은 사실은 없지만 그런 경우는 있어요. 장애인 임시 거주시설로 한두 명이 살고 있는 소규모 농장도 있긴 있어요.

농장은 땅도 넓고 건물도 많고 남는 방도 있으니까 아는 사람인데 갈 곳이 없어서 일 년 정도만 여기서 살겠다하는 경우도 봤어요. 거주형이 많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네덜란드가 지향하는 커뮤니티케어는 자기가 사는 집에서 오래 살면서 충분히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거든요. 케어팜이 거기에 잘 들어맞는 거예요.

정부 입장에서는 굳이 거주형으로 바꿀 이유가 없는 거죠. 농장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거주형을 쉽게 만들 수가 없고요. 치매 요양 케어팜의 경우 시설을 만들 수 있지만 지자체에 따라서 거주형 요양 건물을 못 짓게 하는 지자체도 상당히 많아요. 거주형을 짓기 어렵게 돼 있어요.”

-거주형이 없다는 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지자체가 건물을 짓고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가에 대한 규제가 심해요. 우리나라도 농업 용도로 된 농지에는 건물을 못 짓게 돼 있잖아요.

그리고 거주형으로 들어가면 운영 자체가 되게 까다로워져요. 아까 품질 인증 제도를 말했는데 만약 농장에 거주형 시설이 들어서면 품질 인증에 거의 합격을 못 할 거예요. 품질 인증 시스템에 거주형 평가 항목 자체가 안 들어가 있어요.

거주형은 중증 치매가 제일 많아요. 대신 자폐가 있거나 돌보기가 어려워서 부모가 금토일 2박3일간 맡겨 놓는 것 흔해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야 하는 요양 시설의 작동 시스템을 케어팜은 철저하게 분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드레이헤르스후버 농장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야말로 농장의 철학이에요.

모든 케어팜이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운영자의 철학에 따라 달라져요. 정해진 시간에 밥을 안 먹어도 되는 농장은 중증 치매 환자들이 가는 곳이잖아요. 이들은 오래 못 살고 돌아가실 거란 말이죠.

농장 운영하는 분은 본인의 가족 중 몇 분이 치매로 돌아가신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겠죠. 저 사람들이 얼마 남지도 않은 인생을 맘 편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다 가게 해 드려야 한다고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시간을 정해놓는가 하고요.

사실 시간을 정하는 건 공급자 입장에서 편하고자 하는 거지 치매 노인들의 행복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잖아요. 그래서 농장 운영자가 나는 그렇게 안 하겠다, 나는 그분들 마음대로 지내게 하겠다고 하는 거죠.

드레이헤르스후버 농장은 아침 내내 잠을 자도 되고 내가 먹고 싶을 때 식사를 아무 때나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주간보호형 케어팜을 간다고 하면 거기는 군대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시간표는 있죠. 보통 아침 9시 30분이면 농장에 대부분 도착하고 10시 30분쯤 되면 티 타임이 있어요. 이건 농장이라 특별한 게 아니라 네덜란드 문화가 그 시간쯤에 누구나 티 타임을 가져요.

그건 그것대로 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같이 밥 먹고. 그게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 정말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에게 제공하는 거죠. 농장에서 추구하는 철학이 그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행복하게 살다 가느냐를 바라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치유에 더 유용하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 거겠죠.

“그렇죠.”

조예원 저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표지.
조예원 저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표지.

-드레이헤르스후버 농장은 완공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당시 법적 분쟁과 인근 주민의 반대까지 있었어요. 대안적 모델의 사회적 실험에 대한 저항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거기도 지역주민들이 혐오 시설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고요. 네덜란드도 70~80년대만 해도 정신병원이나 장애인시설을 전부 산속에 만들어놓고 평생 거기서 살다가라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인식들이 바뀌면서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더불어서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만들어졌죠.

아까 말씀드린 인지학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옴슬락 단체가 장애인들을 가둬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어요. 당시 유럽에서 다 비슷한 움직임들이 있었어요.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큰 편견은 없는 거 같아요.

네덜란드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되게 흔하더라고요. 제가 한국에서 살 때는 주변에 자폐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렇게 흔한 장애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네덜란드에는 진단이 굉장히 정교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네덜란드 50대 남성은 최근에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 일어난 일들 중에 그게 자신의 자폐 증상 때문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는 거예요.

농장에 가 보면 자폐 증상으로 농장을 찾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너무 흔한 증상이어서 그 아이들이 농장에 온다고 해서 혐오 시설이 될 상황은 아니었던 거죠. 얘기하고 싶은 건 그들이 수용돼서 격리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같이 사는 거라는 사회적 합의가 구성됐다는 거예요. 물론 필요한 사람은 입원을 시키겠죠.”

-드레이헤르스후버에는 27명의 중증 치매 환자들이 거주합니다. 이들의 거주 형태는 일인 일실입니까.

“모두 일인 일실. 거기뿐만 아니라 다른 중증치매 환자를 위한 케어팜에 가 보면 다 일인 일실이예요.

그리고 자기 방에 들어올 가구, 침대 포함해서 모든 물건은 본인이 가지고 와요. 거기 원래부터 병원 침대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평소 쓰던 가구를 가지고 오는 거죠. 이사 가는 거예요. 가서 더 친밀감을 느끼게.”

-생산으로서의 농업과 치유로서의 농업을 분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생산과 치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관 안에서도 인력이나 사업은 완전히 분리된다고 했습니다.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제가 말하는 분리라는 건 물리적으로 요만큼의 땅은 생산, 요만큼의 땅은 치유라는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똑같이 토마토 재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목적 자체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농업이 있을 것이고 우리끼리 먹자는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경우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장애인이 농장에서 일하는데 그는 생산 목적의 토마토를 키우는 곳에 가서 일을 하게 돼요. 그럼 농장주는 당연히 이 사람의 노동력과 노동 효율성, 임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렇게 되면 이건 케어팜으로 부를 수 없고 장애인을 고용한 보호작업장이 되고 말아요.

네덜란드를 보면 생산으로 소득을 올릴 목적으로 케어팜을 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케어팜도 있어요. 설사 노동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생산의 책임자는 농장 직원들이나 근로자들이에요. 케어팜 이용자가 일을 도와줄 수는 있어요. 토마토를 날라서 다른 데로 옮긴다는 것처럼요.

보조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책임을 지우지는 않아요. 그 사람들은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니까요. 그런 식으로 분리를 해야 돼요.”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 어촌 마을에는 정신장애인들이 자조해서 살아가는 ‘베델의집’이라는 치료공동체가 있고 지역사회에 경제적 기여도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가의 예산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공동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음 들어봤어요. 이탈리아의 사회적 농업 형식과 비슷해요. 네덜란드 방식은 아닌 거 같은데 저는 그 나라와 제도에 맞게 공동체를 이뤄 살아간다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네덜란드 형식은 그게 그 나라에서 잘 작동이 된 거고 특별한 문제 없이 개선돼 왔거든요.

기본적으로 먹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분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거 같아요. 이탈리아의 사회적 농업도 네덜란드처럼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이탈리아도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장애인들이 고용돼 일하면서 급여를 받는 식인데 거기는 중증장애인들 다 포함해서 같이 하다 보니까 일해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이윤을 창출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해요.

결국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밖에 없게 돼 버리는 거죠. 일본의 케이스가 별 문제 없이 굴러가는 거라면 이상적인 거고요. 만약에 그게 어렵고 항상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겠죠.”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농촌으로 귀농한 이들에게 정부가 기본소득을 준다면 농촌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굳이 케어팜이 아니어도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인 거 같아요. 네덜란드는 이미 1990년대에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이었잖아요.

그때 네덜란드 정부는 산업이 더 발전하면 농업인 3분의 1은 망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죠. 또 3분의 1은 산업의 다각화와 체험농장 등을 해야지 생산만 해서는 망할 거라고 분석했고 나머지 3분의 1만 집중해서 대규모 생산을 해야 한다는 전망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농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케어팜이 잘 맞물린 거예요. 케어팜은 농업인들이 먹고 살 방도 외에도 여러 가지 가치 효용이 있잖아요.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프라나 복지가 부족하죠. 농촌과 도시를 다 떠나서 케어팜은 농업 자원, 농촌 자연 환경, 농업의 여러 활동들이 사람에게 시설에서보다 더 큰 가치를 준다는 거죠. 더 효과가 있다는 걸 내포한 거죠.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주간보호시설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비교해 보세요.

시설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뭘 만들게 하거나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하는 것과 농장에 가서 야외를 걸어다니고 동물들을 돌보고 하는 걸 비교해 보면 케어팜 쪽이 더 효과가 좋다는 거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말씀하신 농촌의 소득은 일부분만 얘기한 거죠.”

-케어팜, 혹은 치유농업이 정착되려면 국민건강보험과의 연계가 필수적일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예산을 받으며 운영되는 케어팜이 어느 정도 비중입니까.

“어려운 질문입니다. 건강보험과의 연계는 필수적이라는 건 저도 주장해 오던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국가 예산을 받으며 운영되는 케어팜에 대한 질문은 조금 맞지 않아요. 국가 예산을 받으며 운영되는 케어팜이 있을까요?

지금 사회적 농업 지원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는 농장도 있고 각 지자체들이 치유농업 지원을 하는데 그 특징은 한시적이고 일회성 지원이라는 거죠. 사회적 농업을 하면 지원금의 사용처도 정해져 있고요. 이거에만 쓸 수 있고 이거에는 쓸 수 없다고 정하는 거죠. 최장 5년이고 그 기간이 지나면 전혀 지원이 없어요.

그리고 치유농업 지원은 지자체에서 하니까 대부분은 일 년 내지 아니면 프로젝트성으로 얼마 이렇게 지원이 돼요. 현재 사회적농업지원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고 있는 농장은 60개 정도예요. 한 번 선정이 되면 일 년마다 심사해서 별 문제 없으면 최장 5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처음 시행을 한 게 2018년이니까 지정된 농장이 아직까지 지원금을 받고 있거든요. 지자체 지원을 받는 농장의 수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건 지역별로 하는 것이고 제각각 달라요. 지금 말씀드린 지원은 전부 농업 쪽 지원이지 국민건강보험 얘기가 아니에요.

건강보험과의 연계는 농업 쪽의 희망 사항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인가 봐요. 보건복지 쪽 지원으로 운영이 되는 곳은 직접 보건복지가 붙은 건 없지만 그런 건 있어요. 예를 들면 사회적 농업 지원 사업으로 지정된 농장이 그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랑 연계해서 어르신들이 농장에 와서 활동을 하는 정도까지는 있어요.

하지만 직접적인 보험은 없죠. 만들어가는 단계인데 제가 알기로는 보건복지 쪽에서는 큰 관심이 없어요. 하나도 없다가 조금 생겼는데 보건복지 쪽에서는 이건 농업의 일이지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대요.”

-지난해 3월, 우리 정부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의 핵심 이념은 무엇입니까.

“그건 농업진흥청에 물어봐야죠(웃음). 농진청은 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이잖아요. 같이 살자는 이념이면 참 좋겠지만 이런 법에서는 보통 이야기하는 게 농촌 발전이에요. 사회적 농업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예요. 농촌 복지 향상, 농촌 경제 개선 이런 거죠.

그건 사람의 삶의 질에 우선시되는 가치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체험농장이 붐이 꺼진 후에 치유농업 쪽에 관심을 갖고 농진청에서 연구를 하다가 법 통과까지 됐죠. 정말 힘들게 성공한 거 같아요.

이분들의 머릿속에는 삶의 질 향상도 들어 있겠지만 법적 부분에서는 농촌 발전, 농가 경제 향상 정도가 더 맞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법이니까.”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네덜란드의 케어팜 주무 부처가 보건복지스포츠부입니다. 우리나라는 농진청이고요. 보건복지부로 이관돼야 할까요.

“저는 이관되지 않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케어 파밍(care farming)이건 소셜 파밍(social farming)이건 유럽에서 먼저 연구가 시작됐잖아요. 어떤 연구 관련 내용을 봐도 서론에서 말하는 게 이건 농업과 보건복지의 결합이라고 해요. 두 가지가 똑같이 골고루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어느 하나만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농업에서만 하면 당연히 한계에 많이 부딪히잖아요. 보건복지가 혼자 할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저도 농업 전공자가 아니잖아요. 저도 옛날에는 농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랬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면서 느끼는 건 농업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너무 생산만 얘기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생산과 관련된 농업을 무시하고 얘기를 할 수도 없는 거예요. 정말 두 가지가 같이 들어가야 되고 가장 이상적인 건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부가 협력하는 게 제일 좋겠죠. 그 협력을 정부 부처들이 직접 하는 게 아니고 독립된 기관, 지원 기관을 만들어야 해요. 네덜란드가 그래요.

우리나라 각 부처들이 지원을 해서 돈을 대고 독립된 기관을 만들어서 규모가 작고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데서 하면 가장 좋죠. 더 나아가서 교육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에서 협력을 하면 좋겠어요.”

-북유럽 네덜란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한국보다는 약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덜란드 사람들의 마인드가 되게 유연해요. 어떤 편견에 휩싸여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예요. 현상에 대해서 해석할 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마인드죠. 우리나라처럼 편견을 갖고 이건 좋고 저건 나쁜 거라고 바라보지 않아요.

저도 네덜란드에 가게 된 게 그런 이유도 있었거든요. 저는 30대 중반에 유학을 갔는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인드는 ‘그 나이에 무슨 유학을 가’ 이럴 수 있잖아요. 그런데 네덜란드는 그런 거에 아무런 잣대를 들이밀어서 생각하지 않아요. 생각하는 게 유연해요.

유추를 해 보면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편견을 가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도 장애가 심한 이들이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자기 집에서 같이 살아가지 따로 격리하는 못 본 거 같아요. 농장에 갔을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고요.”

-중증정신장애인들이 케어팜을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재정적 부분이 해결된다면 가능하겠죠. 귀농하는 분들을 보면 자급자족하면서 타운을 만들고 살아도 실패하잖아요. 그들은 아주 열심히 일하는데도 실패해요. 그런데 정신장애가 있으면 일을 100은 못하고 80 정도 한다고 할 수 있죠.

지속가능한 재정적 부분만 마련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네덜란드처럼 보험이 연계돼서 한 달에 100만 원이 필요한데 보험에서는 50만 원을 대주고 나머지는 우리끼리 만들자. 그렇게 살면 충분히 가능해요. 그것 없이 순수하게 정말 그분들끼리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좀 힘들어 보여요.”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조예원 바흐닝언케어팜연구소 대표. (c)마인드포스트.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가 케어팜 전문가 과정이라는 민간 교육을 만들었어요. 치유농업 교육이든 사회적 농업 교육이든 기관들이 일회성 강의만 해요.

요즘에는 치유농업법 통과로 치유농업 교육이 유행처럼 일어서 지역마다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인 대상으로 교육을 많이 개설해요. 농업 쪽에서 개설을 한 거죠.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런 교육을 어디 가서 듣겠어요. 관련 교육이 별로 없었는데 저한테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디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다. 네덜란드 가서 배워야 되나.

그래서 이런 내용을 교육에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획을 하고 올해 4월부터 시작을 했어요.”

-연구소에 정부 지원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웃음) 저는 반반이에요. 당연한 얘기지만 지원을 받는다면 정해진 규제에 휘둘릴 수밖에 없겠죠. 정부 지원이 그렇잖아요. 연구 프로젝트가 있어서 제가 입찰하듯이 지원서를 내 갖고 따면 하는 건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일단 입찰 조건부터 까다로운데 저는 그런 데 맞추는 것도 힘들어요. 또 대부분 이런 연구들이 농업 쪽에서 주관해요. 그러면 농업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해요. 저 같은 사람들은 배제시켜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은 안 들어요.”

그가 웃었다. 케어팜의 아우라 같은 오후가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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