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국장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하고 동료지원가 사업 확대해 나갈 것”
[인터뷰] 염민섭 정신건강정책국장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하고 동료지원가 사업 확대해 나갈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5.25 19: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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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국장 인터뷰
유관기관과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제도 개선 논의하고 있어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필요성 공감...공공성 강화 추진
장기입원 필요없는 정신질환자의 퇴원 유도하고 지역사회 자립 지원할 것
잠시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쉼터 기능 확대할 것
국무총리 소속 정신건강복지정책심의위원회 설치 계획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국장. (c)마인드포스트.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국장. (c)마인드포스트.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직제에 정신건강정책관이 신설됐다. 기존의 과 단위에서 접근하던 국민 정신건강과 정신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확장된 국(局) 단위에서 해결하고 방향을 제시해보겠다는 정부의 정신건강 공공성 강화의 일환으로 과에서 국으로 승격된 것이다.

현재 정신건강정책관 직제에는 정신건강정책과, 정신건강관리과, 자살예방정책과가 속해 있다. 과 단위에서 1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도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 1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정신건강 6개 정책과제가 제시됐다. 정신의료서비스의 개선,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내 자립 지원,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특히 향후 5년간 정부는 정신건강 분야에 2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은 또 2025년까지 정신재활시설 548개 확충, 지역사회 정신질환자의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 제공, 치료 친화적 환경 조성, 퇴원 이후 치료 지속 지원, 정신건강 국가 책임 강화, 건강보험·의료급여 수가의 개선 등을 담았다.

이 같은 기본계획의 정책들은 정신장애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왔던 어젠다들이다. 정부가 국 단위로 정신건강정책과를 승격한 것도 어젠다에 대한 실천적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방향성을 책임지고 있는 염민섭(55)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국장을 만나려 했던 것은 정신보건 기획의 최일선에 서 있는 그의 역할과 추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염 국장은 행정고시 39회로 보건복지부에 입부했다. 이후 보험급여과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단장,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 등을 거쳤다.

만남을 약속했지만 그는 바빴다. 약속일에 날짜를 연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면 인터뷰를 제안했다. 의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짧은 대면 인터뷰 시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염 국장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한 개선 방안 마련, 정신질환 국가책임 강화 필요성에의 동의,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의 강화, 정신장애인종합복지관의 설치 검토, 국무총리 소속 정신건강복지정책심의위원회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신건강정책관의 첫 국장 취임이다. 포부를 듣고 싶다.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정신건강 분야를 전담하는 초대 국장으로 부임해 영광으로 생각한다.

정신건강 분야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일도 여러 가지다. 우선 3가지를 중점 추진하려고 한다.

첫째, 당면 현안인 코로나 우울 현상에 따른 전 국민 마음 건강 지키기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과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효과적 심리지원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둘째,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책임의 강화다. 정신질환 예방 및 조기 진단,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 전 주기에 대한 국민 책임을 강화해 관련 사회·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자 한다.

셋째, 자살 예방 체계 강화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후 자살률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자살 고위험군은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고 자살 예방 인프라를 확충해 자살사망자 수 증가에 사전 대응할 계획이다.”

-정신장애 관련 국(局)에 오신 건 처음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나.

”정신장애를 담당했던 장애인정책국에서 업무를 했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업무가 생소하지는 않다.

장애인 직업재활, 소득 지원 등 장애인 사회통합 업무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이 사회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고 차별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했었다.

현재 정신장애인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낙인이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인식개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건강정책관 직제에 정신건강복지정책과가 빠져 있다. 정신장애인 복지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없다는 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정신건강복지정책과라는 명칭을 가진 과는 없다. 다만 정신건강정책과와 정신건강관리과에서 정신장애인 복지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신건강정책국이 신설된 후 정신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한 대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발표된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도 지역사회 기반 정신질환자의 사회통합 추진을 통한 정신장애인 복지 증진 과제를 6대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관 서비스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와 관련해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차관 주재 토론회를 개최해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넓게 해석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우선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 사례에 대한 현황조사를 실시해 시정조치를 할 계획이다. 아울러 장애인복지법 및 정신건강복지법을 포함해 다른 법률에도 불합리한 차별 규정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시행해 개선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가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중증정신질환자 국가책임제는 요원한 문제일까.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제2차 기본계획에서도 향후 5년간 정신건강 분야에서의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향후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 책임이 강화돼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울러 국가 책임 강화와 함께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은 환자 한 명 당 들어오는 국가 보조금을 이유로 정신장애인을 퇴원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장기간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정신질환자의 경우 퇴원을 유도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환자 중증도에 따른 수가체계 개선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지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보다 지원을,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장기 요양시설도 별도 연구용역을 통해 입소자 특성을 분석하고 고령의 만성질환자를 위한 주거와 치료가 결합된 안정적 주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그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올해 복지부 예산 중 정신건강복지 예산은 4065억 원으로 보건 예산의 2.7%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에 비해 낮은 수치다. 모든 사업과 정책은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사업과 정책의 이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올해 정신건강복지예산은 지난해 대비 27% 증가했다. 복지부 전체 예산이 8.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굉장히 크다.

정신건강복지 예산 비중이 정신건강정책관 신설과 함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제2차 기본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향후 5년간 약 2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사회 정신보건 대응은 늘 정신병원 입원만을 강조하고 있다. 대안적으로 정신 응급 위기 시 잠시 쉴 수 있는 위기쉼터 공간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정신건강과 관련해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 및 외래 치료를 받는 분들은 315만 명이고 정신장애인은 약 10만 명이 등록돼 있다.

중증 질환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분은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 경증 환자들은 외래치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서비스, 심리 지원을 통해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

특히 입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잠시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 대해 쉼터 기능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일반 장애인 주거시설은 특정한 기간 제한 없이 평생을 살 수 있는데 유독 정신장애인의 시설 거주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정부가 정신장애인의 주거 불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재활시설 중 생활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은 명칭상 주거시설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이용시설로서 재활 준비 시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 거주를 제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안정적 주거 공간 확보를 위해 장기요양시설의 기능 개편과 함께 정신장애인이 생활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자립체험 주택 등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비의료적 장기입원·입소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도와 협력해 주거 공간 확충 계획도 마련해 나가겠다.”

-일본은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싶으면 병원장이 아니라 지역 정신보건센터에 신청하도록 한다. 신청에 접수되면 센터 직원이 병원을 찾아 퇴원 후 계획을 세운다. 우리나라는 병원장에게 신청하지만 한번 입원하면 지역사회 연결고리가 다 끊겨버린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입·퇴원 관리 시스템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시스템이 자동 연계돼 있다.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할 경우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지역사회 연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개인 정보보호 문제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퇴원 사실을 통보하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퇴원 이후 정신건강복지센터 서비스 연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정신장애인종합복지관 설치도 정신장애계의 요구사항이다.

“정신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장애인복지관과 같이 종합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장애인종합복지관 설치를 요구하는 거라 생각한다.

현재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중 종합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정신장애인종합복지관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

-기본계획은 회복된 동료지원가가 당사자를 돕는 일자리를 2025년까지 500개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과정을 이수한 동료지원가를 2명씩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회복 정신질환자 대상의 동료지원가 사업은 정신건강복지센터뿐만 아니라 중독관리센터, 정신재활시설을 대상으로도 확대 추진할 예정이다.

동료지원가 사업은 회복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자립 지지와 동시에 동료지원가의 재활 지원 역할 수행으로 인한 당사자의 재활훈련까지 기대 가능한 중점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계획은 또 국무총리 소속의 정신건강복지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신건강 분야 정책 심의를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정신건강 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정책심의위원회 설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제2차 기본계획에도 이러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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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2021-05-26 09:00:10
오랫동안 요구했던 아젠다들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영희 2021-05-26 04:42:02
보호의무자제도 폐지아닌 개선 검토라...

실망스럽지만, 그나마 개선검토라도 하신다니 감사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