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포함] “정신장애인 수용 시설 전수조사 없는 탈시설 로드맵은 정신장애인의 죽음을 방관하는 행위”
[전문 포함] “정신장애인 수용 시설 전수조사 없는 탈시설 로드맵은 정신장애인의 죽음을 방관하는 행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9.10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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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성명 발표 “탈시설 로드맵 재설계하라”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 거주시설의 전수조사는 배제돼
정부 정책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장벽 고려 안 해
정신장애인 감금의 역사를 방치하는 탈시설 로드맵 ‘규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서 정신장애인 지원은 배제됐다며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9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일 시설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탈시설 로드맵이 정부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심의·확정했다.

위원회는 주요 정책으로 ▲장애인의 주거결정권 보장 및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권리 우선 고려▲탈시설 장애인의 물리적 거주 공간과 복지 서비스의 결합 지원 ▲거주시설 신규 개소 금지 등을 예시했다.

이 같은 탈시설 정책으로 2025년부터 매년 740여 명의 시설 장애인 당사자가 자립을 지원할 경우 2041년에 탈시설 전환이 전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 자체가 열악한 상황에서 무조건 탈시설을 진행할 경우 시설의 중증발달장애인의 돌봄이 24시간 가족에게 맡겨져 돌봄 부담이 가중될 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장애계에서는 기존의 시설 폐지와 신규 시설 설치의 금지가 단순히 또 다른 시설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장애 단체들은 탈시설 로드맵에서 7만여 명의 정신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 정신요양시설에 대해 정부가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해 탈시설에서 누락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당연직·위촉직 총 30명)에서 15명의 위촉직 위원 중 정신장애 관련 단체는 전면 배제돼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에 해당하지 않는 정신요양시설 등 정신장애인이 감금돼 있는 시설이 누락됐다”며 “정신장애인을 향한 감금의 역사를 계속 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연합회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법정 장애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삶의 기본권은 완벽하게 짓밟히고 사라졌다”며 “코로나로 인한 첫 희생자가 병원에 갇힌 정신장애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함에도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에서 이를 철저히 부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탈시설 로드맵이 정신장애인의 죽음을 방관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연합회는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에서 정신요양시설, 정신의료기관 등에 장기입원·입소한 정신장애인을 포함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상 거주시설만 조사해 시설 및 병원에 갇힌 정신장애인은 배제시켜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요양시설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이 매년 수십 명씩 죽어가고 있다”며 “비인권적 환경에서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장벽’에 가로막혀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정신장애인이 시설에서 죽어가는 것을 국가가 방관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이 법 제19조는 모든 장애 당사자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치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인 역시 이 권리를 누릴 이유가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연합회는 “정부 정책이 정신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사회적 장벽에 대한 고려가 없음에 분개하고 있음을 밝힌다”며 “코로나로 인해 재차 정신장애인 감금의 역사가 수면으로 떠올랐음에도 묵인하며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장애 당사자가 시민권에 기초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천명한다”며 “정신장애인 역시 탈시설·탈원화 로드맵에 포함돼 권리협약에 따른 시민권적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요구 사항으로 ▲정신요양시설·정신의료기관·주거제공시설 전수 조사 실시 ▲탈원화·탈시설 재설계 ▲정신장애인 개인별 자립지원 체계 확립 ▲지역사회 인프라 확대 ▲사회적 장벽 철폐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의 정책 참여 보장 등을 들었다.

성명에는 정신장애 관련 21개 단체가 연맹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정신장애 단체의 전국화를 위해 지난 7월 연명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조직됐다. 준비위원장은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이 추대됐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정신장애인 시설·정신병원 감금의 역사를 중단하라!

정신장애인의 죽음, 방치하는 탈시설 로드맵

지역사회 생존권을 즉각 보장하라!

21년 8월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하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됨에 따라 매년 약 750명의 장애당사자가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는 ‘정신장애인’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명백히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법정장애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죽음은 그리고 삶의 기본권은 완벽하게 짓밟히고 사라졌다. 코로나로 인한 첫 희생자가 병원에 갇힌 정신장애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함에도 정부는 탈시설 로드맵에서 이를 철저히 부정한 셈이다.

애초부터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은 ‘정신장애인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정신장애인의 탈시설·탈원화를 위해서는 ‘2020년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이하 ‘전수조사’)에서 정신요양시설, 정신의료기관 등에 장기입원 및 입소한 정신장애인을 포함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상 거주시설만 조사해 시설 및 병원에 갇혀 있는 정신장애인은 배제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시설 로드맵에서 배제한 정신장애인은 거주시설 및 정신요양시설 그리고 정신의료기관에 약 7만명 정도가 아직도 갇혀 있다. 특히, 정신요양시설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이 매년 수십명씩 죽어가고 있다. 비인권적인 환경에서 10년 이상 감금된 정신장애인은 동물원의 동물처럼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사회적 장벽’에 가로막혀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하 ‘권리협약’)에서는 정신장애인이 정신요양시설, 정신의료기관 등과 같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죽어가는 것을 결코 방관하지 않도록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권리협약 제19조(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에서는 모든 장애당사자가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조치할 것을 명시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도 포함되는 것이 합당하다.

특히, 권리협약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시키는 장기적·강제적 입원 및 입소는 ‘방지해야 될 사회적 장벽’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개별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대표 발의, 준비위원장 신석철) 등 연맹단체는 탈시설 로드맵에 정신장애인이 배제되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여전히 정부정책이 정신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사회적 장벽’에 대한 고려가 없음에 분개하고 있음을 밝힌다.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재차 정신장애인 감금의 역사가 수면으로 떠올랐음에도 묵인하며 죽음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을 규탄한다.

끝으로 우리는 모든 장애당사자가 시민권에 기초하여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천명하고 정신장애인 역시 탈시설·탈원화 로드맵에 포함되어 권리협약에 따른 시민권적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정신요양시설·정신의료기관·주거제공시설 전수조사 하라!

하나. 정신장애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탈원화·탈시설 로드맵 재설계하라!

하나.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 당사자 중심의 개인별 자립지원 체계를 확립하라!

하나. 당사자단체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대하라!

하나.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 당사자를 막는 ‘사회적 장벽’ 철폐하라!

하나. 정신장애 당사자단체의 즉각적인 정책 참여를 보장하라!

하나. 정신건강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요구 이행을 위한 즉각 면담에 응하라!

2021. 09. 09. 목.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대표발의)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부산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클럽하우스연명제도, 한국정신건강전문요원협회,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한국조현병회복협회 심지회,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울정신재활시설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사단법인사람희망디딤터,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파주자유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20여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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