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비자의입원 결정하는 건 불합리한 책임 지우는 것…보호의무자 제도 폐지해야”
“가족이 비자의입원 결정하는 건 불합리한 책임 지우는 것…보호의무자 제도 폐지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04.27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희 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정신건강 포럼서 주장
가족에게 맡겨진 입·퇴원 결정을 국가가 가져가야
경찰의 정신응급상황 대처 매뉴얼 개편 전면 필요
정신과 전문의가 현장 출동 경찰 통해 환자 정신 상황 파악하게 해야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한 보호의무자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정신장애 당사자를 돌보는 부모와 가족에게 정보 제공과 심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정신응급 상황에서의 대응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에 묻는다: 정신건강국가책임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신건강 정책제안 포럼에서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라고 해서 당사자 가족이 돌봄이나 지지를 하지 않고 국가가 다 책임지라는 건 아니”라며 “인권적·법리적 측면에서 가족에게 주어진 과도한 권한, 그에 따른 과도한 책임의 부담을 국가와 같이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특히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과적 응급 상황에서 경찰의 대응 시스템이 전면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은 눈앞에서 명백한 자·타해 행위를 하지 않으면 ‘지금은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가족이 사설 구급차를 부르든가 해서 보호입원을 시키라’고 한다”며 “그리고 당사자가 나중에 명백한 자·타해 행위를 하거든 그때 다시 우리를 부르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소방에 정신과 전문의가 대면·비대면으로 피신고자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를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해줘야 한다”며 “비자의로라도 이송해야 할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이 개혁됐을 때 당사자에 의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부정적 낙인이 줄어든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자살시도자의 경우 경찰·소방이 그냥 가족에게 인계하고 종결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신응급대응 시스템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 이송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서 정신응급 상황에서 비자의 이송의 80%가 사설 이송단에 의해 진행되는 과도한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 정책위원장은 “환자 본인이 원치 않는 이송이나 입원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이런 결정을 가족(보호의무자)에게 맡기는 것은 가족에게 부당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며 가족이 중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와 관련해 김 정책위원장은 “이 제도의 폐지는 국가책임제 중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핵심이며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가족이 비자의적 이송과 치료의 판단과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지게 하는 법과 제도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가족에게는 불합리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의무자가 정신질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문을 담고 있다. 김 정책위원장은 이 보호의무자 조항이 한국과 중국 정도밖에 없는 제도이자 다수 국가들이 이를 폐지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가족에게는 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로서의 의무만 지우는 게 맞다”고 밝혔다.

가족들에 대한 내실 있는 정보 제공 및 심리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정책위원장은 “정신건강 복지 관련 법과 제도, 당사자와 대화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당사자 돌봄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지친 가족에게 해외처럼 심리지원 서비스 역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통해 가족이 가족을 돕는 가족지원활동가 양성이 제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신규 비자의입원 건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절대적 선(善)은 아니”라며 “필요할 때 원활히 입원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때는 지체없이 퇴원시켜야 한다. 대신 외래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해 인권 보호 및 사회적 입원 방지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돼 있지만 사문화된 외래치료지원제(명령제)를 적극 활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