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종교중독, 신앙의 열심으로 포장된 보이지 않는 질병
[이관형 기자의 변론] 종교중독, 신앙의 열심으로 포장된 보이지 않는 질병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2.06.20 2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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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적 열심과 종교중독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종교중독에 대한 자세한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앙적 열심과 종교중독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종교중독에 대한 자세한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Ⅰ. 들어가는 글

기자는 당사자로서, 조현병뿐 아니라 우울증, 조울증, 강박장애, 인격장애, 망상장애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가진 당사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를 통해 기자가 직접적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타 정신장애 유형의 특징과 증상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종교중독에 빠진 당사자들을 만나며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종교중독에 대한 전문가나 상담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관련 서적과 논문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종교중독에 대해 다룬 자료는 서너 권의 책과 열 편 남짓의 논문만이 유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중독은 사회가 관심을 갖고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라 생각한다. 신앙의 열심으로 포장돼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중독에 빠진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기사를 쓰게 되었다.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종교중독에 걸렸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종교중독에 걸렸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Ⅱ. 종교중독에 대한 정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서는 중독에 대해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집착을 보인 나머지, 삶보다 우선시 되어 대인관계와 경제활동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박용천, 오대영, 2017). 우리나라에서는 8명 중 1명이 중독 문제를 안고 있으며,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등에 빠져 자신의 행위를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깊이 생각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권장희, 2013).

중독의 대상에는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분야든 정통적인 길과 빗나간 길이 있듯이, 종교에 대한 열정도 건강한 신앙적 열심과 해로운 종교중독으로 구분할 수 있다.(홍성남, 2011).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신앙이 깊고 신실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신앙은 이웃 사랑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반면, 종교중독은 자신만의 신앙적 기준으로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게 한다. 그리고 신앙이 다르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취한다(곽승연, 2020).

물론, 신앙적 열심과 종교중독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종교중독에 대한 자세한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창규(2022)는 종교중독을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강박적이고 습관적인 우상 숭배의 한 형태이자 영적인 질병이며,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에 대한 그릇된 사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노철우, 전요섭(2021)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종교를 통한 억압 및 폭력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며, 진정한 신앙생활이라기보다는 신앙을 빙자한 스트레스 해소 및 자아만족을 얻는 종교 행위”라고 말한다.

또한, 박성철(2018)은 “종교적 경배의 행위가 초월자에서 벗어나 종교적 대상이나 종교적 활동에 극단적으로 집착할 때 발생하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종교에 파괴적이고 위험할 정도로 몰두할 때 생기는 해로운 신앙”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이 외에도 김성민(2004)은 그의 책 『생명의 의미와 새로운 그리스도』에서 “신을 섬기지 않고, 성경이나 기독교 안에서 활동이나 교리 등 신 이외의 것에 집착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신앙이 독실한 것 같고,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헌신하는 것 같으나 다른 사람에 대해 비판과 정죄가 많고 신의 자리에 자기 자신이 있는 것처럼 객관화시킨다”라고 했다.

벤더헤이던(Patricia Anne. Vanderheyden)과 테일러(Cheryl Zerbe. Taylor)도 종교중독을 “삶의 고통으로부터 회피하여 도피처를 찾아가는 것이며, 현실로부터 탈출의 수단으로 종교를 사용하여 건강하지 않은 독실함으로 발전시킨다”라고 주장했다(박성철, 2018).

이 같은 종교중독의 위험성은 1990년대에 이르러 파더. L. 부쓰(Father L. Booth)의 저서, 『When God Becomes a Drug』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아직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는 정신질환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있다(정연득, 2011). 하지만 종교중독은 이미 한국 교회에 개인의 건강한 신앙을 위협하는 ‘숨겨진 질병’이자 하나님과 인격적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해로운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중독은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에도 여러 해악을 가져온다. 종교중독자는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교회생활을 하며, 가정을 향해서는 분노와 긴장을 일으킨다. 교회에서도 높은 직분과 인정을 받기 위해 교인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여 평안을 깨뜨린다. 또한 학교와 직장, 사회에서도 자신의 종교만을 내세우고 강요함으로서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한 반발과 부정적인 인식을 발생시킨다(정미숙, 2011).

이 같은 종교중독은 단순히 불건전한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에서 일어날 수 있으며 정통 교회에 소속된 신자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해로운 종교중독과 건강한 신앙생활의 열심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노철우, 전요섭, 2021). 심지어 종교중독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종교중독에 걸렸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찾기 힘들다.

종교중독은 단순히 신자가 출석 중인 교회의 소속 교단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깊은 내면과 삶의 모습, 영적 상태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종교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지식도 있어야 종교중독에 빠진 신자들을 해로운 신앙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자유와 은혜를 누리도록 도울 수 있다. 따라서 이어지는 글에서는 종교중독의 현상과 진행과정, 원인과 치료 원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종교중독 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과정은 종교적 체험에 의한 도취이다.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환경적 스트레스를 직면하기 보다는 도피하기 위해 종교와 종교 행위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종교중독 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과정은 종교적 체험에 의한 도취이다.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환경적 스트레스를 직면하기 보다는 도피하기 위해 종교와 종교 행위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Ⅲ.  종교중독의 진행단계별 현상

종교중독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고 오랜 진행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또한 성장기에 겪었던 부모의 학대와 정서적 불안, 깨어진 가정과 빈약한 또래 관계 등도 종교중독을 초래하는 복잡한 토대를 이룬다. 이러한 성장 배경 가운데 종교중독을 통해 나타나는 종교적 행위와 겉모습은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이 좋고 신앙에 열심이라는 칭찬과 찬사를 듣게 해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종교적 행위가 하나님이 아닌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고 자신에게 심리적 문제들을 발생시켜 가족과 교회, 사회 내에서의 관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처럼,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종교중독이 어떻게 진행되고, 단계별로 어떠한 현상을 나타내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1) 초기 단계 (스티븐 아터번, 잭펠톤, 2013)

종교중독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

  1.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교회에 가기보다,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교회를 이용한다.
  2. 강박적인 교회 출석으로 인해 가족, 친구와의 관계가 소홀해진다.
  3. 하나님에 대한 사랑보다 강박적으로 종교 의식을 실천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4. 성경을 인용하며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창피를 주며 자신의 문제는 합리화시킨다.
  5. 사람들과 만났을 때, 전도와 성경구절 인용, 판단이 주를 이루어 점차 대화가 단절된다.
  6. 사람에 대한 의존성이 커져 목사나 특정인에게 위로받고 애착을 느끼려 한다.

종교중독 초기 단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과정은 종교적 체험에 의한 도취이다.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환경적 스트레스를 직면하기 보다는 도피하기 위해 종교와 종교 행위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경건과 독실함으로 스스로를 가장하고, 현실에 처한 상황을 벗어나 종교에 몰입함으로서 현재의 낮은 자존감, 학대적인 환경, 무가치함, 부족함에서 오는 갈망 등과 같은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치유나 회심과 같은 신비하고 감각적인 체험에 몰입하다보면, 하나님보다는 체험 자체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기성교회에서 추구하지 않는 절정감, 황홀감, 흥분 같은 신비적 현상을 쫓다가 신비주의를 강조하는 이단에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 또한 하나님보다 사람, 기관, 이념, 행동 등에 더 큰 관심을 갖기도 한다(노철우, 전요섭, 2021).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는 현재의 실생활을 소홀히 하며, 성경 구절을 무기삼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인용하여 타인에게 설교하듯 지나친 조언을 한다거나, 종교를 위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등한시한다거나, 자신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김선미, 2015).

2) 중기 단계 (스티븐 아터번, 잭펠톤, 2013)

종교중독 중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

  1. 교회 출석과 예배 참여는 소속감을 얻기 위한 방편이며, 결석 시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2. 종교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자신을 광란의 상태(비명, 흥분, 기절)로 몰아간다.
  3. 신앙에 대한 이야기보다, 신비한 체험이나 사건 등 경험을 나누는 것에 더 관심을 둔다.
  4. 기적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며, 우연의 일치를 경험하면 하나님의 기적으로 해석한다.
  5. 종교 집단 밖의 사람들은 세상 적으로 물 들었고 어울려서는 안 되는 자로 간주한다.
  6. 종교 지도자에게 호의를 얻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 등, 가진 모든 것들을 소모한다.
  7. 특별한 은사를 하나님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여기고, 은사발휘에 더욱 매달린다.
  8. 성경에 대한 개인적 해석을 기준으로, 모든 판단과 결정을 해나간다.

중기 단계의 가장 큰 특징은 강박적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강박적 성격은 종교중독자로 하여금 종교 의식, 종교 규율, 종교 행위 등에 집중한 나머지, 자기강박에 빠져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 부담과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규범이나 규칙 같은 강박의 내용에 합당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높은 종교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성 교회보다는 기준을 채워 줄 극단적인 종교 활동이나 종교 단체에 빠지기도 한다(노철우, 전요섭, 2021). 강박적 성격은 집착으로 변해 특정 종교 집단과 지도자에 완전히 종속되어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자신의 삶을 만족시켜줄 절대적 존재로 받아들인다. 종교 지도자의 비성경적이고 가학적인 교육과 훈련을 비판 없이 순종하고, 지도자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도 종교중독자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극단적이고 신비한 종교적 체험에서 오는 감정적인 흥분과 절정, 도취감과 황홀감은 신체에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해준다. 종교중독자들은 이 아드레날린을 하나님의 은혜로 착각하여 지속적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종교적 행위에 매달리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하나님의 은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 불안과 불만족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불안과 불만족을 채우기 위해 종교중독자들은 임의로 신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 심상, 공상, 개념 등을 주입한다(노철우, 전요섭, 2021). 즉, 스스로 마음 속에 원하는 모습의 우상을 만들고 그것이 하나님이라 믿으며, 자신의 심리적 정서적 공허함과 부족함을 채우는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3) 말기 단계 (스티븐 아터번, 잭펠톤, 2013)

종교중독 말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

  1. 자신의 종교적 생각과 의견을 반대하는 대상은 신앙이 약한 사람이나 적으로 간주한다.
  2. 불안과 혼란 등의 정서적 퇴행을 겪지만, 축복을 받기 위한 박해의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3. 스스로를 순교자의 역할, 혹은 신앙 전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4.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마귀, 불신자, 죄, 정욕, 탐욕의 탓으로 돌린다.
  5. 종교가 채워주지 않는 만족을 음식, 약물, 성관계와 같은 다른 대체물로 채우려 한다.
  6. 학업과 직장, 가족을 소홀히 하고 경제적 무책임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
  7. 종교중독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중독자는 중독을 버리고 하나님께 돌아간다.

말기 단계에서 종교중독자는 자신의 일상과 대인관계가 무너져감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종교적 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 현실의 고통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종교중독은 어느새 스스로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다가온다. 종교에 대한 강박과 몰입에서 벗어나 다시 실제적인 삶으로 돌아왔을 때, 현실의 고통과 혼란을 대면할 용기가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더욱 열광적인 기도와 강박적인 예배 참여를 통해 문제를 회피하고 신비한 체험으로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와 믿음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종교중독으로 인해 망가진 현실의 삶을 축복을 받기 위한 박해의 과정으로 해석하는 등, 왜곡된 신념을 갖게 된다(노철우, 전요섭, 2021).

하지만, 모든 중독이 영원한 만족을 줄 수 없는 것처럼, 종교중독에 따른 종교적 행위도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 없다. 결국 종교중독자가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그동안 소홀히 했던 학업이나 직장은 잃어버린 지 오래고, 곁에서 걱정어린 조언과 충고를 해주었던 가족과 친구들은 이미 마음을 접고 떠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하나님으로 믿었던 마음 속 우상은 물질(음식, 약물)이나 행동(도박, 성관계)로 대체되거나, 현실 속 붕괴된 삶으로 인해 좌절과 절망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종교중독은 신앙에 대한 열심과 유사해 보이지만, 개인뿐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종교중독은 신앙에 대한 열심과 유사해 보이지만, 개인뿐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Ⅳ. 종교중독의 치유와 회복의 단계

중독은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넘어 영적인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종교중독은 하나님이 주신 자유와 해방을 빼앗아 종교에 대한 의무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하고, 결국 사람을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중독자를 치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신앙 공동체가 필수적이다.

또한, 중독이 무언가를 손에 움켜쥐고 소유하기 위해 매달리는 것이라면, 은혜는 움켜쥔 손을 펴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한 신앙 공동체의 지지와 사랑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이창규, 2022). 이 두 가지의 큰 전제 조건 하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구체적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의 종교중독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질병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종교중독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이창규, 2022).

종교중독자가 끝까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기 위해 주변인들과 논쟁을 한다면, 회복에 대한 희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힘든 현실을 직면하여 버틸 수 있고, 중독을 떠나보낸 빈 자리에 위로와 희망, 소속감과 동질감을 채울 수 있도록 소속된 신앙 공동체로부터 지지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단계로, 하나님께 순복하는 것을 통해 안정화(stabilization)를 얻어야 한다. 순복이란 모든 문제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고 신뢰하며 나아가는 과정이다(스티븐 아터번, 잭 펠톤, 2013). 종교중독자는 하나님 없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다룰 수 없으며, 중독으로부터도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께 순복함으로서 자신의 현실 속 삶을 보다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회복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파괴적인 종교 생활을 되돌아보고, 그동안 집착적이고 역기능적으로 붙잡았던 신앙의 메시지들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아야만 신앙의 건강한 가르침들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타인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도구가 되었던 성경 구절들은 자기 자신까지도 엄격한 규율로 얽매이게 만들었다. 회복의 단계에서는 더 이상 극단적인 신앙의 기준으로 타인을 폄훼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다양한 신앙의 차이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그동안 대립적이었던 인간관계도 풍성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정연득, 2011).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계속 되풀이되는 회복의 과정이다. 앞서 설명한 단계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종교중독의 치유와 회복에 필요한 공동체는 수용과 무조건적인 긍정적 관심, 표현의 자유와 독재적이지 않고 통제하지 않는 분위기가 필요하다(정연득, 2011). 이러한 공동체의 지지 속에서 그동안 움켜쥐었던 중독을 내려놓을 수 있다.

종교중독은 신앙에 대한 열심과 유사해 보이지만, 개인뿐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또한, 자신이 중독에 빠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공동체의 지지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따라서 종교중독을 겪은 개인과 공동체는 건강한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종교중독의 경우처럼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정신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종교중독의 경우처럼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Ⅴ. 나가는 글.

기자는 작년 말부터 정신장애 관련 사역을 하는 교회에 등록했고, 정신장애 당사자 자조모임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정신질환과 증상을 가진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그들만의 아픔과 상처, 고통과 회복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정신의학이나 상담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사회복지사나 활동지원가의 역할을 해 줄 수 도 없었다.

다만 한국 교회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사를 쓰게 되었다. 정신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종교중독의 경우처럼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 사회와 교회가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지지해 주었으면 한다.

부록. 종교중독 체크리스트 (스티븐 아터번, 잭 펠톤, 2013).

 

  1. 가족들이 당신에게 그들(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항상 교회 모임에 가려 한다고 불평을 하는가?
  2. 당신은 단 한 주라도 교회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가?
  3.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하나님이 지켜보시다가, 그 일이 충분하지 않다면 당신을 싫어하거나 복을 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는가?
  4. 당신이 교회 봉사를 섬기거나 교회 모임에 참석하느라 자신만의 재미있는 시간이나 취미활동을 포기하고 있다고 인식하는가?
  5. 당신이 대화 가운데 성경구절을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신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다고 불평한 적이 있는가?
  6. 당신이 헌금을 하면 하나님이 당신을 부유하게 해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교회에 헌금하는가?
  7. 당신은 사소한 문제나 중요한 중대사를 목사와의 의논 없이 혼자 결정하는 것이 힘든가?
  8. 당신은 목사를 다른 사람보다 더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9. 당신은 신앙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져 고립된 생활을 한 적이 있는가?
  10. 당신은 목사를 통해 인생의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될 거라 기대한 적이 있는가?
  11. 당신은 사소한 실수나 불충분함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는가?
  12. 하나님이 당신과 동행하기 위해, 당신이나 당신의 주변 사람들을 병들게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13. 당신은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화를 내신다고 느끼는가?
  14. 당신은 어릴 적 어떤 일 때문에 지금까지도 하나님께 벌을 받는다고 느끼는가?
  15. 당신이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한다면, 하나님의 용서와 축복을 받을 거라고 느끼는가?

* 만약 위의 질문들 가운데 다섯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종교중독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곽승연(2020, 02, 03), “종교적 ‘열심’인가 ‘중독’인가, 기준은 타자 향한 배타성”, 뉴스앤조이

권장희(2013), “특집:중독과 교회교육;중독 그 빠지기 쉬운 함정”, 『교육교회』, 421, 14-20.

김선미(2015), 『종교중독의 이해』,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노철우, 전요섭(2021), “종교중독에 대한 기독교상담적 이해와 인지행동치료적 응용 방안”, 『복음과 상담』, 29(2), 81-107.

박성철(2018), “종교중독에 대한 신학적 이해”, 『기독교철학』, 26, 25-50.

박용천, 오대영(2017), 『DSM-5 정신장애 쉽게 이해하기』, 학지사.

스티븐 아터번, 잭 펠톤(2013), 해로운 신앙, 그리심

이창규(2022), “종교중독에 대한 목회신학적 성찰과 목회상담”, 『신학과 실천』, 79, 341-366.

정미숙(2011), “종교중독의 치료를 위한 기독교상담”, 고신대학교 기독교상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정연득(2011), “종교중독에 대한 목회신학적 대응-정신분석학과 몸의 신학의 관점에서”, 『신학과 실천』, 26(2), 44-78.

홍성남(2011), “중독문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중독성 신앙생활“, 『헬스앤미션』, 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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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굿 2023-09-25 22:51:41
좋은 글이네요. 이어지는 글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