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재활시설 확충하라“...전국 350개소에 정원 7천 명, 10만 등록정신장애인의 6.9%에 불과
“정신재활시설 확충하라“...전국 350개소에 정원 7천 명, 10만 등록정신장애인의 6.9%에 불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0.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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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복지부장관과 광역지자체장에 정신장애인 인권 옹호 체계 강력 권고
기초지자체에 최소 1개 이상 정신재활시설 설치 권고
입소형보다 이용형 시설 선호...원가정에서 살면서 지역사회 서비스 이용 욕구 커
정신건강복지법에 정신재활시설 서비스 기준, 인력 배치 기준 개선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자 인권 옹호와 사회통합, 정신재활시설 증설, 입소 기간 제한 완화, 복지 서비스 강화를 추진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강력히 권고했다.

13일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7개 광역시·도에 1개 이상의 위기쉼터 및 지역사회전환시설 설치와 운영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또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역시 1개 이상의 이용형 정신재활시설이 설치 운영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정신재활시설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시설의 서비스 최저 기준과 인권지킴이단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인력 배치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17개 광역시·도 지자치장에게 정신재활시설 등의 정신장애인 복지수요와 공급 현황, 수요 대응 계획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할 것과 재활시설 증성을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강력 권고는 정신장애인 권리의 옹호와 치료 정책의 패러다임이 정신의료기관에서 지역사회에서의 회복으로 전환하고 있는 점과 지난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 이후 각국의 정신의료기관 병상 수가 축소되고 있는 부분을 감안한 측면이 크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한 탈원화·탈시설화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증정신질환자 수는 31만1000여 명인 반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정신장애인은 10만3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추정 정신질환자와 등록 정신장애인의 수가 차이 나는 이유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등록이 어렵고 정신장애 등록 판정을 받아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게다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두드러지게 발생하기에 등록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설은 장애인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재활시설이 있으나 장애인복지관은 등록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으며 정신장애인을 위한 전문인력이 없고 정신장애인 대상의 프로그램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결국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게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정신재활시설이 유일한 형편이다.

하지만 정신재활시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정신재활시설은 350개소이다. 이중 공동생활가정이 187개소(53.4%)로 가장 많고 이어 주간재활시설 85개소(24.3%), 종합시설 21개소(6.0%), 생활시설 18개소(5.1%), 직업재활시설 17개소(4.9%),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 11개소(3.1%), 지역사회전환시설 7개소(2.0%), 중독자재활시설 4개소(1.1%) 등으로 분포돼 있다.

지역적 접근성을 볼 때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 중 정신재활시설이 1개소라도 설치·운영되는 지역은 124개 지자체이며, 특히 전체 시설 350개소 중 165개소(47.1%)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보건복지부.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사진=연합뉴스]

이용 인력 또한 포화상태다. 전국 정신재활시설 350개소의 이용 정원은 이용형 시설 4천677명(113개소), 입소형 시설 2천489명(237개소) 등 총 7천166명에 불과하다.

이는 시설 입소 및 이용 정원 규모가 추정 중증정신질환자 수 31만1000여 명 대비 2.3%에 불과하고 등록정신장애인 수 10만3000여 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6.9% 수준이다.

이용형 시설 이용률은 96.2%로 정원을 육박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 대구, 광주, 강원, 전북, 전남, 경북 지역 이용률은 100% 이상으로 정원을 초과했다.

반면 입소형 시설 이용률은 평균 75.3%로 경남 89.8%, 대전 89.2%로 높은 수준이나 부산(47.7%)과 경북(57.3%) 수준에 그쳤다.

이용형 시설 이용률의 높은 욕구는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과정 등 입소 시설보다 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설치 주체도 지방정부가 주도한 시설은 소수에 그쳤다. 서울·경기지역에 운영 중인 지역사회전환시설은 7개소만 지자치에 의해 설치된 반면 그 외 지역의 343개소는 민간에 의해, 또 민간이 설치한 시설 중 절반 가량인 161개소의 시설은 개인이 설치·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인권위가 조사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실태조사에서 퇴원 이후 희망하는 생활에서 응답자의 42%가 ‘퇴원 이후 자신의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시설에서의 고립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원가정의 지지를 통해 회복되고 싶다는 욕구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낮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재활시설이나 직업재활시설 등 이용형 시설은 113개소에 불과해 정신재활시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복지법 상의 공동생활가정과 달리 전문 인력 없이 시설장 1명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하고 보조금도 이에 준해 지원되는데 상주 인력이 없어 서비스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인권위는 분석했다.

이 같은 인력 부족과 상근 인력의 부재는 정신장애인의 재활 훈련의 목적 달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입소형 정신재활시설의 입소 기간 제한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별표9는 입소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고 고령·질병 등 특별한 경우에만 5년으로 입소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인권위는 “2~5년 이내에 정신장애인이 회복과 주거,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자립 준비가 되지 않거나 가정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경우 지역사회 다른 주거서비스가 연계돼야 하지만 연계 가능한 정신재활시설이나 주거지원서비스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시원이나 노숙인 시설로 옮기게 되고 입소형 시설의 계속 주거를 위해서는 타 지자체로 이주해야 하는 변칙적 상황이 발생한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개선 방안으로 정부가 위기숨터와 지역사회전환시설을 최소 광역시·도 단위에 1개 이상 반드시 설치될 수 있게 중앙정부가 설치계획을 수립하고 설치 및 운영비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신재활시설이 지방이양사업이라는 이유로 시설과 운영을 지자체에만 의존한다면 정신장애인 지역사회통합정책에 대한 의지가 낮은 지자체의 정신재활시설 설치와 운영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이용형 정신재활시설의 확대 또한 권고됐다. 정신장애인의 이용 욕구를 조사하면 확대돼야 할 시설 유형은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낮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이용형 시설이다.

정신장애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정신장애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이는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전국 226개 시·군·구 단위에 최소 1개 이상 설치·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중앙정부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종합사회복지관에 정신재활시설을 부설기관으로 설치하거나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최소 1개소 이상의 이용형 정신재활시설이 설치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7개 광역시·도 정신재활시설의 실태조사를 추진해 시설 증설 및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인권위는 권고했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가 정신건강증진 조례 또는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지원에 관한 조례를 시행 중이고 일부 광역지자체는 조례에 복지실태조사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나 조례에 근거한 복지실태 조사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광역시·도 단위의 정신재활시설을 비롯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기반이 구축될 수 있게 광역지자체의 정신재활시설 설치·운영 실태와 이용, 수요와 공급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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