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사태의 본질은 노사 문제 아닌 지자체의 책임 회피”
“천안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사태의 본질은 노사 문제 아닌 지자체의 책임 회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2.16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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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종사자와 위탁운영 기관의 노사 문제가 본질 될 수 없어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입장문 발표...정치적 연대와 지지
센터 전문요원 줄 이직 여전해...전국 어느 곳에도 예외 없어
센터 공공성·전문성 강화...정부 책무성 강화 필요
손세미 서북구정신건강센터 노조분회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손세미 서북구정신건강센터 노조분회장이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제는 단순히 종사자와 위탁운영기관 사이의 노사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회피가 문제의 본질이다.”

16일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 현재 파업 진행 중인 천안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혁신연대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가 가입해 있다.

지난 10월 천안시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센터 측이 진행하던 연봉제 전환에 이의를 제시하고 센터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자 센터 측은 11월 초, 천안시서북구보건소에 센터의 위·수탁 해지 통문을 보냈다. 센터장은 이 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병원의 병원장이다.

센터 직원들은 기존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할 경우 직원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2400~25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호봉제인 타 센터와 급여 체계가 달라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업무 공백과 부담으로 입·퇴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달 8일, 센터 노조가 가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지자체인 천안시에 새 수탁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센터장의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정치적 지지 의사를 밝힌 정신장애 단체는 이번 혁신연대가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16년 10월,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은 노조를 결성해 51일간의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국가가 국민의 정신건강 책임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지우고 있지만 그 종사자들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파업 이후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 다수가 직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고용이 안정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선택제 체계에서 임의로 시간을 선택할 수 없게 하고 성과금으로 줄을 세우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연봉제를 강요하는 등 왜곡된 노동을 강요해왔다는 게 서울 지역 노조 측 주장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신건강 서비스의 요구는 늘어났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에 안정된 고용, 처우 개선, 합리적 행정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혁신연대가 이번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노조 결성 과정을 이와 같은 ‘기시감’으로 보는 이유다.

혁신연대는 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 노조 결성의 이유로 위탁운영하는 병원장이자 센터장이 직원들의 계약 종료를 무기로 행하는 갑질, 부당하게 채용한 부센터장과 직원들의 갈등, 지인 경영을 하면서 일반 계약직 직원들에게 행하는 불합리한 인사 처리의 문제 들을 들었다.

특히 노조가 센터의 상급기관인 보건소에 위탁기관을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보건소는 “위탁할 곳이 없다”며 위탁기관인 센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혁신연대는 “부당한 연봉제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것은 종사자들 간의 합의 사항으로만 치부한다”며 “복지부는 정신건강사업안내에 호봉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천안시서북구센터 상황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센터가 별도로 정할 수 있다며 발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이 파업 이후) 센터의 인력은 확충됐지만 전문가의 안정적 고용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은 보장되지 않아 이직하는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다”며 “이런 문제는 서울과 천안에서 가시화됐지만 전국 어느 곳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연대는 서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파업과 관련해 지난 2020년 대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단체는 “논의의 결론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공성과 전문성 강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였다”며 “그 핵심에는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을 통해 전문적이고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지역주민과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에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연대는 “천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지 정신건강전문가인 종사자와 위탁운영 기관 사이의 노사 문제가 본질은 아니다”라며 “온 국민의 정신건강 복지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던 정부와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실행할 책무가 있는 지자체의 책임 회피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이나 천안시에서 일어난 일을 단지 종사자의 노무 문제로만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문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 서비스 본질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혁신연대는 정부에 요구 사항으로 ▲고용 안정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에 대해 전국 지자체를 관리감독하고 평가해 결과를 공개할 것 ▲정신건강복지법과 하위법령, 정신건강사업안내 지침 개정 ▲센터 전문성·공공성 보장하는 운영 모형을 제시해 센터 운영을 정상화할 것 ▲현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합리적 행정이 보장되도록 적극 관여할 것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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