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채택...국회 본회의 통과
14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채택...국회 본회의 통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2.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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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협약 비준 후 14년만에 통과...권리협약의 효력 위한 필수 의정서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제도 통해 유엔에 당사국 인권침해 고발 가능
실효성 위해 국가적 제도 지원, 법률 절차 마련 등은 숙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8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UN PHOTO]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회의가 2018년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UN PHOTO]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가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6년 협약을 채택하고 2008년 비준한 지 14년 만이다. 선택의정서는 협약의 절차적 효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난해 12월 당시 문재인정부의 국무회의에서 선택의정서가 통과되고 대통령 재가까지 마쳤지만 국회 비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박진 외교부장관이 “국내의 법적·제도적 환경이 성숙돼 (선택의정서) 가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비준 가능성이 예측됐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지난 2006년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우리 정부는 2008년 비준했다. 헌법은 비준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규정한다.

선택의정서의 핵심 내용은 개인통보제도와 직권조사제도이다. 개인통보제도는 장애인이 장애인권리협약의 권리를 침해당했으나 이를 국내법이나 제도로는 구제받을 수 없을 때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직권조사제도는 권리침해 상황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접수할 경우 당사국을 직접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는 제도다. 피해의 근거가 충분하고 당사국이 동의하면 위원회는 당사국의 협약 위반 사항을 직권조사할 수 있다. 조사 후 협약에 근거한 권고안을 도출해 당사국에 통지한다.

국내 주요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했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송두환 위원장 성명으로 “국내 법제로 해결되지 않던 장애 인권 문제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와 심의를 받을 기회가 제공됐다”며 “(이번) 비준은 우리나라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장애인연맹 역시 같은 날 성명에서 “국제 인권위원회에서 권고 조치를 받은 사안을 국내에서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교차적이고 이중적인 장애인 차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택의정서가 비준된다고 해서 바로 절차적 실효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인진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진정제도의 지원 제도 마련 ▲결정 이행을 위한 법률 및 절차 마련 ▲결정 이행 모니터링을 위한 집행기구 설치 ▲선택의정서 교육 및 홍보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개인진정제도를 통한 진정서 제출을 위해서는 지원 필요한데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언어의 장벽이 문제”라며 “법률구조공단과 같은 개인진정을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하되 장애인단체가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위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가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결정을 잘 이행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집행기구의 신설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009년 선택의정서에 비준한 독일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해당하는 ‘인권연구소’에 장애인권리협약을 모니터링하는 별도의 팀이 있다. 단순히 위원회 결정 이행에 관해서만 모니터링을 하는 게 아니라 독일 내 여러 판결에 논평을 내는 등 장애인 권리를 총제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인권연구소는 201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중증장애인의 선거권 제한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리자 이 연구소 모니터링 팀은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어떤 과제가 있는지 논평과 보고서를 냈다. 당시 보고서에는 유관부서의 책임과 의무까지 명시돼 있었다.

한국에서 개인진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국제조약은 인종차별철폐협약, 자유권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고문방지협약 등이 있다. 특히 자유권규약에서 병역거부자들이 개인진정제도를 통해 대체복무 진성서를 제출하면서 관련 유엔 위원회가 ‘병역거부자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8년 대체복무제를 병역에 포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당시 79개의 권고사항에서 정신장애인이 보편적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표명했다.

이번 선택의정서 채택으로 우리 정부가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이익을 어떻게 옹호하는지 국내 인권단체들뿐만 아니라 국제 인권단체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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