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는 원치 않는 응급입원 도중에 목숨을 잃어야 하나...정신병원 응급이송 중 정신질환자 또 사망
언제까지 우리는 원치 않는 응급입원 도중에 목숨을 잃어야 하나...정신병원 응급이송 중 정신질환자 또 사망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2.15 18: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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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타해 위험 판단해 경찰·구급대원이 환자 이송에 동행
구급차에서 환자 저항...경찰이 신체 제압 과정에서 심정지 발생
구급차 탔는데 굳이 수갑을 채워야 했나...경찰 측 “위법 아냐”
인권 관계자 “수갑 사용이 필요 범위 넘어 과잉진압으로 비례성 상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일러스트=연합뉴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일러스트=연합뉴스]

정신병원 응급이송 과정에서 정신질환 당사자가 또다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제압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인 14일 오후 9시 20분경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집이 시끄럽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집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던 A씨(42)를 발견하고 1시간 뒤인 오후 10시 19분경 아버지와 함께 상현지구대로 데려왔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자·타해 위험이 있다며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경찰관 또는 구급대원이 정신의료기관까지 환자를 호송하도록 했다.

상현지구대는 A씨를 정신병동으로 이송하기 위해 119 구급대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응급입원 현장지원팀 경찰관 지원을 요청했다.

A씨는 오후 11시경 앞 수갑을 찬 상태에서 구급밴드에 묶인 채 구급차로 옮겨졌고 의정부의료원으로 이송을 시작했다. 이송에는 구급대원 2명과 경찰관 2명이 동승했다.

A씨는 이송 중인 구급차 안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고 크게 움직이는 등 발작 증상을 일으켰다. 동승한 경찰관 2명이 A씨 몸을 제압했고 이때 A씨 배 부위를 엉덩이로 깔고 앉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 시작 40여 분만인 오후 11시 40분경 A씨는 갑자기 심정지 증상을 보였다. 구급대원이 병원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15일 0시 10분경 A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유가족으로부터 A씨가 평소 고혈압 등 지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측은 “긴급 이송 과정에 수갑을 채운 것은 피해자나 경찰관 보호를 위한 것으로 위법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130㎏의 거구이다 보니 구급차에 탑승했던 경찰관들이 발작을 일으킨 A씨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잉 제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맡은 의정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구급차 내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사건 경우를 수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A씨 이송 과정에 다수의 경찰과 구급대원이 있어 위험성이 크지 않았는데 굳이 수갑을 채워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소방청·국립정신건강센터가 공동 발간한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안내 2.0’에 따르면 경찰관이 응급 대응 과정에서 수갑 등 경찰장구 사용은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규정의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행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직무 수행에서 필요하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합리적으로 판단해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인권 활동가 B 변호사는 <마인드포스트>와 통화에서 “당사자가 과도하게 벗어나려고 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물리력을 경찰관에게 행사했으면 현행범 체포 요건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명의 경찰관과 구급대원이 있던 상황이니 사망 과정에서 과잉진압이 있지 않았는지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사망까지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춰보면 (수갑 사용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과잉진압 등 비례성을 현저히 상실한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경찰서. [사진=연합뉴스]
의정부경찰서. [사진=연합뉴스]

김강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은 “지침상 경찰 경찰장구 사용은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하지만 위험도에 대한 판단이나 응급성, 그리고 구급차 안에서의 신체적 제압의 적절성이나 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하고 무엇보다 비강압적인 위기 개입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C씨가 사설구급대원 2명에 의해 제압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침대에 누워 있던 C씨의 양손을 묶고 가슴 부위를 강하게 누르면서 신체 제압에 나섰다. 이후 A씨는 심정지 증상을 보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 사설구급대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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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2023-02-16 00:48:25
역시 마인드포스트가 전문지답게 관련 상황 및 의견 취재 등 가장 세밀한 기사를 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