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대문보건소가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폐쇄시키려 ‘갑질’...‘눈엣가시’ 제거용인가
[단독] 서대문보건소가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폐쇄시키려 ‘갑질’...‘눈엣가시’ 제거용인가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2.20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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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보건소, 관내 한마음의집이 “미인가시설 운영했다” 경찰 고발
최동표 원장, 퇴소 회원에 거주공간 제공하려 임대주택 마련해 입주시킨 것
보건소 “입주자에 월 60만 원씩 받으며 미인가 운영” 편취 의혹 제기
최 원장 “미인가시설 운영한 적 없어...정신건강복지법 위반 안 해”
보건소 측, 예고없이 시설 방문 조사하고 미인가운영 확인서에 사인 요구
보건소 직원이 최 원장의 시설 운영에 불만 갖고 문닫게 하려한다는 의혹도 나와
최 원장 “30년간 정신장애인 권익 헌신했지만...깊은 우울 겪고 있어”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최동표 한마음의집 원장이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지난 두 달 넘게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불안증, 우울증에 당뇨, 고혈압이 악화된 상황입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미인가시설을 운영한 적이 없다는 것이 꼭 밝혀지길 바랍니다.”

최동표(59) 한마음의집 원장은 최근 일련의 관할구 서대문보건소의 강압적 조사와 경찰 고발로 인해 지난 30년간의 정신건강 복지사업에의 헌신이 물거품처럼 꺼져나고 있는 상황에 깊은 슬픔을 토로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공동생활가정인 ‘한마음의집’은 지난 2001년 서대문구 홍은동에 개소했다. 지금껏 무리 없이 운영돼 온 이 한마음의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정확히 최 원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22일은 서대문보건소 지도점검일이었다. 보건소 직원들은 오후 2시경 한마음의집을 방문해 조사를 마쳤다.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경 보건소 측은 24일 재방문 조사할 것이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실제 보건소 담당자들은 24일 오후 6시경 재방문했다. 회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던 시간이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한마음의집이 있는 건물의 2층이 미인가시설이라며 최 원장이 이를 불법적으로 운영해 왔다고 심리적 압박을 주는 말을 했다.

문제가 된 2층은 원래 한빛하우스라는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 있었는데 지난 2020년 9월경 퇴거해 공실로 남아 있었다. 최 원장은 한마음의집을 퇴소한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이 공간을 전세임대차 계약을 했다. 한마음의집 운영과는 관계없는 임대주택 임차였다.

통상 정신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입주 기간은 3년이다. 이 기간이 차면 퇴소해 다른 생활시설로 가야한다. 하지만 가족도 없는 당사자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집을 얻어 바로 독립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고시원으로 들어가거나 방치된 당사자들은 정신적 질환이 악화되면서 정신병원에 재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타 장애영역의 시설 입주 기간은 반영구적이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시설 이용 기간을 단기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0년 10월, 한마음의집 회원 3명이 동시에 퇴소를 해야 하는 달이었다. 이들은 갈 곳이 없었다. 퇴소 회원들과 그 보호자들은 최 원장에게 이들이 살 만한 주거공간이 없는지를 요청해 왔다.

이에 최 원장은 자신의 돈 5000만 원을 들여 비어있던 2층을 전세 계약했다. 자신의 전셋집인 셈이다. 그리고 계약 일주일 후인 2020년 10월 19일, 퇴소한 김모 씨 등 3명과 보호자의 동의하에 거주 계약을 맺었다. 이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최 원장은 꿈에도 몰랐다.

보건소 측은 최 원장과 퇴소 회원간의 개별 임대차 계약은 미인가시설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지도점검이 끝난 22일 오후 최 원장은 2층 계약자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대문구의 한마음사회적협동조합 공동생활가정에 입소하도록 합의했다. 이후 계약자들은 계약을 해지하고 공동생활가정으로 모두 이전해 입소했다.

문제가 된 2층 내부. 현재 모두 떠나 공실로 남아 있다. 서대문보건소는 2층 사용이 미인가시설 운영이었다며 최동표 원장에게 이를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c)마인드포스트.
문제가 된 2층 내부. 현재 모두 떠나 공실로 남아 있다. 서대문보건소는 2층 사용이 미인가시설 운영이었다며 최동표 원장에게 이를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c)마인드포스트.

하지만 보건소의 요구는 끈질겼다. 11월 24일 재방문한 이들은 2층에 대한 최 원장과 퇴소 회원간의 개별 임대차 계약서 사본이 미인가시설의 증거라며 이를 인정하는 확인서를 미리 준비해 와 사인을 하도록 강요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회원들과 직원들에 있을 불이익을 염려해 확인서에 사인했다.

최 원장은 그러나 “내가 미인가시설을 운영했다고 인정한 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보건소는 2층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최 원장이 월 60만 원씩을 받았다며 이는 명백한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를 위반했다며 불법으로 몰아갔다.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는 정신질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 외의 장소에 정신질환자를 수용허가나 시설 회원들에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용 및 가혹행위 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최 원장의 변호인 측은 “제72조는 불법 수용에 의한 가혹행위 방지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며 “단순히 미인가시설이라는 이유로 이 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2층은 시설과는 무관한 임대주택이므로 위 법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마인드포스트>는 한마음의집을 직접 방문했다. 그런데 1층 한마음의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와 2층으로 올라가는 출입구는 독립돼 있었다. 즉, 골목길에서 1층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1층 대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문을 지나쳐 있었다. 2층 거주자들은 1층 한마음의집 입소회원들과 교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2층을 임대한 3명은 한마음의집과 상관없는 시설에서 주간재활프로그램과 낮병원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개인 정신건강의학과 부설 주간 정신건강센터에서 일상훈련, 약물관리, 신체건강관리, 개별상담 등을 지원받아 오고 있었다. 한마음의집과 관련 없이 독립적 일상을 해 왔다는 의미다.

한마음의집 건물 구조. 사진 오른쪽이 한마음의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반면 2층으로 올라가려면 입구를 지나쳐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c)마인드포스트.
한마음의집 건물 구조. 사진 오른쪽이 한마음의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반면 2층으로 올라가려면 입구를 지나쳐 앞쪽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c)마인드포스트.

최근 열린 서대문구의회 임시회 제3차 행정복지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보건소 측은 구의회 질의에서 “미신고시설에서 일인당 60만 원씩 받고 했기에 인권하고 관련된 문제”라며 “그분(최 원장)이 너무 불법을 저질러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2층 거주자들과 그 보호자들과 만나 사정을 듣고 그들의 안정적 일상생활을 위해 자신이 전세로 임차한 곳에 일인당 가스비, 통신비 등과 월세를 포함해 60만 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월 60만 원씩, 세 명에게 받으면 월 180만 원이다. 그걸 내가 횡령해서 무슨 큰 이익이 남는다고 그런 짓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임대주택의 개념으로 봐야지 미인가시설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대문구의회 이종석 의원도 임시회 질의에서 보건소장에게 “변두리 같은 데 집단으로 주거하는 시설도 많이 봤다”며 “거기에 비하면 내가 봤을 때 한마음의집이 나쁜 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마음의집이 오랜 기간 일해 왔고 (정부) 표창장도 여러 번 받고 봉사활동도 많이 해 왔다”며 “고발 취하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탄원서나 정상참작서도 내 주면 경찰과 검찰이 선처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소의 지도점검 규칙에도 심각한 위반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2일 첫 지도점검 이후 이틀 후 재점검하겠다는 공문을 한마음의집에 보냈다. 이는 위법행위라는 지적이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보건소와 같은 행정기관은 출석요구서나 자료제출요구서, 현장출입조사서를 진행하려 할 때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소는 법을 어기고 조사 이틀 전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이는 국가기관이 정신재활시설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행위였다는 분석이다.

보건소는 이후에도 사전 예고 없이 수 차례 한마음의집을 방문해 시설장인 최 원장의 승인 없이 대체인력계약서를 복사해 가는 등 위법행위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입소자들과 자원봉사자, 직원들에게도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기 방문조사에서 최 원장에게 미인가시설에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일이 ‘재발될 시’ 고소고발 조치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최 원장은 직원과 입소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이에 서명했다. 서명을 하면 신고하지 않겠다는 보건소 측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하지만 보건소는 일방적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최 원장 측은 이는 보건소가 한마음의집을 폐쇄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면 이렇게 서류상 약속을 어기고 경찰에 조사를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보건소 특정 직원이 오랜 시간 최 원장의 행위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한마음의집 입소회원들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해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이를 기념해 동 주민센터가 ‘배려와 존중 속에 함께하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는 동판을 세웠다. (c)마인드포스트.
지난 2015년 한마음의집 입소회원들과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해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이를 기념해 동 주민센터가 동판을 세웠다. 여기에는 ‘홍은동 정원단지 주민들과 한마음의집 회원들이 함께 벽화작업을 참여했으며 주제에 맞게 우리 동네의 희망을 위하여 더불어 노력하였다’라는 설명문이 담겨 있다. (c)마인드포스트.

최 원장 변호인 측은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 제1항의 ‘수용 및 가혹행위 금지’ 조항에 대한 보건소 측의 고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불법수용에 의한 가혹행위 방지라는 입법 취지로 시설의 설치·운영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자의 ‘불법 수용’을 막고 그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인가시설로 보더라도 이는 그들을 불법 수용하려는 의지가 아니었던 만큼 수용과 가혹행위 등으로 보건소가 고발할 내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퇴소 후 주거가 불안정한 정신장애인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한 행위는 예산 부족으로 정신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이 어려운 서울시의 상황을 봤을 때 이는 오히려 시 ‘정신질환자 자립생활 지원 조례’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 시설 퇴소자에 대한 지원에 부합한다는 의견이다.

최 원장은 올해 1월 초 서대문경찰서로부터 한마음의집이 고발을 당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 원장은 “보건소가 (미인가시설임을) 서명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해서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명했고 그럼 모든 강압이 종결될 줄 알았다”며 “경찰 통보 이후 지자체로부터 배신감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건소 측은 나를 표적 삼아 무조건 경찰에 신고하고 한마음의집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마음의집 시설에 오랜 시간 자원봉사를 해 온 A(여) 씨는 “서대문보건소의 고발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과잉 행정”이라며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퇴소한 후 주거를 옮길 경우 모두 신고를 해야 하나. 정신장애인들은 주거를 이전할 자유도 없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현재 한마음의집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입소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조만간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한마음의집을 방문했던 7일, 최 원장은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기자에게 말했다. 

“지난 30년간 정신장애인 권리운동을 지원하면서 집에 돈 가져간 적 별로 없습니다. 간호사인 아내도 고등학교 선생인 딸도 나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대로 누명을 쓴 채 끝낼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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