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에서는...디지털 세대 정신건강 상담 활발
지금 영국에서는...디지털 세대 정신건강 상담 활발
  • 임형빈 기자
  • 승인 2018.12.14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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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상담 '사마리안' 1년에 400만명 이용
스마트폰 발달로 통화보다 문자를 이용한 소통 선호
청소년 고립감 해소

영국 자살예방 단체인 ‘사마리안’은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해 대화 상대가 필요할 때 하루 24시간 중 아무 때나 전화해 자원봉사자나 상담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료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등을 찾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꺼려지거나 생각이 혼란스러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상대방으로부터 단지 친절과 관심을 느끼고 싶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1953년 세워져 6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이 전화상담 서비스에 대한 영국인들의 신뢰도 두텁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1년에 약 400만 명이 사마리안의 상담전화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는 얼마 전 자살 예방을 담당하는 차관을 임명하기도 했다. 정신건강 문제와 그로 인한 자살 문제를 영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4천500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 불안증, 낮은 자존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월 자선단체인 ‘채러티 액션 포 칠드런’이 13~15세 5천5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 정도인 1천840명이 우울증과 불면증, 계속되는 부정적인 생각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과 학업, 소셜미디어 등에서 오는 압박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상담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 세대는 정신건강 상담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 주로 전화 상담을 하는 기존 세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영국 방송통신 정책을 관할하는 ‘오프콤’의 보고서를 보면 16~24세 가운데 15%만이 전화통화를 가장 중요한 방식의 소통 수단으로 봤다. 또한 스마트폰 보유자의 25%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스마트폰을 이용해 통화를 한다고 답했다.

같은 해 시장조사기관 ‘오픈마켓’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통화보다는 문자를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고 답했는데 이유로는 통화가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대는 어떻게 정신건강 상담에 접근할까? 자살 충동이나 우울, 불안 등을 느낄 때 전화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상담 등 온라인 서비스를 찾아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 무료 온라인 상담서비스인 ‘쿠스’(Kooth)를 이용하는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지난 2015년 2만 명에서 2017년 6만5천 명으로 늘었다. 2018년에는 10만명 가량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쿠스 모회사 센존의 아런 세피는 “상담사와 10분 내로 상담할 수 있다는 편리성과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고도 가입할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 등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비디오 상담도 가능한 점, 용기를 주는 문자 서비스 등도 청소년들의 고립감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1월 말까지 12만3천여 명이 자해 충동, 섭식 장애, 강박 장애 등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을 주는 앱인 ‘캄 함’(Calm Harm)을 다운로드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6%가 10~18세이고, 82%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캄 함’ 등을 포함해 영국보건시스템(NHS)은 18개 어플리케이션을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돕는데 도움되는 앱으로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기분 변화를 일기로 기록하며 감정 조절을 돕는 ‘블루아이스’(BlueIce)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디지털 세대의 과거 세대와 다른 소통 행태는 전통적인 정신건강 자선단체의 서비스 전략에도 변화를 야기한다.

사마리안 서비스의 경우 매년 500만 명이 상담 요청을 하는데 400만 명은 전화로, 100만 명은 문자, 이메일, 대면 소통 등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다. 전화를 통한 상담에 비하면 그 외 상담 서비스는 덜 활성화된 상황인데 사마리안은 커지는 요구에 2019년 말까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상담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마리안 보다 이용자 연령이 낮은 ‘차일드라인’ 역시 기술 진보와 이용자들의 상담 서비스 이용 패턴 변화에 적응해 지난 2009년 온라인 상담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이후 상담 신청이 44%나 증가했다. 지난 2017년에는 상담의 73%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차일드라인의 폴린 브레넌은 “아이들은 전화기를 들고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연락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담 등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상담 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러한 상담은 정신과의사, 심리치료사 등 전문가들과의 대면 상담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지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클레어 머도 NHS잉글랜드 정신건강 국장은 “온라인 소통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서 온라인 상담 서비스 수요 증가는 예상 가능하다”며 “대면 상담 및 치료와 병행한다면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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