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떠나는 너야 어떨까마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떠나는 너야 어떨까마는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8.12.1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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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장애 아들 살해 후 극단적 선택하려한 어머니 사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그의 조카가 글 올려
피의자가 되어버린 어머니…‘선처’ 요청 글

지난달 24일, 자폐성 장애를 가진 40대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발견돼 목숨을 건진 사건이 발생했다.

60대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사연이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다.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린 청원인은 숨진 A씨(당시 42세)의 사촌여동생이자 A씨의 어머니 B씨의 조카였다.

청원인에 따르면 B씨의 아들 A씨는 5살 때 중증 자폐 진단을 받았다. 이후 몸은 성장했지만 행동은 유아기에 멈춰 있는 A씨를 보며 사람들은 수군댔고 피했다. B씨는 아들 곁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성장하면서 몸이 비대해진 아들을 B씨가 체력적으로 돌볼 수 없게 되자 B씨는 아들을 전라도, 경기도, 충청도의 요양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그나마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B씨는 아들 A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고 A씨의 난폭한 행동에 이웃들의 항의가 들어오자 다시 입원을 시켜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A씨는 경기도 S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날 A씨는 팔에 염증이 생겨 일반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해 경기도의 J병원으로 입원했다. 그곳에서 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아들의 입원해 있던 3주간 일인실에서 아들을 돌보며 24시간 간호를 했다. 사건 전날, A씨는 또다시 난동을 부렸고 소리를 지르며 병동을 뛰쳐나가려는 행동에 옆 병실 보호자가 무섭고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왔다. 치료 마무리 단계라 B씨는 그 보호자에게 사과했고 간호사에게 부탁해 수면진정제를 주사해 A씨는 잠이 들었다.

B씨는 그간 병원에 입원 기간을 늘릴 수 있는지를 알아봤지만 다른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병원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갈등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B씨는 요양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역시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막막했다.

그날 밤, 고요히 잠든 아들을 B씨는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딸이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그 고통을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B씨는 결국 모든 걸 짊어지고 아들과 함께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단적 선택이었다. B씨는 아들을 손으로 살해했고 자신도 아들이 먹는 독한 약을 털어 먹었고 혹시라도 자신만 살아서 깨어날까 봐 자해 시도를 한 후 의식을 잃었다.

A씨의 사인은 흉부압박이었다.

청원자는 “이모가 40년 넘게 온몸을 다 바쳐 오빠를 사랑했다는 것은 제 모든 걸 걸고 부끄러움이 없다”며 “가족 모두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던 오빠는 그렇게 떠났지만 벼랑 끝에 내몰려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적었다.

이어 “복지가 좋은 나라에서 오빠가 태어났다면 이런 비극이 있었을까요”라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의료기관이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이모의 어깨가 한결 가볍지 않았을까요”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아들의 빈자리를 평생 기억하고 가슴 치며 살아가게 될 형벌을 받은 이모가 차가운 구치소에서 눈물 흘리지 않게 서명을 부탁드린다”며 “중증장애로 고통 받는 제2, 제3의 동일한 비극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청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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