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사과”...국민의힘 “정신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가이드북 제작하겠다”
마침내 “사과”...국민의힘 “정신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가이드북 제작하겠다”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02.08 2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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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정신장애센터 등 인권단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기자회견
이종성 중앙장애인위원장 “가이드북 제작 관련 면담 테이블 만들 것”
정신장애계 “정치가 정신장애를 이용하는 행위는 반성돼야”

국민의힘이 결국 사과했다.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은 8일 초선의원들의 ‘조현병’ 발언이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끼쳤다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혐오 발언 일주일 만이다.

사건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31명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북한 원전 추진’ 문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을 비판하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발언했다.

정치 행위 가운데 우연히 발생한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이 아니라 이들 초선의원들은 서로가 검토하고 합의한 성명서를 기반으로 기자회견을 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고 장애 인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마인드포스트>는 가장 먼저 이들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어 2일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한국정신장애인협회가 공동성명서를 내며 “가족을 매도하는 막말로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한다”며 “가족 앞에 사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4일에는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김영희 정책연구원, 이항규 한국정신장애인협회장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같은 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2개 단체들 역시 조현병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집단적 조현병’이라는 표현으로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는 발언을 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국민의힘은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비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8일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한 정신장애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항규 한국정신장애인협회장은 “조현병 한 마디에 가족은 더 움츠러들고 당사자는 갈 곳이 없는 낙인 찍힌 사람이 되어 버린다”며 “누가 (국민의힘 기자회견문) 성명을 승인하고 발표했는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구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국민의힘 윤리강령에는 인권을 존중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약자와 소수자를 조롱하는 비윤리적 발언을 했다”며 “당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초선의원들에게 약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를 심어줄 때”라고 강조했다.

발언 이후 이 협회장과 권 센터장은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과 더불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의 면담을 위해 중앙당사를 방문했다.

조호연 당사자 활동가는 “국회의원들이 선두에서 정책 및 권고 조치는 못할망정 사회구성원들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국민의힘 당내 윤리강령은 ‘빛 좋은 개살구’로 우리의 외침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닌 윤리강령 속 내용을 제대로 실행해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돈현 당사자 활동가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장애에 대한 관심과 포용보다는 비하하고 폄하하는 대상으로 여겨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잡는 것이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며 “국민의힘은 사과하고 자발적인 인식 개선 교육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전정식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지체장애인은 ‘병신’이라는 말을 듣고 청각장애인은 ‘벙어리’라는 말을 듣고 절름발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며 “오랜 투쟁을 통해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며 “확실한 사과 발언과 재발 방지책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사람희망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집단이 말하는 발언들은 그 집단의 속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며 “그런 비하적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쓰리고 아픈지 몸으로 깨닫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왜 이런 비하의 말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막지 못했는지 실망을 넘어 창피하다”며 “정신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고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은 사과하고 인권 교육을 반드시 실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남규 당사자 활동가는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특정 질환을 거론하는 것은 인권 인식이 수준 이하라는 뜻”이라며 “그 발언으로 인해 고통받는 당사자와 가족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복되는 정신장애인 비하 발언 속에 인권 의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당사자와 가족은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며 “정치계는 사회적 약자를 이용하는 기만적 행태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 약자들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법과 정책으로 강구해야 할 의무를 가진 자들임에도 그 책임을 저버렸다”며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사회에 미치는 해악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에 더욱 경계하고 조심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무시와 혐오의 대명사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절박하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외치고 있다.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 발언 이후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이 이종성 의원 면담 내용 결과를 알렸다. 그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이 의원이 장애위원장 대표로 사과문을 발표하기로 결정했다”며 “저희 요구안인 장애인 인식교육과 장애인 인식개선 가이드북 제작과 관련해 조속히 면담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장에 참여한 이종성 의원은 “우리 당이 정신장애인에게 상처를 준 부분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한다”며 “앞으로 우리 당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전체 당직자, 모든 당 관계자들이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철저히 이수하도록 하겠다”며 “당 차원에서 가이드북을 제작해 당 전반에 배포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장애인 혐오 표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다음은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이다.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 사과문 전문>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 2월 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원전게이트 사건’을 은폐하고 회피하는 문재인 정부의 거짓행태를 국민께 고함에 있어 조현병에 비유하는 부적절한 표현을 하였습니다.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국민의힘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치변화를 이끌어야 마땅할 초선의원들이 기성 정치인들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초선의원 일동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민의 뜻을 대변함에 있어 언행 하나하나를 곱씹고 살펴, 국민께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일이 다시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전원 및 주요 당직자를 대상으로 장애 및 정신질환 인식 교육을 조속히 실시하여 이와 같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또한 장애인식개선 가이드북 등의 교육자료를 제작하여 모든 당원에게 제공하고 교육함으로서 국민의힘의 장애감수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드리며, 국민의 지적을 겸손히 경청하고 개선해나가는 발전적인 국민의힘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저희 국민의힘 초선의원의 국민께 고하고자 했던 ‘북한 원전게이트 사건’이 진실이 가려지지 않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2월 8일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 이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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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대한 2021-02-09 13:47:42
꼴에 국민의힘 사과는 했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