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형 기자의 변론] 개봉 앞둔 조현병 다룬 영화 'F20'...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의견까지 나와
[이관형 기자의 변론] 개봉 앞둔 조현병 다룬 영화 'F20'...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의견까지 나와
  • 이관형 기자
  • 승인 2021.09.14 21:4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병 코드 'F20' 다룬 영화 개봉 앞두고 기대와 우려 엇갈려
당사자들 "인식개선 계기 바라" vs "조현병 비정상으로 표현" 갑론을박

‘F’라는 알파벳은 긍정적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를 더 많이 떠오르게 합니다. 대학교에서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지 못한 학생은 성적표에 ‘F’라는 학점을 받게 됩니다. 1997년도 금융위기로 국가가 부도 직전에 처했을 때도, 사람들은 IMF(국제통화기금)를 가리켜, ‘I am F(나는 에프다)라고 비유하며 자책하기도 했었죠.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4‘라는 숫자를 한자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며 싫어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에는 ’4‘라는 숫자 대신 ’Floor’의 약자 ‘F’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F’라는 알파벳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서 정신 및 행동장애를 뜻하는 코드로도 사용됩니다. F00부터 F09까지는 증상성을 포함하는 기질성 정신장애, F10부터 F19까지는 정신활성물질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 그리고 F20부터 F29까지는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를 뜻하는 코드로 사용되죠(질병분류 정보센터).

당사자뿐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은 병원에서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았을 때, 자신에게 F코드가 찍힐 것을 염려하고 숨기려 합니다. 그래서 정신적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병원에 방문하는 걸 꺼려하고요. 이처럼 ‘F’라는 알파벳은 매우 예민하고 민감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런데 당당히 'F20'을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가 제작되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 ‘F20’은 조현병의 질병 코드를 뜻합니다. 영화는 아들의 조현병을 숨기고 싶어 하는 엄마와 조현병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웃들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장르는 서스펜스 스릴러로서 긴장감과 어두운 요소들을 많이 배치해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조현병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 인식을 더욱 강화시킬 것인지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9월 13일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고, 영화 내용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추측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예고편만으로는 이 영화의 내용과 목적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조현병을 영화의 자극적 요소나 소재로 사용하는지, 아니면 이 영화가 진정으로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을 비판하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자는 예고편 속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예고편의 시작 부분에는 '2021년 가장 날카롭고 충격적인 영화'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비밀이 되다'라고 자막이 나옵니다. 이를 통해, 이 영화가 조현병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자극적이고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조현병을 사람들에게 감출 수밖에 없는 현실도 엿볼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다음으로 조현병을 가진 아들의 엄마의 대사와 표정을 통해 당사자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대변하고자 하는 의도인지, 아니면 가족들이 이토록 힘들어서 조현병이란 병 자체가 불행하다는 뜻을 암시하는 의도인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이어서 조현병 당사자의 가족으로서 겪는 고민과 걱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병이 사람들에게 알려질까봐, 그리고 약을 잘 먹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약을 잘 챙겨 먹고 있는 거 맞지"라는 대사는 아들이 약을 안 먹고 무언가 일을 저질렀다는 내용을 암시하게 만듭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출처 : 네이버 영화 F20 메인 예고편

다음으로 누군가의 칼에 찔려 죽임을 당한 고양이의 사체가 모자이크 처리돼 나옵니다. "어떤 미친 놈이 이딴.."이란 대사를 통해, 주민들이 조현병을 가진 아들을 범인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범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가위를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도 새로 이사온 112호 주민의 모습 같습니다.

주민들이 의심하는 범인이 112호 주민이고, 그 주민이 조현병을 갖고 있다면, 결국 조현병 당사자가 고양이를 죽인 사람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죠. 반대로, 주민들이 조현병 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결국 틀렸다면, 주민들의 편견과 따가운 시선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는 예고편만으로 이 영화가 정신장애, 특히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지, 아니면 악화시킬지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감독과 제작진의 의도가 진심으로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취지이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론, 고양이 사체나 가위를 손에 쥔 남성의 연출을 통해 오히려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더 악화시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도 큽니다.

기자는 본인의 예감뿐 아니라, 다른 당사자와 가족들의 생각과 의견도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조현병을 다룬 영화이기에, 당사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도 이 기사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현병 관련 카페 몇 곳에 기사에 대한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과 생각을 담은 댓글을 요청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카페 회원분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댓글로 달아주셨습니다.

먼저, 'Soo'라는 아이디를 가진 카페 회원은 "조현병은 고대 나병만큼이나 편견이 심했다. 이 영화가 조현병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댓글로 남겼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은 부정적이고 회의적이었습니다.

아이디 '대o' 회원은 "조현병을 비정상적이고 증상적인 모습으로만 표현하는게 개탄스러웠다. 조현병 환자로 살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데, 조현증의 양성 증상에만 치우친 얘기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라고 표현했고, 아이디 '공통oo' 는 "조현병이라고 다 영화에 나오거나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지는 않다"라고 의견을 남겼습니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예고편을 바라보는 카페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디 "오oo"는 "'무섭다', '위험하다' 같이 사용된 단어가 더 선입견을 키울 것이 염려된다"고 의견을 남겼고, 아이디 '데oo'는 "우리들의 입장을 대변한 게 아니라, 조현병 환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했다. 상영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으며,

아이디 '생각ooo'는 "편견 차별을 위해 노력한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도 하고 싶다"라고 의견을 남겼습니다.

반면에 아이디 'S양'은 "예고편만으론 뭐라 말하기 어렵다. 고양이 살해 범인이 조현병 환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그렸을 수도 있다. 또한, 당사자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환자의 예후에 따른 보호자들의 갈등과 상황도 현실과 부합한다. 아직은 상영금지 처분을 호소하기엔, 내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걱정되고 부정적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보고자 합니다. 기자는 영화가 개봉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후속 기사를 쓰겠습니다. 이 영화에 고마워하게 될지, 아니면 실망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단 개봉일을 기다리며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출처 : 출처 : 영화 F20 포스터
출처  : 영화 F20 포스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허보람 2021-09-18 14:36:21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소이 2021-09-15 14:38:40
좋은 기사 입니다 질병코드를 타이틀로 한다는것 자체가 환우 가족으로서는 너무 힘들어요 이 질병코드만 이런식으로 상징화 시키는걸 상업화 하는게 공중파 방송이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부다 하루하루를 버티는것을 희망으로 삼고 있는 환우 가족분들을 도와주세요 질병코드 타이틀화 하는 것을 철회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