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감정노동’을 하는 걸까?…YES, 정신과 의사 감정노동 가장 높아
의사들도 ‘감정노동’을 하는 걸까?…YES, 정신과 의사 감정노동 가장 높아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1.10.28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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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분석, 연령 낮고 여성·미혼자 의사에서 높게 나타나
“정신과 의사는 진료과목 특성상 상호작용 많아 높게 인식돼”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의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감정노동자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부족했다. 그런데 의사야말로 감정노동을 하는 대표적 직군이라는 의견이 나와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의사의 감정노동은 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더 나아가서 보건의료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리 역시 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의사 5천5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보고서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감정노동 수준은 100점 기준으로 평균 70점으로 나타나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료과목별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가장 높았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 미혼자의 경우 감정노동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신과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은 75.77점이었다. 보고서는 “정신과는 진료과목의 특성상 환자들과의 상호작용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가장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활의학과(73.31점) 순이었다.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낮은 과목은 응급의학과(66.70점)이었다.

인구특성별로 보면 여성(71.69점)이 남성(69.51점)보다 높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감정노동 수준이 높아져 30대 이하에서 70.7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미혼자의 경우 감정노동 수준이 70.92점으로 제일 높았다.

그동안 의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17년 사회건강연구소가 전공의,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등 1천525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산업 노동자의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77.7%의 전공의가 욕설·폭언 등 언어적 폭력을 경험했고 물리적 폭력을 당한 전공의는 49.4%에 달했다. 특히 폭언과 폭행 등 부당한 대우로 인해 감정노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4.7%였다.

감정노동을 겪은 후 ‘그냥 참고 견뎠다’는 응답이 95.4%로 가장 높았다. 연구는 감정노동을 겪어도 조직적 차원에서 지원하거나 해결해주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참고 견디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우 감정노동 수준이 더 높았는데 이는 업무 중에 감정이 상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봉착해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여성이 더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근무 지역에 따르면 충남 지역이 71.21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울 지역(70.87점)이었다. 대구 지역은 67.20점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근무 기관별로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70.92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군대·군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70.58점)가 뒤를 이었다. 반면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평균 68.87점으로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낮았다.

의료정책연구소 측은 “감정노동은 주로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 중에서도 사회적인 약자의 위치, ‘갑과을’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겪는 것이라고 생각돼 왔다”며 “의사는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높기 때문에 감정노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학문적 발전이 이뤄지면서 감정노동은 일부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이 겪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과 더불어 제3의 노동으로 모든 근로자가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사들의 감정노동을 관리하기 위해 의대생, 레지던트 때부터 의학교육의 기초적 과목으로 감정노동을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 경영진이 의사들의 감정노도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응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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