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고용활성화 연구를 마무리하며
정신장애인 고용활성화 연구를 마무리하며
  • 박종빈
  • 승인 2022.11.24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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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박종빈 연구위원
(c) 이동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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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장애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장애인의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를 담당하게 됐다. 옛 고사에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번에 연구를 수행하면서 접하게 된 각종 통계나 선행연구를 통해 정신장애인은 다양한 장애유형 중 가장 열악한 사회적·경제적 상태에 놓여있으며,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편견이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실시한 2021년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1년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고용률은 34.6%인 반면 정신장애인은 10.9%에 불과하다. 또한 전체 장애인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62.7%인 반면, 정신장애인은 87.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액은 199.0만원인 반면, 정신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6만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없는 사회실현을 위한 정신질환 당사자의 고용지원서비스 혁신방안 - 2022 정신건강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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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정신장애인에 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당시에도 정신장애인은 위험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어려워서 희망이 없고, 무능력하며, 눈에 쉽게 띌 정도로 표시가 난다는 편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정신장애인은 단순히 치료받아야만 하는 대상, 혹은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집단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으로부터의 배제와 사회적 편견은 정신장애인의 고용을 더욱 어렵게 해 비경제활동인구로 고착화하며, 사회와의 단절과 고립을 야기하는 악순환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정신장애인들도 비정신장애인, 더 나아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편견에 찬 시선을 거두어내면 그들을 바라보면 우리와 똑같이 구직에 대한 욕구, 취업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노동을 통해 삶의 보람을 얻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들일 뿐이다.

정신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 이후의 삶 교육 모습. (c)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 이후의 삶 교육 모습. (c)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번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고 취업이나 고용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으며 이들의 어려움과 노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드는 생각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다는 생각이었다. 또 어떻게 하면 이러한 노력이 빛이 바래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느냐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러한 생각들은 연구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어쩌면 이번 연구는 ‘혹시나 나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진 않을까?’ 하는 물음에 계속해서 답을 해 나갔던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구기간 동안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관련 연구 자료들을 읽고, 통계자료들을 분석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제언을 작성하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의 특성에만 온전히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부족하겠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부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신장애인은 잘못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무조건적인 교화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다. 다만 좀 더 다른 방법으로 사회의, 그리고 우리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할 뿐이다. 그들은 절대로 틀리지 않다. 다만, 다를 뿐이다. 이번 연구는 이를 다시금 배울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정신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고용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박종빈 연구위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박종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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