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권익 옹호는 당사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정신장애인 권익 옹호는 당사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2.11.18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사업결과 보고 및 토론회 개최
정신보건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비인도적 치료에 문제 제기하면 설립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있지만 정신장애인 인권 옹호에 한계 있어
입원 심사절차에서 정신질환자 절차조력 제도 역시 작동 안 해
정신장애인 인권 침해 모니터링할 법적 권한 가진 옹호체계 필요
정신장애인이 주체적 결정을 할 사회적 조건 여부가 자기결정권의 핵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의 2022년 사업성과 보고회가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사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정신장애 당사자 A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퇴원 등 처우개선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천의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

A씨는 전원된 날, 병원에 퇴원심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성남의 그 병원과의 통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묵살했고 계속 요구하자 독방에 가두고 침대에 묶었다. 그에게 기저귀가 채워졌고 정신과 약물 아티반이 과다 투약됐다.

병원 보호사는 전화 요청을 하는 A씨에게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일주일 동안 독방 감금된 A씨는 폭행과 과도한 약물로 이후 거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양제 링거를 맞았다. 독방에서 풀려난 후 주치의에게 보호사에게 당한 폭행을 이야기했지만 묵살됐고 사건을 덮자는 주치의 설득에 동의하지 않자 주치의는 “독방에 쳐 넣으라”는 말을 했다.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병원 측은 금지했고 A씨는 병동 내 환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보호사는 “적당히 때리라”며 폭행을 부추겼다.

이후에도 그는 보호사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고 치아까지 손상됐다.

사건을 접수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는 A씨의 진술과 병원 기록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에 사건 조사 기록을 요청하고 병원 내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는 이 사건이 자격 조건 없는 보호사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규정하고 보호사 자격제도 마련을 국가에 요청할 계획이다.

18일 김강원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이 사업결과 보고를 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18일 김강원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이 사업결과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의 2022년 사업성과 보고회가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됐다. 보고회에 이어 정신장애인 권익옹호체계 구축 방안 토론회도 함께 열렸다.

보건복지부 당사자 가족 단체 지원사업으로 선정, 지난 5월 개소된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을 예방하고, 정신장애인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입각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정신보건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강제입원과 비인도적 강제 치료 등 인권침해 문제에 신속히 개입해 당사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개소 이후 센터는 재산을 노린 가족이 동생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사례, 사설구급대에 의해 납치되듯 강제입원 당한 사례, 형사 수사 과정에서 정신질환자 신뢰관계인 동석 배제 사례 등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소송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중에는 센터가 조사에 들어가자 정신병원 측이 강제입원 환자를 바로 퇴원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김강원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장은 보고에서 “기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있지만 정신보건 서비스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 예방적 의사결정 지원, 입·퇴원 절차 지원, 정신질환 피의자의 사법절차상 권리 보장, 미등록 정신질환자의 권리 옹호를 포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권익옹호 체계의 발전 도모라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며 정신건강 서비스 내에서 공식적 권익옹호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상 입·퇴원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고 통신가 면회의 자유 제한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사유 기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퇴원 및 처우 개선 심사 등 심사절차에서 당사자 혼자서 본인을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절차 조력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신보건 시스템 하에서 당사자의 권리 침해가 일상적이지만 모니터링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없다”며 “부당한 강제입원, 폭행을 당했을 때 가해자 조사와 피해자 원스톱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강제입원의 초기 단계에서 권익 옹호 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입원 초기 단계에 자신을 지킬 방어 수단이 없으며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이뤄져 입원 부적합 판정 비율은 1%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 피의자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 신뢰관계자, 보조인, 진술조력인 등 조력과 법률적 지원이 없거나 부족하다”며 “인권 침해를 모니터링하고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정신건강권리옹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권익 옹호는 당사자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는 미래의 정신질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게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유튜브 갈무리]

제 교수는 “권익옹호기관은 정신장애인의 회복 운동 자체는 아니”라며 “회복의 길을 다양하지만 공통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피해를 입지 않고 그 관계를 회복적 관계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익옹호기관을 주장하는 단체나 개인은 다원적 가치 하에 회복 운동의 가치도 수용하면서 사회개혁에 대한 비전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경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 권익옹호 이념으로 “정신장애인의 존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자기 결정 능력보다 정신장애인이 의지에 따라 주체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가가 자기결정권 존중의 핵심”이라며 “차별과 억압에의 도전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 권익옹호 원칙으로 ▲인간으로 존중받고 ▲자기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낼 권리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 ▲미래에 대한 꿈과 계획을 가질 권리 ▲동리 지역에 사는 다른 사람과 동일한 기회와 기여의 가능성을 가질 권리 등을 주창했다.

이재성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부회장은 “”발달장애인을 발달질환자라고 부르지 않듯이 정신질환자도 정신장애인에 포함해 부르든지 심리사회적장애인으로 불러야 옳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강제입원이 계속되고 있고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정신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장애인의 사회보장 및 빈곤 경감 제도를 강화하고 장애인 단체들과의 논의 하에 장애수당 액수를 검토해야한다“며 ”심리사회적장애인이 보편적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춰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