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흔한 부작용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들을 수 있어야”...‘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 출범 예정
“환자는 흔한 부작용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들을 수 있어야”...‘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 출범 예정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12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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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해 정신과 약물 선택하고 회복 모색을 지지하며 본격 활동 준비
당사자, 가족, 정신과 전문의, 전문요원 등 참여...참여 단체 지속적 모집
20일 대신정 춘계학술대회장 앞서 기자회견 진행 예정...주류 의학에 상징적 저항
지난 2013년 샌프란시스코 미국정신의학회 연례 학술대회장 앞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신중한 약 사용을 촉구하는 정신의료 소비자들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장창현 정신과 전문의 제공]
지난 2013년 샌프란시스코 미국정신의학회 연례 학술대회장 앞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신중한 약 사용을 촉구하는 정신의료 소비자들의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장창현 정신과 전문의 제공]

정신과 의사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정신과 약물 처방에 이의를 제기하고 의사와 당사자가 공동으로 대화를 통한 약 선택을 옹호하는 시민운동 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함약회 실천운동)’은 최근 이 같은 출범 의미를 밝히고 행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겸한 발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정신과 약물에 기반한 한국 주류 정신의학 권력에 대한 상징적 저항의 의미로도 읽힌다.

이 단체에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연대하는 당사자 단체와 가족 단체, 조력자를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 등 정신건강 영역 종사자들이 참여한다.

정신질환의 진단은 신체질환과는 달리 정신과 의사 한 사람의 판단으로 이뤄지고 환자는 정신과 진단과 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을 믿고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천운동 측은 “증상 소거에만 목적을 두면 사용하는 약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수 있다”며 “약을 통한 증상의 소거에 너무 집중하면 오히려 당사자의 삶의 방향과 가치를 놓칠 수 있다. 도움되는 적정 수준의 약 사용을 함께 상의하며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명심할 것은 모든 약은 효과와 부작용을 갖고, 그 부작용은 몸과 마음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마음의 부작용이 정신 증상의 악화와 혼동될 수 있어 잘 살펴야 한다. 진료실에서 이를 호소할 때 오히려 정신과 약이 더해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천운동 측은 “위험-이득의 저울을 재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약을 선택해야 하고 임상적 이득이 위험성보다 높은 약제를 골라야 한다”며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지만 환자는 의사로부터 흔한 부작용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정신과 교과서에도 쓰여있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또 “환자의 언어로 보고되는 약 복용 이후의 효과와 부작용 경험이 다음 처방 방향에 반영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를 진행할 때 치료적 관계를 토대로 회복이 촉진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당사자들은 약 처방 과정에서 약이 어떤 효과를 가지는지,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없는지를 궁금해하지만 단순히 ‘믿는 마음으로 꾸준히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말로 상황을 넘어가는 것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신뢰의 훼손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천운동 측은 이 문제의 극복을 위해 ‘함께하는 의사결정’을 제안했다. 이 의사결정 운동은 영국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 모델로 현재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도 관련 연구사업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의사 설명을 토대로 도움되는 약을 살피고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어 함께 선택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함께 선택한 약을 복용하길 바란다”며 “(의존성과 남용 위험성이 큰) 약조차도 필요시에는 설명에 근거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대화가 이뤄질 때 치료 관계가 돈독해지고 치료 효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기결정권 표현이 어려운 치매 노인과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증상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약을 늘려가는 과정이 많다는 지적이다. 영국에서 지난 2015년 시작된 발달장애인 정신과 약 처방 줄이기 운동인 STOMP에 따르면 정신과 약을 오랜 시간 복용하거나 많이 복용할 경우 체증 증가와 피로감, 심각한 정신적 건강 문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실천운동 측이 필요한 약의 최소 처방을 요청하는 이유다.

실천운동 측은 “진료실에서 단약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데 동의한다. 모든 약은 금단증상이 있을 수 있음을 가정해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충분한 치료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약의 감량이 가능한 경우라면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 ‘치료 종결’을 경험하고 싶다”고 밝혔다.

단체는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약을 충분히 이용한 후에 덜어가는 과정을 통해 증상 너머의 우리의 삶을 볼 수 있도록, 삶을 좀 더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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