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학회, “청소년이 마음껏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신건강 기관 설립해야”
정신건강의학과의학회, “청소년이 마음껏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정신건강 기관 설립해야”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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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청소년 투신 사망에 정신의료계 ‘침통’...모방 막기 위해 사후 예방 중요
청소년 정신건강 기관 설립과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조 체계 마련 절실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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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최근 청소년들의 잇따른 투신 사망 사건에 대해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예방을 위한 자문기구 설립 등을 요청했다.

19일 의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청소년들의 자살 생중계 및 타해 시도 후 자살 사건과 관련해 어린 나이에 생명을 잃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청소년들에 대해 큰 슬픔과 위로를 전한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고층 빌딩에서 여고생 A양이 투신 사망했다. 당시 A양은 극단 선택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 방송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다음날인 17일에는 강남에 소재한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동급 여학생을 흉기로 찌르고 자신은 인근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의사회는 “청소년이 외국의 사례를 모방, 자살을 생중계했다는 점은 청소년의 자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일깨워줬다”며 “희생자의 주변 청소년들은 충분히 애도 기간을 갖되, 감정을 표현하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모방 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청소년이 정신과 상담을 해야 할 경우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현재의 법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모 동의 없이 청소년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경우 의료법과 민법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자기 문제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상담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상담을 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이유다.

의사회는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학교나 부모가 아닌 기관에서 마음껏 비밀을 털어놓고 상의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시급하다”며 “상담을 비롯한 추후 처방 등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이 부분(부모 동의 후 상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특히 “10대 사망 원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며 “청소년의 어려움을 배려하고 법적이나 비용 문제에서 보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지난해 대선 당시 대통령 직속의 청소년 정신건강 자문기구를 설립하고 전문가로서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의사회는 단기적 예방 대책으로 우선 청소년 또래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을 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자살 위험에 대해 선별할 수 있는 1차적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 마련과 법적 체계의 확립을 통한 2차적 예방, 자해나 또래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청소년들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3차적 사후 예방의 체계를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이런 과정에서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고 이번 사건의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문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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