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약물 정보 공유하고 약물 선택권 달라”...약선택 실천운동 조직화 첫발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약물 정보 공유하고 약물 선택권 달라”...약선택 실천운동 조직화 첫발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4.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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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의사결정은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선호에 바탕한 협력적 치료 모델
대신정 춘계학술대회 열리는 롯데호텔 앞서 캠페인 진행...치료자의 약물 결정권에 이의 제기
영국은 스텀프 통해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 약물 처방 최소화 운동 진행해와
'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이 20일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이 20일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장애인 당사자에게 정신과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의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상의해 약물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직화되고 있다.

20일 ‘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함약회) 소속 회원 20여 명은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함께하는 약물 의사 결정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정신과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 조력자 등으로 구성됐다.

함약회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정신약물의 진보로 정신과 치료의 범위가 넓어져왔지만 치료의 선택지가 방대해지면서 정신과 약을 쓰는 치료자는 약의 잠재적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신과 교과서에는 약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법인 용량 줄이기 등은 환자와 공유해야 한다고 기술돼 있지만 정신건강 전문의들이 이를 무시해 왔다는 지적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과 약은 뇌에 작용하는 약이기에 환자마다 부작용 경험의 차이가 더욱 섬세하게 있을 수 있다”며 “의사가 예상하고 환자가 경험하는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고려해 위험·이득의 저울을 재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전문의는 “함께하는 의사결정은 임상적 근거, 의사의 치료 설명, 환자의 선호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치료 결정을 함께 선택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기존 약물 관점은 ‘온정주의적 모델’로 이는 치료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는 수동적으로 치료자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델이었다. 의사 결정을 치료자가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책임도 치료자에게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의사결정 모델은 치료자와 환자가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의를 통해 치료 결정을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의 책임은 치료자와 환자가 공동으로 지게 된다.

장 전문의는 “의사는 질병과 치료 이론의 전문가이고 환자는 약 효과와 부작용의 경험자”라며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해 환자의 삶에 더 이로운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캠페인이 진행된 장소 앞 롯데호텔에서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신정의 치료자의 일방적 약물 선택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20일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실천행동 활동가들이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20일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실천운동 활동가들이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c)마인드포스트.

함약회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단체는 “증상 소거에만 목적을 두면 사용하는 약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수 있다”며 “증상에 대해 마음씀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당사자의 삶의 방향성, 가치와 멀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험과 이득의 저울을 재어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약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임상적 이득이 위험성보다 높은 약제를 골라야 한다는 의미”라며 “환자는 의사로부터 흔한 부작용과 치명적인 부작용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효과와 부작용을 견주어 함께 선택하고 필요한 기간 동안 함께 선택한 약을 복용하길 바란다”며 “함께하는 의사결정은 영국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의료모델이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관련 연구 사업을 꾸리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발달장애인에 대한 과도한 정신과 약물 처방의 부작용을 인지한 정신과 전문의와 조력자 단체들이 약 처방 줄이기 운동인 스텀프(STOMP)를 진행한다. 이들은 과도한 정신과 약물의 복용은 체증 증가와 피로감, 심각한 신체적 건강 문제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며 ‘최소 처방’을 요청해왔다.

함약회 활동가 A 씨는 “충분한 치료를 통해 안정된 상태에서 약의 감량이 가능하다면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 ‘치료 종결’을 경험하고 싶다”며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함약회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가와 조력자들을 모집하고 대국민 서명운동 등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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