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자격 취득 제한 27개 법률 실효성 없고 폐지 옳아...일본은 99년에 일괄 삭제해”
“정신장애인 자격 취득 제한 27개 법률 실효성 없고 폐지 옳아...일본은 99년에 일괄 삭제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23.06.13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현영 의원 주최 정신장애인 취업제한 토론회
정신질환자라서 ‘안 돼’라고 하는 건 과거 금치산자 선고와 같아
인권위 권고 내용대로 하나씩 삭제해야...제도적으로 막는 건 기회 박탈
결격 조항이 정신질환 숨겨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자기 낙인 양산해
정신질환자 위험하지 않다는 건 상상이 아닌 이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서 출발해
신영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신영현TV]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신현영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신장애인의 취업제한을 규정한 27개 법률에 대한 비평과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취업을 제한하는 범주는 절대적 결격 조항, 상대적 결격 조항 등으로 나뉜다.

절대적 결격사유인 모자보건법 상의 산후조리원 설치·운영은 정신질환자의 진입이 차단돼 있다. 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은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정신과 전문의 소견이 있을 경우 가능한 직업군이 있다. 공중위생 이미용사, 위생사 등의 유형으로 17개 법률이 몰려 있다. 이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예외적으로 전문의가 안 된다고 진단할 경우 취득할 수 없는 자격으로 운전면허와 건설기계관리법을 포함해 6개 법률이 있다.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관은 2018년 사회복지사법이 정신장애인의 자격 취득을 막는 쪽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인권위 진정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사회복지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정신질환자여서 사건사고가 발생했던 일은 없었다”며 “자격 제한 과정에서 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었는가,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법에 소명절차가 있었느냐를 봤을 때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전했다.

결국 사회복지사법 개정은 사회적 편견에 기인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여러 법률에서 자격 제한은 아니지만 채용의 제한 조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의 개념적 정의를 협소화시키면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었던 정신질환자의 자격 취득을 막던 일부 법률이 개정되거나 제한을 받는 대상자가 줄어들게 된다. 실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5개 법률이 개정되거나 다른 형식의 조항으로 갈아타게 된다. 이는 자격제한은 풀렸지만 채용 제한조항으로 변질된다.

이 조사관에 따르면 아동복지법은 정신질환자를 시설장이나 종사자로 채용을 금지하고 있고 특수경비직에서도 정신질환자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는 “법률이 이렇게 규정하면서 그 다음 법률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콘트롤 C, 콘트롤 V(복붙)가 된다”며 “개정이 된다 해도 채용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새롭게 또 다른 법률이 개정되는 확대재생산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자격 제한이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하며 폐지가 옳다고 본다”며 “인권위 입장도 폐지 또는 완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선임연구관은 정신질환자의 자격 제한이 입법 목적에 반영될 때는 기본권 보장의 차원, 법 이익 형량의 절차적 보장, 이의제기와 관련된 절차적 보장이 개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대적 결격조항은 폐지해야 하고 적정성 평가를 해서 절대적에서 상대적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있다”며 “절차적으로 이 문제를 따로 심사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설정하고 회복하는 절차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는 법 앞의 평등,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당성이 없는 조항을 계속 가지고 가고 있다”며 “일본은 1999년에 이 자격 제한 조항을 일괄 삭제하는 식의 법 개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에 이미 정신장애인 옹호 활동을 통해서 직장 면접에서 정신질환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그 사람이 진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몰라도 정신질환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당신은 안 된다고 하는 건 옛날 금치산자 선고와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 [사진=신현영TV]
토론자들. [사진=신현영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권 사무총장은 “하나씩 법 개정안을 발의해 나가고 인권위 권고 내용대로 삭제해 나가면 다른 분위기를 탈 수 있다”며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면 거기에 대처하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문제가 일어나면 거기에 따라서 일을 못 하면 못 하는 것”라며 “이렇게 하면 될 일을 제도적으로 막아 놓는 건 근로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진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에이블리즘(Ableism·장애인 차별주의)은 장애인이 일과 고용을 할 수 있는 기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장애에 대한 의료적·시혜적 모델을 기초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적 법률과 정책, 분리 고용 등의 관행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센터장에 따르면 절대적 자격 제한을 받는 산후조리원의 경우 산후조리업을 설치 신청할 때 건강진단결과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신이 정신질환자나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는 증명인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장애인 활동지원 인력의 경우 자격 취득자가 정신질환자나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자가 아님을 직접 확인받아야 한다.

그는 “결격 조항이 결국 정신장애인으로 하여금 정신질환을 숨겨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자기 낙인을 양산하고 언제든지 내가 의학적 검사로 인해 숨기고 싶어도 결국은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서화연 서울대 공공보건의료진흥원 교수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터넷에 있는 한글로 작성된 자료 9700만 건을 모으고 그중 정신건강, 정신과와 관련된 단어가 포함된 글 600만 건을 분류했다.

그가 정신과를 방문하는 데 장애가 되는 단어들을 데이터로 정형화해 본 결과 정신과 치료를 기피하는 사회적 장벽은 제도적 불이익, 사회적 인식, 약의 부작용, 치료 비용 등으로 나눠졌다.

사회적 장벽으로 제일 많이 언급된 단어는 제도적 불이익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이어 사회적 인식 27.8%, 약 부작용 18.6%, 치료 비용 16.1%였다.

서 교수는 “내가 기록이 남으면 어떡하지, 취업에 차별을 당하면 어떡하지라는 제도적 차별을 가장 걱정했기 때문에 정신과를 가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대별로 나눠보면 10대의 경우 ‘기록’이라는 단어가 제일 많은 장애 장벽으로 꼽혔고 취업 준비생은 ‘기록’, ‘공무원’ 같은 단어가 가장 많았다.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도적 불이익’이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낙인이나 편견은 50대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취업 제한은 정말 그들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모두의 문제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 연구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도 차별과 취업 제한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정신건강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8년 정신건강복지법이 복지와 의료를 묶어놓고 하나의 정의로 쓰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복지 대상으로서 정신질환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와 강제 치료를 하는 대상으로서의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는 이미 같은 개념일 수 없다”며 “정신질환자로 부르는 카테고리도 넓은 편이어서 이 범위가 직업하고 어떤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으니 법 조문 하나 가지고 통째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법에서 결격조항은 정신질환자라는 카테고리 안에만 들어오면 전부 똑같은 대접을 받는 형태로 규정돼 있다”며 “이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 [사진=신현영TV 갈무리]
토론자들. [사진=신현영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특히 그는 직업 선택과 관련해 “실제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그때 스크린 해서 안 되겠으니까 나가라, 자격은 안 될 거 같다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입사 전에 정신질환 관련 내역을 검토하거나 스크린하는 행위는 요구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정신질환 자격 제한 해결 방향으로 ▲절대적 자격 취득 제한과 적극적 자격 취득 제한의 상대적·소극적 자격 취득 제한으로의 전환 또는 폐지 ▲자격 제한이 필요한 직위, 자격에 대해 별도의 검사 도입 및 불복, 재심사 등 절차적 장치 추가 등을 제시했다.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제도적인 논의도 있지만 사람들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는 두려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고민”이라며 “이쪽으로 가야 된다는 (방향성에) 대한 얘기도 중요하지만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한 직업에 대해 일을 할 수 없다면 이 직업의 성격에 대해 반드시 봐야 된다”며 “당사자 상태뿐만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이 직업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뭔지, 자격이 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에서 중증정신질환자를 실제 접할 때 이들이 일을 하고, 하지 않고는 임상적으로 굉장히 다르다고 말한다”며 “그럼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 않다고 해도 누가 믿느냐는 거다. 정신질환자를 직접 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편견을 없애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며 “장애인이 옆집에도 앞집에도 있고 일터에도 있을 때 이들도 일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거지 한 번도 정신장애인을 본 적 없고 장애인에 대한 상상만 할 경우 인식 개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