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장애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 타기관 통보는 인권침해”
인권위 “정신장애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 타기관 통보는 인권침해”
  • 박종언 기자
  • 승인 2019.03.20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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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안에 의견 표명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 침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보강과 기능 강화가 더 본질적 문제
범죄사실 확인 등 명확한 목적 없는 정보 수집은 의료법 위반
과거 입·퇴원 기록이 현재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 될 수 없어

정신의료기관 퇴원 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안은 인권 침해 및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이 나왔다.

인권위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이 개정안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신장애인에 의한 범죄율은 1.4%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 0.1%보다 15배 높다. 강력범죄도 비정신장애인이 0.3%로 정신장애인 범죄율 0.05%보다 6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부각되면서 자·타해 위험이 있거나 치료를 중단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될 경우, 또 입원 전 특정범죄경력이 있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 없이도 의료 기록 및 범죄 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인권위는 개정 법률안이 목적의 정당성은 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은 아니라고 봤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요원 1명이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동의하지 않은 환자의 퇴원 사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 목적이 달성되기 어렵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 보강 및 기능강화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다.

인권위는 또 환자 스스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우선 고려되지 않은 점, 기본권 침해 행위인 위험성 판단을 정신과 의사 1인에게 위임하고 판단기준도 법령에 명시하지 않는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이어 정신의료기관 모든 입·퇴원 환자에 대한 특정강력범죄 전력에 대한 조회 요청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 조회에 해당한다는 게 인권위 입장이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구체적 의료행정 행위 및 범죄사실의 확인 등 명확한 목적을 이유로만 개인 민감 정보를 수집·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과 형의실효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만 정보 제공을 허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유엔의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MI 원칙)에 따르면 모든 정신질환자는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또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과거의 치료·입원 기록이 현재의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치료에 대한 비밀 또한 존중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역시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지 않고 의료 및 복지서비스 이용 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과거 자·타해 전력이나 범죄경력을 근거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국제사회 및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렵다”며 “정신질환자가 존엄성을 바탕으로 치료받을 권리는 우리 사회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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