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A 참관기 “청소년들이여, 아픔의 경험을, 광장에서, 이야기하자!”
BABA 참관기 “청소년들이여, 아픔의 경험을, 광장에서, 이야기하자!”
  • 권혜경
  • 승인 2019.08.19 1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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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정신건강 축제 참관기
말해BA, 들어BA, 소통해BA, 청소년축제 ‘BABA PICNIC’
세상에 큰 비밀이 하나 있는데 큰 비밀 따위는 없다는 것
청소년들이 직접 주관해 대한민국 정신건강축제 기획
정신질환 조기 예방의 선진국형 모델 완성해야

지난 7일자 <마인드포스트>에 소개된 ‘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정신건강 BABA PICNIC’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청소년 스스로가, 더군다나 정신건강의 문제를 열린 공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매우 대견스러웠고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작렬하는 태양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의 뜨거운 여름 날씨에 서울 한강잠원공원 잔디광장에는 샛노란 옷을 입을 아이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샛노란 옷은 병아리같다기보다는 그들의 열정(passion)을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였다. 프로그램은 ‘우리 생각을 말해BA: 솔직고백텐트존’, ‘고민거리 나눠BA: 주제별 서포트그룹’, ‘마음상태 알아BA: 멘탈 약국 부스’ 식으로 진행됐다.

함께 간 9살 딸과 함께 부스에 참여해보았다. 딸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언니들이 들어주고 별명도 약봉지에 적어주고, 젤리 약을 주는 것에 매우 흥미로워했다. 마음의 문제를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다른 모양으로’ 체험을 한 아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의 경력을 소개한 여러 개의 보드였다. 청소년들의 각자 아픔의 ‘경력’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었고,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자해, 왕따, 학교폭력, 우울감 등)이니 이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어’ 하고 당당히 자신을 소개했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간 이지민(19) 양은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꼈는데 이를 혼자 해결하다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다행이 휴식 기간을 갖는 동안 멘탈헬스 코리아를 만나게 됐고 청소년 동료전문가 프로그램인 ‘스타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다. 여기서 자신의 아픔을 마음껏 이야기하자 병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세상에 큰 비밀이 하나 있는데, 큰 비밀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격언이 있다. 어쩌면 ‘이 세상에 나만이 이런 고민이 있을 거야’ 라는 고립에서 빠져나와 아픔을 서로 이야기하고 경청하고 지지해주는 공동체가 있다면 세상의 비밀도 곧 깨질 것이다.

지민 양은 이 경험으로 용기를 얻어서 ‘이제 우리 광장에서 이야기해보자’, 또 ‘선후배 청년 피어 서포트 그룹을 모아보자’라는 아이디어로 이 BABA PICNIC을 주최했다고 한다. 정말 청소년다운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아주 멋지고 대견하다고 말하고 싶다.

정신질환의 조기 개입, 조기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이처럼 청소년이 주체가 돼 먼저 손을 내민다면 은둔형 외톨이도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 친구가 될 것이다. 또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동료지원전문가들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 태화해뜨는샘에서 시원한 얼음을 담은 오렌지 주스와 마음의 안정을 주는 카페더헤아림의 히비스커스 냉차를 제공해주었다. 또 심리상담 기관 호시담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간식과 음료를 제공해주었다.

멘탈헬스코리아를 통해 청소년 동료지원 전문가로 거듭난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왕따, 자해, 우울증 등의 아픔의 문제를 숨기거나 혼자 삭이지 않는다.

청소년 동료지원가인 그들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발표하고 경청하며, 전문가 학술대회에 나가 발표하고 유튜브에 자신의 이야기를 업로드한다.

청소년에게 친숙하고 접근성이 좋은 영상 컨텐츠를 통해 일반 청소년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정보 제공과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신건강 전문기관 방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국회 자살예방 종합학술대회에서 청소년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피날레로 다 같이 둥그렇게 모여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고립된 채로 내몰린 청소년 자살 숫자를 의미하는 62개의 책가방과 교복을 다 함께 던지는 것이다.

“이제는 멘탈 헬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자”, 그리고 “그들에게 지지해주는 사회적 안정망을 만들어주자”라는 메시지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던져졌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작 부끄러운 것은 나 자신을 잃는 일이다.

“청소년들이여! 이제 우리 같이, 아픔의 경험을, 광장에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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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제수민 2019-08-20 13:44:41
BABA PICNIC에 참여한 피어 스페셜리스트들 감사하다. 청소년이면서 스스로 자기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기특하다. 조기예방 조기치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따 자해 자살의 경험전문가로 체험을 전하는 운디드 써포터. 치유된 지지자들로서 그들은 소중하다.

기존세대가 못해준 것, 기존 시스템이 받아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탓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들의 꿈과 미래를 말할수 있는 피어써포터 한사람한사람 귀중하다. 여러 단체에서도 후원해주었지만 대신정 간식지원까지 감사하다. 당사자를 혹독하게 대하던 의료집단도 청소년들에겐 지원했다.

성장문답 유투브에서 자살예방 강의를 듣고 운 적이 있다. 이젠 더이상 일찍 스러지는 꽃들이 없기를 바란다. 멘탈헬스 당당하게 공개하고 밀실아닌 광장에서 말하자. 바바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