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곽한나의 시] 에레베타를 타고
[당사자 곽한나의 시] 에레베타를 타고
  • 곽한나
  • 승인 2020.09.29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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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포스트'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자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문학작품(시, 소설, 수필)을 있는 그대로 싣습니다. 가끔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가감없이 내용을 싣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당사자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c) KONE New Zea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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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을 누르고 기다리니

1층 내 앞에서 문이 열렸다

계단으로 갈까 에레베타를

타고 갈까

망설이며

더 빨리 갈 길을

더 편하게 오를 길을

너무나도 쉽게 선택해버리는

요즘의 나, 또한 우리

 

일단 택해서 탔는데

'행정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는

기계 속 목소리

뭐든 해결해주는

요즘 기계들

 

우리 인간들은 살기에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그 계산에 익숙해 있는

옆집 순이도 윗층 영희도

노후대책이 심각하구나

 

에레베타를 타며 사람들에게

잘 길들여

힘들다 아프다 피곤하다는

군말 없이

오늘도 나를 실어나르는구나

넌 귀찮지도 않니

한 번 고장났다 말하고

쉬어보렴

 

* 곽한나 님은...

정신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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